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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12. 2020

중국은 불법 정부라는 말의 행간의 의미

오늘도 '차-모닝'이다. 예전에 '문 모닝'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차-모닝'으로 바꾸어 부르고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새로운 조치가 발표되고 있으니 말이다. 홍콩의 반중 인사 위엔궁이(袁弓夷)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 외교관 등의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들 중 상당 수가 중국 정부의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중 천여 명 정도가 미국에 정치적 망명과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3천 명이 넘는 미디어 소속 기자들의 경우 상당 수가 미국 잔류를 희망 미국 정부에 망명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홍콩의 반중 인사 위엔궁이(袁弓夷)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스위스 외무부 장관인 Ignazio Cassis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을 한 후 스위스는 11월 국민들에게 국내외에서 사업을 하는 스위스 기업들에게 기업 윤리에 대한 보다 강화된 책임을 묻는 법안에 대한 투표를 한다고 한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홍콩과 중국의 스위스 은행들은 그들의 사업 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0명 중국인의 1.2조 달러 자산이 동결될 것이며 중국의 고관들이 스위스 은행에 가지고 있는 약 5천여 개의 계좌의 20조 위안(약 3,413조 원)도 동결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설령 이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스위스 은행들에 대한 타격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한다.  

https://www.finews.com/news/english-news/42383-swiss-banking-china-ubs-credit-suisse-security-law-hong-kong

Ignazio Cassis

블룸버그는 영국 국적의 홍콩 발권 은행인 HSBC와 스탠다트 차터드도 미국의 제재에 맞추어 홍콩의 관원들에 대한 조치 준비를 하고 있다고 8월 10일 발표하였다. (https://www.bloombergquint.com/global-economics/hong-kong-bankers-move-to-suspend-accounts-after-u-s-sanctions) 그러나 중국의 환구시보 영문판인 Global Times는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며 HSBC는 미국의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8월 11일 보도하였다. 결국 미중 양국의 싸움에 홍콩의 은행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인 것이다.

https://www.globaltimes.cn/content/1197427.shtml


그런가 하면 미국의 기업들도 연이어 중국에 대한 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중국 고객들에 대한 약관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소프트는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 하에 의무를 다할 수 없을 때 어떤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对于因超出微软合理控制范围的情况(例如,劳资纠纷、不可抗力、战争或恐怖主义行为、恶意破坏、意外事故或遵守任何适用法律或政府命令)而导致微软无法履行或延迟履行其义务,微软对此不承担任何责任或义务。微软将尽最大努力降低这些事件的影响,并履行未受影响的义务。”

https://www.sohu.com/a/412297572_162522

마이크로소프트의 이 공고는 중화권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미중 갈등의 결과 더 이상 제품의 공급이나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한 준비일 것이라는 평가이다.

HSBC와 스탠더드 차터드의 약관을 보면 미국의 제재 규정인 DFAC를 준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간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들은 여러 가지 수단으로 서방의 기술을 확보해 왔는데 이제 미국이 본격적으로 자국 기술을 방어하고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 공급을 제한하자 그 효과가 이제는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절단 현상을 겪고 있다. 화웨이가 새로운 제품 Mate 40을 발표하면서 이제 9월 15일 경이면 그들이 개발한 기린 chip의 공급이 중단된다고 공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기술 공급 금지가 드디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화웨이가 자주 개발한 아 기린 chip은 5 나노 기술을 적용하여 현실적으로 타이완의 TSMC 외에는 제조 가능한 곳이 없다. 그리고 TSMC가 화웨이에 대한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텍사스에 5 나노 공장을 짓기로 했으니 되돌릴 방법도 없는 것이다.


그간 중국 정부의 횡포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이러한 제재에 공감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불법 정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동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내각이 최근 자주 사용하는 이 '불법 정부'라는 단어에는 다른 의미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관찰해 온 결과 갑자기 새로운 단어가 나타나면 그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餘茂春

