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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8. 2019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

누가 그렇게 말했나?

최근 미국이 발표한 인도-퍼시픽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표현했다 하여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이 바뀐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JTBC는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을 보고서 30 페이지의 특정 부분이라며 지적했는데 아래 부분이다.


As democracies in the Indo-Pacific, Singapore, Taiwan, New Zealand, and Mongolia are reliable, capable, and natural partners of the United States. All four countries contribute to U.S. missions around the world and are actively taking steps to uphold a free and open international order. The strength of these relationships is what we hope to replicate in our new and burgeoning relationships in the Indo-Pacific.


확실히 countires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데 country라는 말이 정확하게 국가라는 말인가? 필자가 알기로는 어느 특정 지방을 나타낼 때도 country라는 표현을 한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캠브리지 사전에 의하면 country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an area of land that has its own government, army, etc. 즉 독자적인 정부와 군대를 가진 지역을 나타낸다. 그러니 국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가'라고 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어느 국가의 반군 지역에 들어간다면 country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라고는 안 한다고 할 수 있다.

land that is not in towns, cities, orindustrial areas and is either used for farming or leftin its natural condition 즉 시골이라는 뜻이다.

an area of land considered in relation to aparticular feature 앞서 1, 2는 미국식 영어에서도 같은 의미이지만 이 세 번째는 영국식 영어에서만 쓰는 모양이다. 특정 성격에 관계되어 있는 지역을 말한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 컨츄리 같은 말은 셰익스피어의 영향권이 짙은 지역이라는 의미가 된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국의 전략 보고서에 사용된 country라는 단어는 비록 국가라는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지만 국가라는 의미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이에 대해 Randall Schriver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질문에 직답을 피하고 다른 대답을 하였다고 보도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계산된 표현이다. 바로 '국가'와 다름없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공식적으로 '국가'라고 했느냐고 물으면 빠져나갈 수 있는 표현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모호성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일 대만을 국가로 표현하려고 했다면 한국을 Republic of Korea라고 표현했으므로 대만도 Republic of China로 표현했어야 옳다. 따라서 아직은 대만을 국가로 호칭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솔직히 필자는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는 SCMP의 경우 아래와 같은 기사를 내고 우리 한국 언론들도 별생각 없이 받아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013497/latest-move-likely-goad-beijing-us-defence-department-report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대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만 언론들도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며 난리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에 특히 외교나 전략 방면 전문가들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경계한다. 반면 국방 쪽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보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하는 일이 많다. 어느 쪽이든 미국이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을 중국에 보였다고 보는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만일 미국이 의도적으로 대만 카드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에 보여 준 것이라면 Randall Schriver  차관보가 SCMP의 질문에 준비된 대답을 했을 것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필자는 이 SCMP의 질문이 Randall Schriver차관보가 예상했던 질문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답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의도된 대답'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상 사용하는 NCND 등의 여러 수단이 있는데 굳이 질문과는 다른 대답을 하는 것이 '준비된 답변'이었을까? 필자는 역시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은 꽤나 일관성이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은 지금은 마치 중국의 대만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정책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실상 그런 것은 아니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헨리 키신저 장관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열면서 중국만을 인정하라는 대륙의 요구를 '공산당이던 국민당이던 대륙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라는 정도로 타협을 한 것이었다. 따라서 남북한 관계로 설명하면 '한반도는 한 나라다' 정도의 정책인 것이다.


최근에 와서 대만에 대한 중국 대륙의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은 대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대만 관계법, 대만 여행법, 대만 보장법 등이 그것이다.  이중 대만 여행법과 대만 보장법은 트럼프 행정부에 와서 취해진 조치이다. 작년에 발표된 대만 여행법은 대만과 미국의 공직자들이 상호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법으로서 그동안 미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대만 관료들의 미국 방문이 가능하게 된 법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이 발표한 대만 보장법(Taiwan Assurance Act)은 미 상원이 반대 없이 통과시켰는데 미국이 대만의 방위를 위하여 무기를 공급한다는 것, 그리고 대만이 UN 산하의 기구(예를 들어 WHA 등)에 가입하도록 지원한다는 것, 그리고 통상 조약을 맺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물론 중국 대륙은 반발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 법에 근거하여 대만에 108대의 M1 A1  탱크를 비롯, 대만이 보유하고 있는 F16을 스텔스 기능을 강화하고 최첨단 전자 장비를 장착하는 F16V로 업그레이드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군사력이 약한 국가가 아니다. 적어도 전 세계 랭킹 20위 안에 들어가며 특히 자주 개발한 미사일 시스템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의 미사일보다 그 사정거리, 정확성, 전자전 능력 등이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였다"라는 것은 대 사건으로서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이번처럼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모호한 표현으로 중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필자의 견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기를 바란다. 만일 필자가 옳다면 국내 정규 매체들도 조금은 진중하게 팩트 체크를 하며 보도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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