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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4. 2019

오가륭 가설: 중국 경제 파탄은 일어날까?

3 단계에서 4 단계로 진행 중

앞서 대만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의 몇 가지 가설을 소개하였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미중 무역 전쟁을 단지 두 나라 간의 이슈가 아닌 주변 국가와의 상호 연관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점과 미국이 처음부터 장대한 전략과 작전을 그려 놓고 진행되는 장대한 드라마라는 점이 그러한 주목을 받게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가륭의 다른 가설들은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반해서 4 번째 가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고 있다. 성경을 본떠 오가륭 계시록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가륭이 예언한 내요을 다시 한번 소개한다.


오가륭 가설 4: 중국은 경제 파탄에 이를 것이다.

미중 무역 협상의 영향이 증대될 경우 오가륭이 예상하는 중국 내 상황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 1 단계: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간다.

- 2 단계: 위안화가 절하된다.

- 3 단계: 제조업이 중국 밖으로 철수하고 이로 인한 실업 사태가 온다.

- 4 단계: 부동산 버블이 터질 위기에 다다른다.

- 5 단계: 중국이 경제 파탄에 이를 경우 아무도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전제가 눈에 띈다. "미중 무역 협상의 영향이 증대될 경우:"라고 했다. 즉 "이제까지 진행되어 오던 미중 무역 협상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라는 전제로 생각해야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오늘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한 화이트 페이퍼를 발표하였다. 이 내용은 단 한마디로 요약된다. 미국과의 협상이 미국 측 잘못으로 무산되었으며 협상은 결렬되었다는 것이다.

https://mbd.baidu.com/newspage/data/landingsuper?context=%7B"nid"%3A"news_9835955164816573022"%7D&n_type=0&p_from=1


발표자가 상무부 차관인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유쾌하지 않고 자칫 최종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시진핑 주석이 발표할 수는 없다. 이번 무역 협상 내내 배제되었던 리커창 총리가 발표 할리도 없다. 미국과의 협상 타결안을 만든 류허 부총리가 발표할 리도 없다. 연일 포문을 열었던 외교부의 왕이 장관이 발표하기도 모양새가 안 나온다. 결국 차관급이 하는 것이다. 상무부 王受文 차관이 국무원 언론실을 통하는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다시 말해 이 발표를 해야 할 가장 높은 직위의 관료가 발표한 것이다. 외교부의 대변인 발표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중국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의미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었으며 그 잘못은 미국에 있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그뿐이랴. 어제는 인민일보가 라는 논설을 내었다. 여기서 사용한 표현이 ""이다. 지난 세 번의 전쟁 전에 발표했던 표현이어서 사실 상 선전포고에 가까운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오가륭 가설의 전제는 성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1 단계: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간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경제 하강, 불경기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 성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간다라고 한 부분이다. 왜 "믿음"을 지목했을까? 경제 하강이나 불경기는 오지 않는다는 뜻일까? 설마 하니 경기는 좋은데 중국 경제가 파탄이 나는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두 가지 의미 중 하나 또는 전부일 것이다.

하나는 경제 하강이나 불경기가 와도 중국 정부나 매체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데이터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일 수 있겠고 필자는 아마도 후자 쪽이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제 하강 국면이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필자는 일단 오가륭의 이 말은 경제가 악화되며 사람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고 보았다.

경기 동향을 보여 주는 신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GDP와 PMI다. 중국의 1 사 분기 GDP는 6.2% 성장으로 매우 우수하지만 제조업이 가라앉은 것이 문제다.  5월 Business confidence와 제조업 PMI는 공히 49.4를 기록하였다. 비 제조 분야에서는  54.5가 나왔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인 인프라 건설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두 달 연속 PMI가 50%를 밑도는 것은 중국에 있어 주의할 만한 수준이다.

https://tradingeconomics.com/china/indicators

또 하나 수상한 것이 있다. 물가라고 해도 좋고 식량이라고 해도 좋다. 북경은 여간해서는 경기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도시이다. 하지만 금년 식품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 거주자의 한 사람인 필자에게도 느껴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의 물가는 2.5% 올랐다. 그런데 식품 물가는 6.1%가 오른 것이다. 비식품 물가는 2.9% 상승하였다.  식품 중에서도 야채류의 가격이 무려 17.4%가 올랐다. 원인으로는 작년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및 재고량 감소가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작년 재고량이 그렇게나 부족했다면 수입을 했어야 옳은 일이다.


미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반 중국계 교수 씨에 치엔(谢田)에 따르면 미국의 돼지고기 수입을 무역 제재의 일환으로 금지하고 수입선을 러시아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 돼지 아프리카 열병이 번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돼지에서 소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결국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무려 14.4%가 올랐다. 그것도 정부 통계 기준으로 말이다.


