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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29. 2020

빙산의 4각

이기적인 글로벌 금융 회사들

중국 기업의 세계화는 내용상 미국 월 스트리트 금융 회사들의 인도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앞서 거론한 대로 중국 정부 부문의 국유 기업화가 이루어지자 월 스트리트의 금융 회사들은 중국 국유기업의 해외 상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일부 기업들은 중국의 홍얼다이(红二代), 즉 중국 공산당 고관들의 자제들을 채용하여 ‘꽌시’를 통한 내부 거래를 시도하였다.


초기에 이 사업에 진입한 월 스트리트의 회사 중 Goldman Sachs가 가장 유명하다. 당시 Goldman Sachs에서 일하던 Henry Paulson은 당시 베이징 시장이었던 왕치산(王岐山)과 인연을 맺게 되는데 왕치산은 베이징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해외 인사들과 많은 교류를 하게 된다. Henry Paulson은 왕치산과의 인맥을 활용하여 당시 중국 국유 기업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던 주룽지 총리로부터 당시 China Telecom의 홍콩 상장 건을 수주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China Telecom의 홍콩 상장 성공 사례는 중국 지도부에게 자신의 권력, 영향력, 경영권 등에는 아무런 손상도 없는 가운데 해외의 막대한 외화를 확보하게 해주는 자본 시장의 유용성을 보여주어 큰 영향을 주었다.

JP Morgan 당시 중국 대표 Henry Paulson, 나중에 미 재무부 장관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중국과 월 스트리트의 공동이익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이 시작된다. 이후에도 Goldman Sachs는 원자바오 총리 가족과 연계하여 중국 철도의 50억 달러 채권 발행이라든가 베이징 진위 그룹(北京金隅集团)의 IPO건, 장쉬광(张曙光) 철도부 부 공정사 가족과 연계한 베이징-상하이 철도의 IPO, 인민은행 출신의 탕솽닝(唐双宁) 가족과 연계한 광다 그룹(光大集团)의 IPO를 맡는 등 중국의 권력층과 깊숙한 협력을 해 나갔다. Henry Paulson은 낮우에 미 재무부 장관이 되었다. 나중에 장쩌민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张志成)도 JP Morgan에서 일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3/08/19/did-jpmorgan-commit-bribery-by-hiring-the-kids-of-chinese-politicians/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의하면 Goldman Sachs 외에도 Merrill Lynch가 우방궈(吴邦国)의 가족과 연계하여 중국공상은행의 IPO 계약을 따내고, Morgan Stanley가 왕치산을 통해 주룽지 가족과 중국 국제금융공사(中国国际金融股份)의 설립에 협력하는 등 월 스트리트가 관계한 중국 권력층 자제들의 수는 약 2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도 상무위원 왕양의 딸 왕시샤(王溪莎)가 홍콩의 도이치뱅크에서 같은 방식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고 남편인 장신량(張辛亮)은 인민해방군 원로인 장아이핑(張愛萍)의 손자라고 하는데 이 또한 Morgan Stanley, 소로스 펀드 등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왕양, 리잔수 등의 자녀들이 홍콩에 호화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http://news.creaders.net/china/2017/11/08/big5/1887270.html

후발 주자였던 Deutsche Bank의 경우 적극적으로 이들 태자당 자녀들을 직원으로 고용하여 왕시샤 외에 공산당 원로인 류윈산(劉雲山)의 자녀 등 19명의 태자당 자녀들을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고용하여 내부 거래를 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중국의 권력층과 서방의 금융계는 상호 이해가 일치하여 주로 중국의 국유자산을 해외에 상장하거나 투융자를 받아오는 프로젝트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사실 이런 프로젝트들이야 말로 중국의 해외 진출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Deutsche Bank 중국 대표 Lee Zhang(가운데)

