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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May 19. 2019

긍정에서 부정까지

시진핑은 왜 결국 협상 안을 거절했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미중 무역 협정은 마침내 마무리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무역 협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던,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조정이 주 이슈가 될 줄 알았던 11차 협상은 불과 90분 만에 결렬되지는 않았다는 초췌한 결론 만을 남기고 끝났다. 그리고는 양국에서 보복 관세 선언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시진핑 주석은 받아들일 줄 만 알았던 무역 협상안을 거부한 것일까?


좀처럼 내부 상황을 알 수 없는 중국 공산당의 특성상 이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 대만 대학의 저명한 China watcher 명 거정 교수가 나름의 해석과 추측을 하여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명 교수에 의하면 중국은 이번 무역 협상에서 세 가지 큰 실수를 했다고 한다. 하나는 트럼프를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인 출신으로 과소평가하여 미국 물건을 많이 사주면 만족할 것으로 생각한 것. 하지만 미중 무역 전쟁은 ideology 전쟁이었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고 트럼프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많아 충분히 트럼프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미국은 중국에 관한 한 민주 공화 양당의 인식이 동일하며 중국의 생각대로는 되지 않았다. 두 변째 오판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지지하는 지역과 지지 기반인 농민 등을 공격하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들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강력했다.


명 교수는 이러한 중국의 판단 착오는 작년 8월까지 계속되었다. 명 교수 팀은 작년 1월 이미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인식하고 대만 기업들에게 가능하면 중국에서 주요 자산을 이전하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런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한 기업은 없었다고 한다. 작년 초면 아직 미중 무역 마찰이 궤도에 오르기 전의 일이다. 사실 인민일보 등도 외국 제품 수입을 개방하여 민생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논지를 폈었다. 환구망(环球网) 부편집인 Mr. Liu는 트위트를 하여  "미국이 우리 보고 개혁을 하라고 하지만, 위리는 우리 자신이 개혁을 하려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모두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 가능한 수용하려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명 교수의 판단은 시진핑 주석이 원래는 이번 미중 무역 협상 안에 동의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3월에 열렸던 양회에서 새로운 외상 투자법이 통과된 것. 이 새 외상투자법에는 미국이 요구해온 사항이 반영되었다. 필자의 감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개정안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려 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제조 2025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실제 이제까지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라는 말을 여태껏 다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미국이 반발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를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거론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미국의 요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수용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4월 1일 중국 정부는 미국이 제기한 향정신성 약품에 대한 관리 강화를 실시하는 입법을 한다. 그리고 4월 19일 중공 정치국 회의에서 매우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경제 하강 압력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체계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다. 중국은 이제까지 자국 체계의 우수성을 선전하는 일은 있어도 자국 체계의 문제를 인정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날의 발표는 체계의 개선을 시사하는 말로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구조적 변화'와 상통하는 말이었다. 이어진 4월 26일 일대일로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5 가지 사항을 이야기한다.

시진핑 주석

우리는 국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진지하게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 보다 많은 산업에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민폐가 경쟁성 인하가 되게 해서는 안된다.

국제 협약 하에 구속력 있는 집행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 5 가지는 모두 미중 무역 협상의 최대 쟁점 사항들이었다. 그래서 명 교수는 이를 중국이 의도적으로 기만한 것이라고 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류허 부총리가 11차에 걸친 미중 무역 협상을 매번 웃는 얼굴로 기만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진핑 주석은 갑자기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일까? 명 교수는 이를 시진핑 주석의 본의라기보다는 반 시진핑 압력을 견디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명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제시하고 있다.

4월 6일 이미 은퇴한 후지타오 전 주석이 고향인 장쑤 성 타이조우 시에 성묘 명분으로 방문하였다.

4월 10일 다차원 뉴스 네트워크 (多维新闻网, 중국 공산당의 대외 선전 매체)는 시장 개방 정도와 산업 경쟁 정책 상에 중국은 미국에 대등한 관계를 부여할 수 없다는 글을 발표한다. 명 교수 팀은 이 문장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여태까지의 흐름과는 정 반대 방향의 논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협상해온 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지금껏 사실 상 미국의 요구에 응할 의사가 없으면서 시간을 끌어온 것인가? 그래서 명 교수팀은 이 多维新闻网의 배경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중국의 매체가 모두 완전히 시진핑 주석의 장악 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과연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이럴 수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명 교수의 답변은 수년 전 시진핑이 CCTV에서 한 발언, "당의 매체는 당을 신뢰해야 한다"라는 발언이다. 바로 공산당 내 파벌이 있어 일부 파벌이 장악하고 있는 매체는 시진핑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함의라는 것이다.

