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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13. 2021

중국, 경제가 정부 마음대로 안되는가?

중국 상하이의 루자쭈이(陆家嘴)에서는 매년 이맘쯤 금융 포럼이 열린다. 상하이의 강변에서 열리기 때문에 영어로는 Bund Forum이라고 부른다. 이 포럼에는 중국 금융 당국의 최고위직들이 참석하며 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중국에 관심이 있거나 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체크해두어야 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작년 이 포럼에서 중국 금융 당국은 입을 모아 금융 시스템 성 위기를 경고했고 금융이 실체 경제에 기여해야 함을 역설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당국의 일치된 정책 발표에 정면으로 비난을 한 마윈은 그 후 앤트 그룹의 IPO 중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법 조치, 최근에는 유사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 분리하여 금융 지주 회사 설립을 하고 모든 금융 규제를 받도록 조치된 바 있다.

궈수칭(郭树清)

그런데 금년에도 심상치 않은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행 보험감독위원회 궈수칭(郭树清) 주석이 지난 6월 10일  투자자들에게 금융 파생 상품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통화, 금 또는 기타 상품을 선물로 투기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불패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도 했다. 이미 중국의 주요 은행들은 유, 천연가스, 대두 같은 실물 선물 거래 상품을 중단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6-10/china-top-regulator-warns-against-risks-in-financial-derivatives?srnd=next-china


일반적으로 금융 당국의 고위직의 발언이 있으면 여기서 정책 당국의 의도를 읽고 정부의 다음 단계 조치를 짐작한다. 그런데 궈수칭의 이번 발언은 앞으로 금융 상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상품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어서 이전과는 구별된다. 이런 논조는 판공셩(潘功胜)의 발언에도 이어진다. 인민은행 부행장인 그는 위안화의 절상에 배팅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위안화의 절하에도 배팅하지 말라고 했다. 다시 말해 위안화의 절상이든 절하든 배팅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말투가 매우 거칠어서 듣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1-06-11/dont-bet-on-the-yuan-if-you-dont-want-to-lose-money-forex-chief-warns-101726379.html


궈수칭의 발언 이틀 후인 6 월 12 일 중국 주택 및 도시-농촌 개발부 산하의 "중국 부동산 뉴스"는 "부동산 투기꾼들은 그들의 환상을 포기할 때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억제되고 주택 가격 상승은 필연적으로 조정의 주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억제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https://cn.reuters.com/article/%E4%B8%AD%E5%9B%BD%E4%BD%8F%E5%BB%BA%E9%83%A8%E4%B8%BB%E7%AE%A1%E5%AA%92%E4%BD%93%E2%80%9C%E8%A7%A3%E8%AF%BB%E2%80%9D%E9%83%AD%E6%A0%91%E6%B8%85%E8%AE%B2%E8%AF%9D%EF%BC%8C%E2%80%9C%E7%82%92%E6%88%BF%E8%80%85%E6%98%AF%E6%97%B6%E5%80%99%E6%94%BE%E5%BC%83%E5%B9%BB%E6%83%B3%E4%BA%86%E2%80%9D-idCNL3S2NU04O


