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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16. 2020

미중 1단계 합의안 점검 회의 무산

세계 경제는 둘로 나뉠까?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는 미중 무역 전쟁의 이번 주 하이라이트였던 1단계 합의안 점검 회의가 무산되었다고 로이터가 보도를 하였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trade-china-meeting-exclusive/exclusive-u-s-china-trade-deal-review-postponed-as-china-ramps-up-farm-energy-purchases-idUSKCN25A29Q) 로이터는 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이번 연기는 베이다이허 회의와 관계가 있다고 전했으며 조정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로이터의 이 보도가 맞는다면 베이다이허 회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 되며 일부 미디어들이 전하던 리잔수(栗战书) 한 사람만 인대 상무위원회 개최를 열기 위하여 베이징에 잠시 갔을 뿐 베이다이허 회의는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대미 전략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로이터는 다른 소스에서는 이번 점검 회의에서 보다 나아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미국 측에서 중국 측에 시간을 더 주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는 소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대두 등 미 농산물 수입이 대폭 증가하였고 이번 회의 연기 결정과 동시에 중국의 미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는 서로 맥락이 닿아있는 보도라고 하겠다. 사실 직전까지만 해도 래리 커들러우가 중국이 미국 회사들에게 금융 시장 진입을 허가해준 일을 지적하며 1단계 합의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표명하였기 때문에(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0-08-14/u-s-china-postpone-weekend-talks-on-trade-deal?srnd=next-china) 미국 측이 중국에게 시간을 더 주었다는 설도 꽤 설득력을 가진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천펑잉(陈凤英)

홍콩 SCMP는 이 소식이 나쁜 소식이 아니라며 중국에게 '숨 돌릴 여유'를 줄 것이라고 하였다. 전 주미 영사였던 허웨이원(何伟文)은 "수 일 정도의 일정 조정은  무슨 문제가 났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과대 해석하지 말 것을 시사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의 천펑잉(陈凤英)은 이번 연기가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보다 많은 미국 제품을 구매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자위 부주임 런홍빈(任洪斌)은 일부 중국의 구매는 코로나 19와 대두 구매로 인하여 영향을 받고 있다며 불평한 것을 보면 단 기간 내에 미국이 만족할 만한 구매를 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라고 하겠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97519/delayed-us-china-trade-review-could-give-beijing-some

게다가 미국 측은 이미 이 1단계 합의안에 대해 그렇게 중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발언이 있었거니와 정작 미중 무역 담판의 주무 부처인 USTR은 이번 합의 점검 회의의 연기에 대한 공고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그간 중국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상반된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미국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예의 자화자찬 식의 발언을 한 것도 중국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scmp.com/news/world/united-states-canada/article/3097533/trump-says-china-buying-more-us-goods-keep-me-happy

그런가 하면 이번 회담의 연기는 중국 측이 1단계 무역 합의안 점검 이외의 논제들을 요구함으로써 불발되었다는 보도들도 있다.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중국 측이 양국 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논의 등 의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이번 회담이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의 연기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만일 연기 이유가 중국 측이 베이다이허 회의가 안 끝나서 라고 한다면 너무 미국에 실례되는 사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대미 전략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중화권에서는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해 확인이 되지 않은 '3연 3경', 즉 세 가지 부드러움과 세 가지 강경함을 전략으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 내용은 미국에 부드럽게, 서방에 부드럽게, 중국의 행동을 부드럽게 하며 국내 선전은 강경하게, 국내 정치는 강경하게, 그리고 홍콩에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소위 '3연 3경'이 정말 베이다이허 회의의 숙의 결과라면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3연 3경'의 결론이 나왔다면 베이다이허 회의는 끝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연기 이유가 중국 측이 요구한 합의안 이외의 의제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라면 중국은 1단계 합의안을 중국이 양보하고 이외의 의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측이 중국으로 하여금 더 많은 미 상품 구매를 하여 1단계 점검 회의의 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려한 것이라면 어찌 되었든 중국은 1단계 합의안의 보다 성실한 이행을 하게 될 것이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든 안 끝났든, 그리고 1단계 합의안의 연기 사유가 무엇이든 변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압박, 그리고 수세에 몰린 중국이라는 현실이다. 여기에 더 중요하게 생각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미국이 중국과의 소통에 더 이상 흥미가 없어 보이는 점이다. 물론 이를 미국의 의도적인 협상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전략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먼저 그간 외교 쪽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주미 대사 최티엔카이가 '양국 간의 소통 채널이 없어졌다'라고 말한 바 있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의 보다 유화적인 발언 태도를 보였으며 외교부 부부장의 언제든 어떤 주제이든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발언, 그리고 왕이 외교부장의 미중 양국의 협의를 촉구하는 발언, 마지막으로 양제츠 위원의 발언까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제 말로 하는 단계는 지나갔다'라는 문자 그대로 '무언의 시위'로 보이는 것이다.


중국의 고민은 아마도 1단계 합의안을 100% 이행한다고 하여도 중국이 원하는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미중이 원하는 결과는 서로 100% 다르다. 미국은 중국이 WTO 가입 당시 약속했던 모든 것을 이행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리고 중국이 기대하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1단계든 2단계든 중국이 취해야 하는 미국 상품 수입 등의 조치는 미국에 있어서는 그동안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손해 배상의 성격이며 중국에게 있어서는 미중 무역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일 것이다. 필자는 이 양국의 관점 차이가 이제는 분명해졌으며 미중 양국은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미국은 중국 없는 글로벌 경제를, 중국은 미국 없는 글로벌 경제를 추구하게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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