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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02. 2020

5중 전회, 전례 없는 인사 변동 없는 대회

10월 29일 중국 공산당의 5중 전회가 끝났다. 이번 5중 전회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과거 연령에 의한 임기제가 있던 때라면 이번에 시진핑 주석의 임기는 끝나야 했다. 그렇기에 후계자 지정 및 기타 지도부를 비롯한 고위직 인사 동향에 관심이 쏠렸다. 다른 하나는 14차 5개년 계획의 내용이다. 이번 5중 전회에서 14차 5개년 계획의 강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전, 하이테크 전, 금융 전 등 상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19까지 겹친 상태에서 중국이 과연 어떤 경제 목표와 계획을 내놓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5중 전회는 너무나도 내놓은 것이 없었다. 우선 어떠한 인사 소식도 없었다. 그만두고 물러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새로운 직무를 받은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후계자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번 5중 전회에서는 절대 후계자 이야기를 거론하지 말라는 지시가 회의 참여자들에게 있었고 미디어들에게도 전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5중 전회에 결석한 사람들이 있어서 필자의 주의를 끌었다. 먼저 신강 위구르 서기인 천췐궈(陈全国)가 결석했다. 천첸궈는 이전부터 위구르족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시진핑 주석의 마음에 들었고 그로 인해 상무위원 승진 설이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었다. 그리고 금년에는 미국에 의해   제재를 받는 중국의 가장 고위급 인사가 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5중 전회에서 어떤 형식이든 보상하는 인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 아마 실망하는 마음에 베이징까지 갈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마침 카슈가르에 137명의 코로나 19 환자가 발생한 것이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http://www.tlfw.net/Info.aspx?ModelId=1&Id=331721

천첸궈 외에 결석한 두 사람의 고위직은 모두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상할 것이 없다. 그 외에 인사 동향이라면 리잔수가 5중 전회 중 자리를 벗어나 다른 행사에 참석한 일이다. 중화권 매체들이 여러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 근거가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리잔수가 5중 전회 중간에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더 이상 리잔수가 나설 일이 없다는 표시이다.

http://www.hbgrb.net/news/GNYW/2020/1028/201028104715B2KD01JFC1AEJ896975G.html

필자는 이번 5중 전회에서는 큰 인사이동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고 그런 예상이 맞았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사실은 필자도 놀랐다. 적어도 상무위원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장관급, 성장급 인사는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체의 인사가 없었다. 어쩌면 그만큼 시진핑 주석의 10년 임기를 넘기는데 만전을 기하고 싶었던 것일 수 있다.


그런데 5중 전회가 종료되고 다음날 언론 보도회에서 새로운 인물이 출현했다. 바로 장진취안(江金权) 신임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다. 장진취안은 기자의 아마도 사전 준비된 질문에 매끄럽지 못한 태도로 답변을 했는데 한 번도 제대로 공개석상에 나타난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답변 중에 이번 인구 조사 중 실시한 중국 공산당 지지 여부 설문 조사에서 무려 95%가 지지를 표명했다며 자랑한 것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자질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하였다.

95%의 지지는 외부 세계에 있어서는 독재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숫자이다.  중국 내부로는 지지를 표명지 않은 사람들이 5%나 나타난 숫자이다. 다시 말해 공산당 지지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누가 왜 했는지도 그 수준과 정치적 역량을 추측할 수 있게 하거니와 설령 그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 수치의 정치적 함의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이렇게 세계의 눈이 집중되어 있는 공식석상에서 자랑스럽게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앙정책연구소 주임이라는 자리는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건의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동시에 3대 국사로 불리는 왕후닝이 지난 18년간 유지해온 자리이기도 하다.   


왕후닝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왕후닝의 학문적 수준에 대한 의심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인 장진취안의 학문적 수준에 대한 의혹은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의 공개 경력에 학부나 석사애 대한 정보는 없고 박사 학위만 덩그러니 연도도 없이 제시된 점, 많은 학술 저술을 했다는데 학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점, 공개된 저술들은 모두 선전물인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필자는 장진취안의 인사에 대해서는 그 초점을 왕후닝이 주임 자리를 내놓은 것에 맞추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왕후닝은 상무위원이다. 만일 장진취안이 왕후닝의 뒤를 이을 만한 인물이었다면 정책연구실 부주임을 지낸던 시절 지금쯤 적어도 중앙위원이나 후보 위원 정도는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장진취안은 후보 위원조차 아니다. 따라서 장진취안의 주임 승진은 왕후닝이 주임 자리를 내놓아서 발생한 일이며 앞으로 정책연구실의 위상이 과거 왕후닝 시절 같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강요 준비 회의를 주재하는 리커창 총리

중국은 권력 현실에 충실한 나라다. 국가의 전략과 계획은 인사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주요 포스트를 어떤 인물이 어느 정도의 권력과 함께 담당하느냐에 따라 해당 사업의 성패와 성과가 좌우된다. 이번 5중 전회는 이런 인사 이동 없이 14차 5개년 계획에 대한 공보를 발표했고 이제 리커창 총리가 구체적인 강요(纲要)를 들고 있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이 강요는 미국 대선 결과가 확정적이 되는 시점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인사를 해야 한다면 아마도 이 대선 결과 이후 대대적으로 단행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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