다차원 뉴스 네트워크 (多维新闻网)

4월 10일 쩡칭홍(曾庆红)이 장시 성 길안시(江西省吉安市) 고향집에 돌아온다. 이때 쩡칭홍은 상당히 여유 있고 사람들과 자유롭게 접촉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당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수일 후 홍콩 01은 인터넷에서 한 뉴스거리를 보았다면 보도했는데 4월 26일 날자로 웨이보에 올린 사진이었다. 바로 강택민의 사진이었고 시간과 장소는 제공하지 않았다. 그는 강택민 전 주석과 부인이 양조우(扬州)의 한 호텔에 나타났다며 소개했는데 이는 강택민 전 주석에 대한 중국의 1년 반 만의 동정이었다.

5월 12일에는 원자바오(温家宝) 전 총리도 나타났다. 쓰촨의 대지진이 났던 온천(汶川)의 이재민들을 다시 방문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은퇴한 지도자들의 동정은 민주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 체계에서는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명 교수는 설명한다. 중국의 매체는 완전히 공산당에 장악되어 있으며 뉴스 가치보다는 공산당의 규칙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 하나가 일정 직급 이상의 은퇴한 간부들은 마음대로 활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활동이 필요한 경우 중앙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은퇴한 간부가 활동을 했을 경우에는 절대 뉴스에 보도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원칙은 은퇴 간부의 단독 활동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단체 활동, 그리고 중앙이 조직하는 행사에 참석한 경우에만 보도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보도되는 서열이다. 언제다 당과 지도자가 최 상위이다. 문화 대혁명 당시 서열 2위였던 유소기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문 보도 서열이 8위로 내려갔었다. 이는 외부 시각에서는 별 일 아니겠으나 내부 시각으로는 큰 변고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던 것이다. 몰론 현 국가 주석인 시진핑에 관련된 기사나 사진은 당연히 헤드라인에 있어야 한다. 이는 모두 현재 국가 지도자를 최상위에 놓아야 함을 시사한다. 은퇴한 후진타오나 원자바오의 경우 이제까지 중국의 매체에 출현한 것은 손에 꼽으며 절반 이상이 시진핑 주석이 해외 순방 중에만 보도가 되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은퇴한 간부들이 매체에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계파 간 투쟁의 여지가 보인다는 의미이다.


쩡칭홍 등이 매체에 출현한 것은 이렇게 이례적인 일이며 그를 따르는 파벌에게는 매우 흥분되는 고무적인 일이다. 또 은퇴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파벌들에게 나팔을 부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多维新闻网은 시진핑 주석이 무역 협정에 서명할 경우를 대비해 6, 7편의 기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모두 시진핑 주석의 이번 협정을 비판하고 중국 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논조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음으로써 이들 문장들은 게재되지 않았고 시진핑 주석을 칭송하는 글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은 이번 미중 무역 협정에 있어 시진핑 주석에게 가해져 온 압력이 상당히 컸었다는 것이 명 교우의 해석이다.  결국 5월 13일 열리고 15일 발표된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은 무역 협정에 대하여 개인 책임을 벗고 집단 책임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정치국 회의의 참석자는 25명이다. 시진핑 입장에서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부담을 벗고 반대파 입장에서는 그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에 만족하는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진핑이 내부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로써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 입자에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제 격화일로를 겪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이 중국에 가져다 줄 결과를 이들은 해결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더 큰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중국 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협사 내용의 비공개는 미국으로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내 용이지만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아편 전쟁과 팔국 연합군의 원명원 사건이 국가의 치욕으로 기록되어 있는 중국 역사에 불평등 무역 조약을 맺은 국가 지도자로 기록될 수는 없었다는 의미이다.  미중 양편 모두의 입장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고 중국과 미국 모두 자기중심적인 면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과거의 방식이 아닌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두 나라가 충분히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의 우리 자손들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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