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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07. 2021

중국 외교 풍향이 바뀌는가?

5월 31일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중국의 국제 미디어 능력 건설 강화에 대한  제30차 집체 학습을 실시하였다. 보통 이 자리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가가 설명을 하고 이에 따른 토론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도자들의 발언이 나오게 되는데 사실 상 주어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리 말미의 지도자의 발언이 바로 해당 행사의 목적이며 동시에 대외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https://www.xuexi.cn/lgpage/detail/index.html?id=9869449355894718787&item_id=9869449355894718787

이날 시진핑 주석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는데 해외 미디어, 특히 타이완을 포함한 전 세계 화교권 미디어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 내용 중 주의를 끈 내용은 다음과 같다.


要加强对中国共产党的宣传阐释,帮助国外民众认识到中国共产党真正为中国人民谋幸福而奋斗,了解中国共产党为什么能、马克思主义为什么行、中国特色社会主义为什么好。要围绕中国精神、中国价值、中国力量,从政治、经济、文化、社会、生态文明等多个视角进行深入研究,为开展国际传播工作提供学理支撑。要更好推动中华文化走出去,以文载道、以文传声、以文化人,向世界阐释推介更多具有中国特色、体现中国精神、蕴藏中国智慧的优秀文化。要注重把握好基调,既开放自信也谦逊谦和,努力塑造可信、可爱、可敬的中国形象。

중국 공산당에 대한 대외 선전을 강화하여 중국 공산당이 진정으로 중국 인민의 행복을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이 어째서 그 능력이 있는지, 마르크스주의가 어째서 가능한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국적 정신, 중국적 가치, 중국적 역량을 옹호하기 위해 정치·경제·문화·사회·생태 문명 등 다양한 시각에서 심도 있게 연구해서 국제적 선전 공작을 뒷받침해야 한다. 중화 문화가 대외적으로 잘 진출할 수 있도록, 글에 도를 담고, 글로 소리를 전달하며, 문화적인 사람으로서 국 특색을 갖추고 중국 정신을 구현하며, 중국의 지혜를 간직한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개방적이고 자신감 넘치면서도 겸손하고 화합하며 믿을 수 있고 귀엽고 존경스러운 중국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발언은 중국어 표현으로 들으면 시진핑 주석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는데 바로 可信、可爱、可敬 라고 하는 부분이다. 특히 可爱는 '귀엽다' 또는 '사랑스럽다'라는 뜻으로 대개는 어린 아이나 젊은 여성들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세계 최대의 전제 정치권력의 소유자가 하는 발언으로는 상상되지 않는 단어이다. 우리식으로 바꾼다면 아마 전두환이 "나 귀신 꿈꿔또"라고 하는 정도가 아닐까...

당연히 중화권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파가 퍼져갔다. 우선 이 발언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어서 이날의 발언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간 중국이 일관했던 외교 태도, 즉 전랑(战狼) 외교에 대한 지적들이 병행되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가오파린(高伐林)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그는 시진핑 주석의 이날 발언에 대하여 두 가지를 지적하였다. 하나는 그간의 중국 외교가 각국과의 마찰을 초래하고 국제적인 여론의 악화를 초래하는 등의 결과가 시진핑 주석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방 세계의 SNS 등의 미디어가 활발하여 전통적인 중국식 미디어 체계로는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을 중국 지도부가 했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8VUWth53dE

미국의 소리의 이러한 해석은 사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중국 외교의 결과에 대한 불만이라는 평가를 하는 다수 의견 중의 하나이다. 로이터는 이미 작년에  중국 내부에서 세계 각국의 대중 여론이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으로서 위기 상황이라는 보고가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중 미디어 중의 하나인 New Tang Dynasty 도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를 인용하여 이 발언을 시진핑 주석이 현재의 외교 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같은 날 헝가리 Peter Szijjarto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던 왕이 부장이 "현재의 유럽 관계는 중시할 만한 곤란이 있으며 냉정한 반성을 해야 한다"라고 한 것도 중공 지도부의 인식을 말해 주는 것이다. 

