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Oct 26. 2020

중국의 GDP 조작?

중국은 지난 3사 분기 GDP 4.9%를 기록했다. 5.2%를 예상하던 시장은 비록 예상치보다 적은 숫자이지만 금년 전 세계 GDP가 -4.4%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팬데믹 환경 하에서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하였다.


이는 다시 이번 주 열리는 5중 전회에서 14차 5개년 계획, 그리고 어쩌면 2035년 장기 전망에 중국이 어떤 GDP 목표를 내놓을지 관심을 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재정 과학연구원은 2020년 GDP 예상치를 2.3~3%로 내놓았다. 그리고 14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1년~2025년 평균 GDP 성장률을 5~6로 복귀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107010/what-will-chinas-next-gdp-target-be

인민은행장 이강(易纲)은  GDP 예측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주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중앙은행의 중점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베이징 대학의 국가발전연구소는 성장률이 현재의 6.5% 수준에서 2050년까지는 점차 2.6%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였다.  베이징 대학 국가발전연구소에는 인민은행장 이강, 그리고 시진핑 정부의 경제 국사(国师)라고 일컬어지는 린이푸(林毅夫) 등이 적을 두고 있는 쟁쟁한 싱크탱크이다. 칭화대학의 후안강(胡鞍钢)은 14차 5개년 기간 동안 6%에 가까운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으며 5.5% GDP 성장률이 목표가 될 것으로 보았다. 국가 신식 중심(国家信息中心)의 주바오량(祝宝良) 경제예측부 주임은 2035년까지 5% 수준을 견지할 것으로 보았다. 단 주바오량은 전제로서 시장 왜곡 요인인 도시화, 토지, 자본 시장, 이자율, 환율 등의 개혁을 잘 이루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럴 경우 다음 5년간 GDP 성장률은 5.5%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Morgan Stanley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즈창(邢自强, Robin Xing)은 5%로 추정하였다.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중국의 GDP를 5%가 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예측치들은 모두 중국의 최근 실적이 우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자주 참고하고 있는 반중 유튜버 차이징렁옌(财经冷眼)이 중국의 이번 3사 분기 GDP 통계는 분명한 조작이며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방송하였다. 그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c/%E8%B4%A2%E7%BB%8F%E5%86%B7%E7%9C%BC/community

우선 그는 중국의 3사 분기 GDP 숫자는 중국 정부의 광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금년 3월 1일까지 베이징, 허베이, 산시, 상하이, 헤이룽장, 장쑤, 푸젠, 산둥, 허난, 윈난, 쓰촨, 충칭, 닝샤를 포함한 13개 성시에서 2020년 중점 사업 투자 계획 리스트를 발표했다. 총 1만 326개 항목이 포함되었고  중 8개 성은 총 34조 위안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08년 4조 위안의 8배가 넘는 투자 계획으로 올 한 해 안에 모두 투자가 이루어질 리 없지만 그래도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은 국가통계국에서 발표하기를 "2020년 1~3사 분기까지의 전국 고정자산 투자액이  43조 653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으며, 증가 속도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 상반기에 3.1% 감소했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그가 캡처해 놓은 중국의 작년, 즉 2019년 1~3사 분기 고정자산 투자는  46조 1204억 위안으로 금년의  43조 6530억 위안보다 5.4% 감소했다는 것이다.

http://www.gov.cn/xinwen/2020-10/19/content_5552346.htm

필자가 차이징렁옌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하여 먼저 중국 국가통계국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았으나 상응하는 데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금년도 3사 분기까지의 전국 고정자산 투자를 확인해 보니 위의 링크와 같이 중국 정부 행정망에서 발표한 내용이 있었고 차이징렁옌의 말대로 2020년 1~3사 분기까지의 전국 고정자산 투자액이  43조 6530억 위안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2019년도 버전의 정보를 찾아보니 바이두에 저장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는데 역시 차이징렁옌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47697404934211998&wfr=spider&for=pc

이제 남은 문제는 차이징렁옌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는가를 확인해 보는 일이다. 차이징렁옌의 주장의 기본은 중국 정부가 엄청난 고정자산 투자를 통하여 GDP를 끌어올렸는데 실상은 2019년도 고정투자만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년도 3사 분기 GDP가 4.9%나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차이징렁옌의 주장이 맞는다는 가정 하에 고정자산 투자액 차이를 계산해 보면  43조 6530억 위안 - 46조 1204억 위안 = 2조 4674억 위안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418조 원이다. 반면 2019년 3사 분기까지의 GDP와 2020년 3사 분기까지의 GDP 차이는 9941억 위안이다. 그러면 2조 4674억 위안의 고정 자산 투자 감소를 극복하고 이만한 차이가 난 것이니까 고정 자산 투자 외 영역에서는 3조 4615억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585조 원 이상의 GDP 성장을 이루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중국의 GDP가 수출, 투자, 소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모두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중 투자는  차이징렁옌의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엄청나게 감소했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소비가 줄어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GDP 증가분이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금년에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3조 4615억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585조 원 이상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필자가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니 금년 8, 9월 데이터가 없었다. 7월까지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2019년 1~7월까지 수출 누적 합계는 25600억 달러,   2020년 1~7월까지 수출 누적 합계는 24426억 달러로서 오히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필자로서는  차이징렁옌의 주장이 맞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필자가 중국 정부의 통계를 자주 인용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필자의 분석은 사상누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국가 통계를 조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이렇게 모순을 들어내는 경우가 생기면 이에 대한 논리적 방어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인가? 그리고 국가 공식 데이터가 공신력을 상실하면 해당 국가의 모든 데이터가 의심받는다. 그래서 필자는 당국이 데이터를 조작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필요로 하는 큼만 조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비어있는 데이터가 많은데 예를 들면 중국의 기업 수는 최근 2, 3년 치가 줄곧 비어 있다. 조작을 하느니 비공개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큰 정보의 소스는 실물 경제이며 체감 경제이다. 그래서 필자가 이렇게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거나 연구를 하는 지인들과 소통하며 감각을 키우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감각이나 체감과 모순되는 데이터를 보면 그 타당성을 이런저런 연관 데이터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그 신뢰도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필자는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홀로 방구석에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지작거리는 필자의 노력이 언젠가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5중 전회 전야, 흉흉한 인사 동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