이렇게 중국 권력층과 월 스트리트의 협력은 깊숙해져 갔다. 그리고 어지간한 중국 국유기업의 상장이 일단락되자 이들은 벤처 기업 투자, 즉 스타트업 투자라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다. 여기서 중국 특유의 스타트업 성공 모델이 만들어지는데 간단히 말하면 인터넷을 차단하여 단절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해외의 성공한 사업 모델을 들여와서 중국의 스타트업을 만들고 여기에 권력층의 비호를 받아 국내 경쟁에서 승리하는 필승의 방식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및 닷컴 열풍이 불 때 중국에서도 이러한 닷컴과 벤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통의 인프라가 부족한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가 향후 국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리라 판단했다. 이를 위하여 중국 상무부가 나서서 앞서 거론한 바 있는 국가 전자상거래 중심(国家电子商务中心, CIECC)을 설립한다. 그리고 B2B 플랫폼을 개발한다. 이 중국 최초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은 단순히 기술적인 개발뿐만 아니라 최초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하며 나타나는 여러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정책의 수정, 법령의 개정 등을 동반하여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개발 프로젝트에서 중국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위하여 외국의 전문가 및 컨설턴트들을 초빙하여 작업에 참여하게 하였는데 이때 통역으로 일했던 것이 마윈이다. 마윈은 이 프로젝트에서 인터넷, 그리고 벤처 사업에 대한 이해를 외국 전문가들을 통해서 하게 된다. 이렇게 플랫폼은 완성되었지만, 사업은 지연되었다. CIECC와 같은 관공서는 직접적인 상업적 거래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하였기 때문에 상무부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특수 법인 국부통신식기술발전유한공사(COFORTUNE, 国富通信息技术发展有限公司)를 설립한다. 여기에 정부조직 간의 조율과 인사 등을 거치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이 지연된다. 결국, 실무자들은 이에 지쳐버렸고 이들을 규합하여 마윈이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중국 정부가 개발한 플랫폼 기술 소스를 가지고 나왔으며 여기에 권력층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무부와 권력층의 지지가 있고 플랫폼은 이미 민간 기업이 예견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사항들을 먼저 해결하였기에 알리바바는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정부와의 협력을 준비하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조건을 먼저 선점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B2B 사업자가 된 것이다.

COFORTUNE이 있는 CIECC 건물에서 맨 오른쪽이 필자

이렇게 일단 어느 정도의 모습을 갖춘 혁신 기업들, 민간 기업이고 우수하고 열정적인 창업자가 있으면서, 중국 권력층의 비호를 받는 이런 벤처들은 해외의 투자자들에게는 보장된 투자처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식으로 구글을 모방한 바이두, 애플을 모방한 샤오미 등 중국의 벤처 기업들이 월 스트리트의 투자를 받아 나간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 월 스트리트의 지원으로 성공적인 해외 상장을 해 나간다. 주로 뉴욕 시장과 나스닥, 그리고 홍콩이다. 홍콩의 경우를 보면 2020년 4월 현재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시총 규모로 보면 이미 81.2%라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미중 패권 전쟁이 진행됨에 있어서도 월 스트리트는 돈 버는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익 외의 것은 모두 환경 요인일 뿐인 것이다. 유럽 최대의 자산 운용사 프랑스 Amundi는 미중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투자한 바 있다. 스위스 UBS도 미중 패권 전쟁으로 불안감을 느낀 중국 부자들의 자산 관리 수요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JPMorgan Chase도 중국 시장 진입을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로이터가 지난 8월 23일 미국의 초대형 자산 운용사 BlackRock과 싱가포르 국부 펀드 Temasek, 그리고 중국 건설은행의 합자사 설립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https://www.reuters.com/article/us-china-finance-jv/china-approves-blackrock-temasek-and-ccb-joint-wealth-venture-idUSKBN25I0LP)


이들은 중국 관련한 시장이 있는 한 중국을 떠나지 않는다. 권력과의 결속을 통하여 이익이 보장되는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는 이들에게는 누어서 헤엄치는 시장이다. 만일 위험이 발생한다면 중국 권력과의 협력을 통하여 그들의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리고 발생한 손실은 모두 일반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만 사태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이야 말로 미중 패권 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그리고 꼭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숨은 장벽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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