미국 대두의 수입선을 브라질로 변경한 것도 식품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미국으로부터 대두를 수입하던 과거의 추세가 있어 브라질로 수입선을 변경할 경우 남반부에 있는 브라질의 속성 상 대두 수확기가 6개월가량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이 시차가 그대로 중국 내 대두 수요처에게 공급 부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의 물가 중에 대두, 밀, 돼지고기, 야채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이들이야 말로 기층 민중의 최저 생활 조건을 규정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야채와 돼지고기의 가격이 14~17%가 오른다면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가 걸리게 된다. 필자는 이런 몇 가지 일만을 가지고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과 징조는 나타나고 있으나 그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이 말이 되고 안 되고는 그다음의 이야기이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면 정부는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안 나오고 있다는 것은 중국 정부 내에 아직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미중 무역 협상 결렬 시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은 1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을 터이므로 시간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이른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중국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보다 객관적일 것이다. 


2 단계: 위안화가 절하된다.

위안화 절하의 이야기는 지난 1년간 계속되어 왔다. 사실 돌이켜 보면 1997년의 IMF 사태 때나 리만 브라더스 사태 때에도 위완화 절하 시나리오는 제기되어 온 바 있다.  이번에도 당연히 위완화의 절하가 예상되었고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절하되느냐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https://www.google.com/search?q=rmb+%ED%99%98%EC%9C%A8&oq=%EB%81%84%E3%85%A0%5D&aqs=chrome.1.69i57j0l5.5936j0j8&sourceid=chrome&ie=UTF-8

그런데 위안화는 사실 상 중국 정부가 개입하고 있으므로 중국 정부의 정책 의지가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번 미중 무역 전쟁과 같은 거대한 환경 하에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 수단과 시장 간의 싸움이 된다. 중국 정부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바오치(保七)', 즉 7.0 선을 사수할 것임을 표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 사력을 다하여 7을 방어하고 있다.

대만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율이 7을 돌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2000억 달러 상당 관세 부가가 효과를 나타내면 7.2 수준, 그리고 잔여 3250억 달러 상당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 7.4 정도를 보는 것 같다. 오가륭은 이에 그치지 않고 8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렇다면 오가륭이 예언하는 "환율이 내려간다"의 기준은 적어도 7.4와 8의 중간인 7.7 정도는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환율 측면에서는 오가륭 조건의 충족은 아직 멀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3 단계: 제조업이 중국 밖으로 철수하고 이로 인한 실업 사태가 온다.

제조업이 중국 밖으로 철수하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특히 미국, 일본, 대만 기업이 경우가 그러하다. 홍콩 South China Morning Post에 의하면 심지어 중국 국영 기업들도 원래 일대일로를 위해 베트남에 조성한 유일한 국영 공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일부 외국 기업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생산 기반을 이전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시간이 걸리며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제공하는 외국 기업 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대략적인 추이를 알 수 있다.


연월                    2018년 12월    2019년 2월        3월           4월

외국 기업수        47736                46249            46252        46256

증감                -1487                    3                3            4


다시 말해 작년 연말에 1500여 개의 외국 기업이 빠져나가 외국 기업 중 3.12%의 기업이 빠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로는 설립하는 외국 기업과 철수하는 외국 기업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 통계를 그대로 믿는다 핵도 중국에 투자하거나 진입하는 외국 기업은 이제 기본적으로 없어졌다고 보아도 될 듯하다.  


4 단계: 부동산 버블이 터질 위기에 다다른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 것"이 아니라 "터질 위기"라고 했으므로 오가륭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전에 파탄이 온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일단 중국의 관영 매체 쪽인 사회과학원의 예상을 보면 금년 중국 부동산 투자액은 6.8% 증가를 예상한다. 하지만 판매 면적은 다소 줄어들어 0.35%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평방미터 당 9206 위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격이 맞는다면 약 7.6%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는 계산이 된다. 게다가 일부 도시에서는 가격 상승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중국 정부의 통화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더 이상 통화를 늘리기 어려운 하반기가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공실률이 갑자기 높아지는 현상도 보인다고 한다. 이미 우한, 장사, 칭다오 등을 포함한 중국 주요 17개 도시의 공실율이 20%를 넘었다. 이는 중국 부동산의 버블이 이미 IMF 시기의 홍콩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증거라고 민간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아직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아마도 주강 삼각지대에서는 심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북방에서는 아직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여파, 그리고 부동산의 여파는 피부에 닿지 않는다. 여전히 부동산은 비싸고, 베이징과 같은 도시는 외지인들이 밀려들어 주택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4 단계에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5 단계: 중국이 경제 파탄에 이를 경우 아무도 구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 단계는 이미 예언이 구현된 단계이다. 일단 중국 경제가 파탄이 나야 누가 도울지 짐작이 갈 텐데 아직은 거리감이 있다. 현재 단계는 잘 보아서 3 단계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4단계도 일부 지방에서는 그 조짐이 있다고 하겠다.


필자가 소개한 오가륭 가설은 많은 분들의 주의를 끌었다. 특히 유튜브에서 더 열띤 반응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가설 보다도 그런 가설을 포함한 많은 시나리오를 우리가 설정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또 그 시나리오마다 대응하는 contingency plan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나라 차원에서 이런 플랜이 준비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필자 개인 차원에서 플랜을 만들라면 너무 한심하다. 개인으로서의 필자가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여러분들께 하소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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