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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2. 2019

대만이 묻는다-한국은 대만과 연합할 용의가 있는가?

대만의 과기도련(科技岛链) 반도체 연합 제안

대만의 저명한 전자시보 사장인 黃欽勇이  금년 3월과 5월 대만의 여러 TV 프로그램에 나와 대만-한국-일본을 연결하는 과기도련을 제시했다. 과기도련이란 "과기", 즉 과학 기술 하이테크를 말한다. "도련"은 섬을 잇는다는 의미로서 현재 중국이 서태평양 진출을 하며 소위 제일도련, 제이도련 등의 말을 쓰는데서 가져온 것 같다.

전자시보 사장 黃欽勇은 대만의 전자 및 컴퓨터 산업의 부흥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한 정부 기관에서 일을 했으며 한국의 원광대학에 유학하여 석사를 취득한 한국통이기도 하다. 그는 주로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산업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해온 정보통이며 정책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제시하는 ㄱ솨기도련은 한국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현재는 전자시보, 그러니까 우리의 전자신문과 같은 신문사의 사장으로 있다. 우리는 그의 이러한 제안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먼저 그의 생각과 배경을 설명하겠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의 58%를 소비하고 있다. 중국 국내에서 생산하는 규모는 연간 237억 달러 수준이다. 이 둘을 합하면 2511억 달러 규모로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58%를 점유하는 것이다. 먼저 중국의 전자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화웨이, 샤오미, 렌샹 등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생산에 사용하는 비중이 36%이며 일본, 한국, 대만 기업들이 사용하는 비중이 22% 정도이다. 다시 말해 전 세계 반도체의 58%를 중국의 공장에서 사용하는데 그중 36%는 중국 기업, 나머지 22%는 일, 한, 그리고 대만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태는 자연히 중국 대기업들에게 더 큰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져온다. 중국 대기업이 필요로 하면 거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 확대를 걱정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반도체의 사장 상황은 꼭 갑의 논리로 생각할 것은 아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반도체가 석유 등 에너지 자원보다 더 큰 규모의 전략 자산이 된 지가 오래다. 중국이 기술 원천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이상, 이는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기를 쓰고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려는 이유이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라는 것이 시간과 존을 투입한다고 간단히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설립된 상해의 中芯国际는 당시 강택민의 아들 江绵恒과 대만 최대 재벌 王永庆의 아들 王文洋이 합작하여 화제가 되었었다. 이들은 금년 14 나노 생산기술을 적용하여 금년 내에 양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黃欽勇에 의하면 28 나미보다 선진 기술을 적용한 제품 매출은 이 회사 매출의 3%도 되지 않는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적으면 수익성이 좋을 수 없다. 14 나노의 공정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회사가 바로 이번에 뉴욕에서 자원 상장폐지를 신청한 SMIC이다.)

하지만 삼성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의 TSMC는 이미 7 나노 공정을 구현했거니와 5 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후발의 중국이 이러한 최첨단 기술을 단 기간에 쫓아올 가능성은 적다. 이는 단순히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해당 기술을 돌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에 충분한 현장, 개발, 그리고 착오의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이 신 기술을 창안하여 반도체 설계를 하여도 이를 생산해 주어야 할 FAB은 대만이 2/3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가공 주문의 18.5%는 중국 기업이 고객이다. 대략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이다. 이는 대만의 반도체 설계 시장의 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한다. 대만의 일위의 반도체 설계 회사는 1987년 설립된 杨智이다. 3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된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설계 경험은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수단은 전통적으로 중국 정부가 성공해 온 다른 산업과 동일하다. 바로 "자국 시장 규모"와 "국가 자본"의 활용이다. 중국은 자신 만으로 충분히 큰 시장 규모가 되므로 경쟁을 통해 소수자들이 승자를 결정하는 게임의 룰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왔다. 강철, 조선, 자동차, 전지 등. 


대만과 한국은 상당히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나라다.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을 해 온 반면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 왔다. 한국은 4천억 달러 규모의 외채를 안고 있는 반면 대만은 4천억 달러 규모의 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조세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만은 전세게에서 가장 낮은 조세 부담을 하는 국가이다. 한국은 리스크 테이킹 성향이나 대만은 리스크 어보이딩 성향이 강하다. 이런 양국의 차이는 비록 외부에서는 유사한 국가로 상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두 나라의 금융 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하는 이유이다. 환율 변화 또한 서로 상반된 동향을 보이는 일이 자주 있다.

