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싱의 공헌일까?
미국이 화웨이를 연일 공격하고 있는 요즘 세계 각국들도 5G를 맞이하여 화웨이에 대한 정책에 부심하고 있다. 영국에는 다 수의 통신 사업자가 있다. BT, EE, Vodafone, Three, O2, Virgin, TalkTalk 등과 기타 다수의 별정 사업자들이다. 이중 이번에 하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한 회사는 EE이다.
소위 Five Eyes 중의 하나이며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영국이 미국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5G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한 배경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 화웨이의 5G 참여 허용을 결정한 나라는 영국 만이 아니다. 프랑스도 화웨이의 참여를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고 말레이시아도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는 상당수가 이미 화웨이에게 5G 설비를 발주한 상태이다.
가장 앞서 화웨이의 5G를 도입한 것은 EE이다. EE는 5월 30일 영국의 6개 도시에 5G를 화웨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시작했다. 런던, 카디프( Cardiff) 에든버러, 벨파스트, 버밍햄 그리고 맨체스터이다. 연말까지 노팅엄, 쉐필드, 리버풀, 헐, 리즈, 뉴캐슬과 글래스고우 등 16개 도시에 확산된다. 내년에는 50개 도시까지 확산될 계획이다. 이렇게 EE는 화웨이와의 협력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화웨이, 그리고 중국 정부는 승리의 나팔을 소리 높여 불고 있다.
하지만 5월 30일 EE는 ARM이 하웨이에 안드로이드 협력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을 당분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잠정 조치인 데다가 단말기는 사용자들의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EE의 모기업인 BT가 자사 4G 네트워크의 코어 부분에서 화웨이의 시스템을 제거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 또한 네트워크 안전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7월 3일부터 영국 내 7개 도시에 5G 서비스에 들어가는 Vodafone도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같은 이유로 배제했다. 결국 일반 사용자들의 눈에 화웨이 로고가 보일 일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중화권에서는 홍콩 갑부 리카싱이 영국의 화웨이 허용 뒤에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EE의 소유주가 리카싱이어서 그가 중국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리카싱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이어서 홍콩에서도 철수한 후 영국에 투자한 것에 대해 그동안 중국의 네티즌들은 먹튀라며 비난했었다. 하지만 영국에 화웨이가 들어갈 수 있게 해 준 것이 리카싱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다시 구국의 영웅(?)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리카싱이 관여했는지 여부는 전혀 정규 매체에는 거론된 바가 없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화웨이 허용 과정을 살펴보면 화웨이 5G 시스템의 도입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 MI6의 책임자인 Richard Dearlove 경 같은 사람은 영국 정부가 화웨이 허용을 재고해야 한다고 하였고 현 MI6 책임자 또한 화웨이 허용을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화웨이를 허용한 것은 테레사 메이와 일부 장관들이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정보 부처나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왜 화웨이 도입을 허용했는가 라는 의문이 있었다. 알고 보니 현재 화웨이 5G의 허용은 최종 결정이 아니었다. 임시적으로 화웨이 5G를 허용한 것인데 이것은 정식 허용이라기보다는 곧 사임하는 테레사 메이 총리의 입장에서 자신이 결정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테레사 메이 총리 입장에서는 화웨이의 백도어 등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또 EE의 기술 부서에서는 나름의 논리를 폈는데 바로 '코어'에는 화웨이 시스템을 배제하고 '에지"에만 화웨이 5G를 사용하겠다는 것이 주장을 하는 상황에서 '증거 없이 단지 우려' 만을 가지고 거부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우 화웨이 시스템을 '에지'에만 쓰겠다는 것은 실제 정보 처리가 일어나는 교환기와 백본 시스템에는 화웨이 설비를 사용하지 않고 정보 처리할 일이 없는 기지국부터 가입자 단말기까지의 구간에만 화웨이 설비를 사용하겠다는 논리이다. 이 아이디어는 잠시의 시간 지체도 어려운 속도가 생명인 5G에서 '에지'에서 스파이 행위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것과 설령 스파이 행위가 일어나더라도 '지능'을 갖춘 '코어'에서 다룰 수 있다는 나름 설득력 있는 논리이다.
이 논리는 리카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연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자 하는 EE와 실제 '코어'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BT가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이 논리라면 EE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한편으로 BT는 화웨이 장비를 들어내는 광경이 설명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과거에는 '지능을 갖춘 코어'와 '지능이 없는 에지'라는 개념이 통할지 모르나 앞으로 5G 시대의 통신망에서는 서비스 기능이 5G의 고속에 대응하는 처리 속도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코어'에 있을 기능이 이제는 '에지'로 내려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코어' 부분과 '에지' 부분으로 나누어 보는 견해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필자가 막상 영국의 매체들을 조사해 보니 영국은 아직 공식적인 5G 화웨이 참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물론 EE가 이미 무선 구간에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했지만 말이다. 테레사 메이 다음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 NSA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여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다음 총리 후보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5 Eyes의 대표 주자이며 지금 남중국해에 항공모함을 보내고 있는 영국이 과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캐나다, 뉴질랜드, 그리고 누구보다도 호주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오늘 러시아가 화웨이를 도입하여 5G 서비스를 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왜 아니겠는가? 미중 무역 전쟁 중에 화웨이는 이미 중국 하이테크의 상징이 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서 러시아가 화웨이를 도입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다. 사실 두 나라가 연합하여 미국에 대적하자는 것이 시진핑 주석의 의도일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어느 정도까지 중국을 지지할지는 미지수이다.
왜 영국은 이런 복잡 다단한 상황을 초래했을까? 처음부터 화웨이를 배제하면 간단한 일이다. 필자는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의 다음 말이 사실은 모든 국가 지도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화웨이 같은 큰 회사에 영향을 주기에는 작은 나라이다. 그들은 말레이시아 국가 연구 개발 능력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 스파이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말레이시아에 스파이 할게 뭐가 있나? 우린 오픈북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