그러니까 이들의 발언 내용을 종합하면 부동산 투자하지 말고, 외환 투자하지 말고, 실물 선물 거래하지 말고, 각종 금융 파생 상품 거래하지 말라는 말이 된다. 그럼 투자자들 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남은 곳은 주식 시장일 것 같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일관되게 금융은 실체 경제에 서비스해야 한다고 했으니 금융 서비스는 실체 경제를 하는 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중국 금융 당국의 이런 발언들에서 무엇인가 당국의 의도대로 중국 경제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해본다. 원래 시장과 자본은 자유롭게 유동하는 것이다. 만일 경제가 이상 없이 움직이고 있다면 이렇게 옴짝 달짝 못하게 사방을 막는 발언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조짐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달러의 약세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중국의 5월 생산자 물가 지수는 무려 9%가 폭등하였다. 국내에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인지세가 올랐다. 인지세가 오르면 결부되어 있는 여러 세금이 오르게 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식거래에 붙는 인지대이다. 중국의 주식 시장 규모에 거래세가 붙으면 엄청난 금액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세를 주 대상으로 하는 재산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모두 세원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모두 중국 경제가 그리 순탄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재미 반중 학자 청샤오농(程曉農)은 중국의 경제 전망을 매우 비관하고 있는데 그의 비관 근거는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두 마차로 불리는 수출, 투자, 소비 등의 전망이 모두 어둡다는 데 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매년 25%의 성장률을 보여 왔다. 하지만 청샤오농은 전 세계의 취업 인구 중 중국이 26%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말하자면 기타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은 전 세계 무역 규모 중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보다도 수출 비중을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SIDzXBkEA&list=WL&index=10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2008년부터 2018까지 10년 동안 세계 수출의 11.5%에서 16.2%까지 성장하였다. 그래서 2008년 최대 시장 블록이던 EU의 비중을 16.8%에서 15.8%로 낮추며 추월해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 세계 수출 규모 속의 중국의 비중을 볼 때 더 이 비중을 높여가는 것은 한계 효용 체감이 아니러라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중국은 심각한 취업난에 직면해 있고 인구 또한 노령화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이제 중국으로부터 생산 거점을 철수하는 리쇼어링 또는 보다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그러니 중국의 수출이 펜데믹 상황 하에서는 어떻게든 유지되겠지만 점차 시간이 갈수록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인프라 투자이다. 부동산, 기간 시설 토목 프로젝트, 고속철 등의 투자로 구현되는 이러한 인프라 투자는 대략 21세기에 들어오면서 2008년의 리만 브라더스 사태와 함께 확대되어 왔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정부 예산 내에서만 시행된 것이 아니라 대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며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청샤오동은 이런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당시 18~20%였지만 2013년, 2014년 경에는 이미 35% 수준까지 확대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2014년 부동산 투자 규모가 GDP의 21%에 달했다고 한다. 청샤오농은 중국이 수출로 부족한 GDP 성장 부분을 이렇게 토목 건설로서 만들어 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청샤오농 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이런 인프라 건설을 GDP 제조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검증을 위해 찾아본 유사 데이터로는 중국의 고정 자산 투자 규모가 있는데 2009년의 45.5%에서 2020년에는 43.1%로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높은 투자가 지속되면서 정부의 채권 규모는 선형 증가에서부터 비선형 증가로 모양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그래프는 공식 정부 채권 만을 GDP 대비 퍼센트로 표현한 것이며 지방 정부의 각종 채권, 목적별 채권, 공기업을 통한 채권 등 여러 변형된 형태의 채권을 합치면 엄청난 규모가 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사점은 매우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빚을 끌어다가 인프라에 투자해서 GDP 규모를 유지하는 방식이 언제까지나 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잔치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국 지방 정부들의 채권 규모가 이미 아슬아슬한 상태에 와있고 여기에 다시 코로나 19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에 이 채권 규모가 문제없이 성장하리라고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원인이 있는데 중국 정부가 더 이상 지방 정부나 공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변제해 주지 않으며 도산시킨다는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동산-부채-금융으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사건이 헝다-쑤닝 사건이다. 헝다, 영문명 EVERGRANDE는 중국 3위의 부동산 기업이다. 그런데 이 헝다가 부동산 개발과 함께 전기 자동차 등 문어발 식 사업을 하다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정부에게 우리 회사가 망하면 국민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의 호소, 내용상 협박,를 선전 시 정부에 했다.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경영 문제를 정부가 떠맡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헝다가 빌린 외채가 너무나 컸다. 결국 류허 부총리가 나서서 상당 수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조율(?)을 했다. 이로 인해 원치 않게 조율당한 것이 전자 제품 유통으로 유명한 쑤닝이다. 쑤닝은 이 사태로 인하여 자신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겨 흔들리는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중국의 현재 상황은 부동산 건설이 더 이상 GDP 제조에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버블화 되고 있는 것이다. 청샤오농은 중국이 한참 건설하던 시기 3년간의 시멘트 소비량이 미국이 20세기 백 년 동안 소비한 시멘트량보다 많다고도 하였다. 강철은 2008년 6.6억 톤의 생산량으로 전 세계 강철 생산량의 49%이었는데 2014년에는 11.6억 톤으로 세계 점유율이 69%가 되었다. 이렇게 부동산 등 인프라 건설 등으로 탄생한 과다 생산 제품들은 투자가 가라앉고 수출 증가가 멈추면 곧바로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동산 가격의 과다한 상승으로 중국의 부동산은 이미 급여 수입으로는 살 수 없고 금융을 낀 투기가 아니면 사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부동산 버블이라는 의미이다.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부동산의 공실률도 지속 상승했다. 이제 2017년 1선 도시의 부동산 공실률은 16.8%를 넘었고 2선 도시는 22.2%, 3선 도시는 21.8%에 달했다. 현재 중국의 매각이 안되고 있는 주택은 4천2백만 채에서 6천5백만 채에 달한다고 한다. 청샤오농은 현재 중국의 주택 공급은 수요보다 60% 정도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감자기 건설 토목을 중단하면 경제에 끼치는 충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 규모의 도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 대도시들의 경관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게 꾸며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다 투자 인프라 건설에 잠재한 리스크를 생각하면 필자는 무섭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소비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내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쌍순환 경제라는 기본 전략을 14차 5개년 계획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말이다. 급여를 40년 동안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코로나로 사람들이 두문불출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소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실제로 기대가 가능한 것은 사실 상 농촌이다. 필자가 여러 차례 소개했지만 농촌의 집체 소유 토지를 어떻게든 기업에 팔아서 그 돈으로 농촌의 산업을 일으키고 농민들을 중소 도시에 흡수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중국 공산당의 기조는 마오 시절의 공산주의 색채가 강해지고 있고 농민들의 손에서 토지를 빼앗아 가는 것은 국가의 명운을 걸 정도로 리스크가 큰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 당국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안화를 절상하면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수출 경쟁력은 타격을 입는다. 위안화를 절하하면 수출 경쟁력은 살아나겠지만 물가가 상승하고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사회 취약 계층의 폭발적인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돈을 풀었더니 있는 자들의 호주머니로만 들어가서 금융 투자와 부동산 투자만 하고 있다. 각종 투자를 제약하니 자산이 해외로 반출된다. 그때그때 당국이 조치를 취해도 시장에서 돈의 움직임이 희망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 꼼짝 마!라는 서두의 발언들이 나오는 것이 나겠는가 말이다.


물론 이 모두 필자의 추측이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길은 적고 흉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본질적인 이슈를 보여 주는 현상이 중국 젊은이들의 암호 화폐 투기, 그리고 탕핑 주의의 범람이다. 이 모두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가서는 희망이 없다는, 다시 말해 이번 생은 틀렸다는 인식이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상실하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136691/chinas-millennials-bet-cryptocurrencies-hopes-reaching-u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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