최근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전략가 위마오춘(Maochun Miles Yu)는 미국 해군 학원의 동아이사 및 전쟁사 교수로서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중국 관련 정책 수석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마오춘은 어렸을 때 집안이 문화혁명을 겪으며 고생을 하여 중국 공산당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위 교수와 같이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를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뒤에 있는 미 행정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불법 국가'라는 다소 생경한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최근 베이징의 재중 미국 대사관이 wechat 등 중국 SNS 상의 게정 명에서 원래의 '중국 베이징 미국 대사관'이라는 명칭에서 '중국'이란 말을 떼고 '베이징' 만을 남겨 '베이징 미국 대사관'이라고 변경하여 호사가들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혹시 다음에는 '타이베이 미국 대사관'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냐고도 추측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우선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의 위생부 장관이 타이완을 방문하는 등 타이완과의 관계가 급격히 좋아지자 일부 매체들은 타이완과의 수교 가능성까지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진실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법이다. 필자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중국이 UN에 가입을 할 때 중화민국은 먼저 탈퇴를 선언하였다. 그래서 '중화민국'이 UN에서 퇴출되는 기록은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그럼 미국은 '중화민국'과 단교를 했었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미국이 '단교'를 했다는 뉴스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타이완의 외교 관계 기록을 살펴보니 정말로 미국은 '중화민국'과 단교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미국에 있던 '중화민국' 대사관은 어떻게 '중국' 대사관이 되었는가? 당시 중화민국은 스스로 대사관 건물에서 철수하였다. 입법 의원들 중에는 그 거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중화민국 대사관은 매각해야 마땅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화민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상태인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서 '중화민국'은 전 세계의 대사관 및 영사관 자산들을 그대로 '중국'에게 넘겨주었다. 결론은 형식 논리 상 미국은 중화민국과 단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미 대사관도 형식 상으로는 타이베이에 있던 미 대사관의 위치를 베이징으로 이전한다는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 


그래서 만일 '불법 국가' - '하나의 중국' - '타이베이 대사관의 베이징 이전' - '미국과 타이완 간의 급속한 관계 개선'-'재중국 미 대사관이 아닌 재 베이징 미 대사관' 등을 이어 보면 하나의 가능성이 등장한다. 그것은 미국이 만일 중국과 단교를 하고 타이완과 수교를 하려 한다면 사실은 복잡한 프로세스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던 것이 미국의 일관된 공식 입장이었으니 '미 대사관을 베이징에서 타이베이로 다시 이사한다'는 것 만으로 간단하게 성립한다. 

America Institute in Taiwan

그러므로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미국이 주 중국 대사관 이름에서 주 베이징 대사관으로 이름을 변경한 것은 어쩌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중국에게 '단교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엄중한 메시지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사실 상 타이완과의 수교를 하겠다는 메시지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중국에게 '중화민국의 정당성'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냉정 또는 열전 상태로 진입하든지 선택하라는 압박이다. 물론 미국이 이렇게 간단하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을 저버리고 타이완으로 수교 대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이라고 해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어서 미국의 11인의 정치가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중 3인은 이미 중국 정부에 의해 '제재 중'인 사람이었고 도대체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그저 체면치레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인민해방군에게 미군과 조우하게 되면 절대 사격하지 말고 그냥 돌아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자칫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모양이다. 특히 미국 강경 우파를 자극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96978/south-china-sea-chinese-military-told-not-fire-first-shot?utm_medium=email&utm_source=mailchimp&utm_campaign=enlz-scmp_china&utm_content=20200812&tpcc=enlz-scmp_china&MCUID=29d24e22fa&MCCampaignID=e36831efd9&MCAccountID=3775521f5f542047246d9c827&tc=22

지난 글에서 청샤오농(程晓农)의 분석을 소개하였는데 아무래도 그의 분석대로 일이 돌아갈 모양이다. '중화민국'을 인정할 수 없는 중국은 당장 미국과 무력 충돌하여서는 승산이 없으니 '지구전'을 준비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이 던지는 '불법 정부'라는 말의 행간의 의미를 알아들은 것일까? 이제 며칠 후면 미중 간에 1단계 합의안의 이행 점검 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제까지 이행률이 23% 에 불과하니 사실 점검 하나마나이다. 그렇지만 인민은행장 이강(易纲)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1 단계 합의안을 존중하고 준수할 것이라고 천언했다. 중국은 어떻게든 미국과의 관계 파국은 피하고 지구전에 들어가서 시간을 벌어 미국과의 대결할 힘을 키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096762/us-china-trade-war-beijing-will-honour-phase-one-deal-opening?utm_medium=email&utm_source=mailchimp&utm_campaign=enlz-gme_trade_war&utm_content=20200811&tpcc=enlz-us_china_trade_war&MCUID=29d24e22fa&MCCampaignID=240c00177c&MCAccountID=3775521f5f542047246d9c827&tc=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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