대만은 2018년 수출에서 대중국 비중이 41.2%였다. 5월 현재 대만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38%로 급격히 떨어졌다. 대만은 대중국 수출 감소 분을 대 미국 수출을 20% 증가시킴으로써 극복하였다. 우리나라가 중국 수출 감소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그런데 미국 말고도 대만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째서 대만의 대한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가? 黃欽勇에 따르면 그것은 한국이 초대기업 위주로 사업을 하고 세그먼트별 솔루션을 가진 중소, 중견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보유 기술을 여러 고객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그늘 아래서는 성장하지도 못한다. 결국 한 대기업에게 완전 종속되어 생존은 할지언정 글로벌 레벨의 성장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파트너십이 존중되는 대만의 기업 문화에서는 이들 전문 기업들이 대기업과 잘 협력하고 있다. 이제 수십 년간 한국의 대기업이 초래한 중견 기술 기업의 공동화 부분을  대만 기업이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스마트폰과 같은 주요 품목은 한국의 대기업이 장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산업용 컴퓨터, 치공구, 부품, 소모품, 연결 부속품 같이 주요 기술로 여겨지지 않지만 하이테크 산업에 꼭 필요한 상대적으로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은 소수인 것이다. 바로 이 자리를 대만 기업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금년 1월 1일 현재 글로벌 TOP 10 하이테크 기업을 보면 6개가 미국 기업, 중국이 텐센트와 알리바바로 2개, 그리고는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가 각기 하나 들어가 있다. 그리고 2018년 12월 31일 자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분포를 보면 306개다. 이중 미국 기업이 49%, 중국 기업이 27%, 그다음은 영국과 인도가 각각 5%를 차지하였다. 대체로 미국을 축으로 하는 영어권과 중국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하이테크 기업들의 소위 "생산" 또는 "제조"의 개념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향후 글로벌로 100개 정도의 GIGAFACTORY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GIGAFACTORY가 필요한가? 과거 전통적 자동차 기업은 수입의 79%가 차량 판매에서 왔다. 그리고 21%가 A/S 등의 서비스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래의 자동차 기업의 수입은 40%가 서비스에서 나올 전망이다. 자동차에도 여러 가지 APP와 서비스가 적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GIGAFACTORY가 많아지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 커스터마이즈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고객군에 맞추어 차별화 도는 서비스의 개발과 구현이 중요해진다. 결국 한 기업의 경쟁력을 데이터 처리가 좌우하게 된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Synopsys Cadense 등의 초일류 반도체 설계 툴을 연계하여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보다 빠른 처리 시간을 무기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의 고도의 하이테크 회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키보드 제조 기업을 보자. 저가의 키보드를 만들고 그 생산 규모를 키워가는 것은 용이하다. 하지만 매월 수백만 개를 생산하며 키보드 상의 언어는 수십 종이고 문자는 수백 종이라면 이미 더 이상 단순한 키보드 제조가 아니다.  그래서 한 대만의 기업가는 하이테크 기업은 하이테크 한 관리를 하는 기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이제는 모든 백 오피스의 기능과 판단이 클라우드를 통하고 있다. 영업 데이터 분석부터 대고객 서비스까지. 데이터의 중요성은 지속 증가하고 데이터의 비용은 지속 감소하고 있다.


대만은 과거 OEM 중심으로 산업이 구성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이미 ODM 중심으로 넘어가 있다. 여기서 ODM의 O는 이미 Order의 "O"가 아니다. Original의 "O"이다. 대만 기업의 영업 방식은 여러 아이디어의 제품을 먼저 구상 또는 구비하고서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변모하였다.  대만은 현재 산업용 컴퓨터, 머더보드, 서버 등에서 세계적이다. 향후에는 이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위한 전용의 프로세서, 전용의 서버를 설계, 개발하여 공급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대만은 현재 상장 기업 중 전자 쪽만 800여 개가 있다. 이들의 연간 매출액을 합치면 6903억 달러이다. 한국 정부 예산이 470조 정도임을 비교해 보면 결코 적은 힘이 아니다.  대만의 연간 반도체 매출액 920억 달러보다 훨씬 많다. 특히 하이테크 분야 구석구석 필요한 부품류들을 망라하여 제조하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한국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과의 협력이 가능할 것인가? 단순히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 사는 수준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이 시기에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협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에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제품과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현재는 많이 퇴색했지만 센서, 기타 전문 반도체 등은 아직도 세계 제일이다. 굶어 죽은 낙타라도 말보다는 크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대만에 일본을 합치면 사실 상 전 세계 하이테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를 완전히 장악하는 형상이 된다. 이렇게 제일도련(한국, 대만, 일본)이 협력하면 새로운 하이테크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포지셔닝할 수 있다. 새로이 개편되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핵심 링크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黃欽勇의 생각은 대체로 이러하다. 물론 필자가 그의 생각을 오해하거나 왜곡한 면이 아주 없다고는 못 하겠다. 중요한 것은 대만과 같은 작은 나라에서 앞서 필자가 소개한 것처럼 "중간 지대 전략"이라는 국가 산업 전략이 기업인에 의해 제기되기도 하고 黃欽勇같은 반관반민 출신의 언론인이 제기하는 "한/대./일 제일도련 연합 전략"이 나오기도 한다는 데 있다. 과연 우리는 급변하는 미중 무역 전쟁과 이후 아마도 둘로 갈라질 세계 경제의 블록화에서 미국을 선택해야 하나 경제 의존도는 중국이 더 높은 현실을 어떻게 타결할 것인가? 과연 누군가 대응 전략을 세우고는 있는 것인가? 대만이 묻는다 "한국은 대만과 연합할 용의가 있는가?"라고 말이다. 

대만이 묻는다-한국은 대만과 연합할 용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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