https://www.ntdtv.com/gb/2021/06/04/a103134994.html

특히 왕이가 언급한 유럽 관계는 중국이 목전의 외교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게 하는 가장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중국은 일관되게 미국을 "단변 주의"로, 그리고 중국을 "다변 주의"로 정의하고 일방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입장은 도외시한 채 자신의 이익 만을 추구하는 미국이라며 비난했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소위 "동맹을 중시"하는 새 외교 전략은 불과 수개월 만에 많은 국가들을 다시 미국의 편에 서게 만들었다. 유럽-중국 투자 협정의 잠정 중지는 현재의 국제 외교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유럽이 중국에서 이탈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 상황을 처리하기 위하여 안젤라 메르켈 독일 총리 ,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과 화상회의를 했다. 상무부장 왕원타오는 프랑스 대외 무역부장 리에스테르에게 연락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폴란드, 아일랜드, 헝가리, 세르비아 등 국가의 외무 장관들을 중국으로 초청하여 회담을 가졌지만 효과가 없었다. 미-러 정상 회담 전날 푸틴은 중국 외교 사령탑 양지에츠를 만나지 않았다. 현재 중국 외교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정부 외교뿐만 아니라 대외 선전 매체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감 또한 선명하게 악화되고 있다. 가디안은 호주 the Lowy Institute의 중국 분석가 Natasha Kassam의 의견을 게재했는데 Natasha Kassam 박사는 중국 지도부는 다른 국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형세를 제대로 읽고 있다고 전제했다. 중국 지도부가 세계 각국이 중국과의 경제적인 협력은 정상적으로 지속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Natasha Kassam 박사

가디안은 또 뉴저지  Seton Hall law school의 중국 전문가 Margaret Lewis 교수를 인용하여 CGTN, 환구시보 등의 국영 미디어들이 해외 많은 국가에서 규제되고 있는 점도 지적하였다. 그런데 Margaret Lewis는 중국이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경제 개발을 개인의 인권보다 우선한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을 개발 독재 체계로 해석하는 것과 유사한 관점이다.  그래서 Margaret Lewis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발언을 중국이 보다 개방하거나, 투명해지거나, 접근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good cop, bad cop’ 시나리오에서 보다 기분 좋게 들리는 good cop 메시지를 조작하라는 지시로 해석한다.

Margaret Lewis 교수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jun/02/china-communist-party-happiness-xi-jinping-negative-image


반중 미디어 중의 하나인 Creaders.net도 낙관하지 않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일부 분석가들은 시진핑의 발언이 중공의 늑대 전사 외교관과 늑대 전사 스타일의 외국 선전에 대한 그의 불만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즉, 전랑 외교관들의 발언이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외교적 딜레마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이 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언행을 억제할 것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https://news.creaders.net/china/2021/06/03/2360477.html

하지만 이 미디어는 이날 초청된 강연자가 푸단 대학의 장웨이웨이(张维为) 교수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장웨이웨이는 중국 공산당의 입이 되어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고 서방 세계에 대한 신랄한 발언을 일삼는 소위 관변 전문가들 중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화권에 돌고 있는 소위 십대국사, 즉 10명의 나라의 스승, 이 있는데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들은 모두 국수적이며 발언이 거칠고 격렬한 사람들이다. 장웨이웨이는 이날 전문가의 활용, 국제 행사의 이용, 외국 주류 미디어 및 플랫폼 등을 이용한 홍보, 중국의 친구를 확대할 것 등등을 거론하였다. 이 장웨이웨이는 과거 바이든이 당선되었을 때 중국이 보유한 여러 미국 친구들이 우리를 도우려 하는데 트럼프가 아닌 중국의 친구, 중국과 밀착 관계인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앞으로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한 인물이다. 그리고 홍콩 대학의 David Bandurski에 따르면 장웨이웨이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야 말로 이상적인 체제이며 "서방의 체제는 역사상 잠시 존재할 시스템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4천만 명이 빈곤하며 노숙자가 55만 명에 달한다고 비판한다. 즉 Creaders.net은 중국이 전랑 외교의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CNN도 시진핑 주석의 발언 내용을 소개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전랑 외교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2020년 10월의 Pew Research report를 소개하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걸친 14개 국가의 여론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평가가 사상 최악을 기록했음을 소개하였다. 여기서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있었던 이탈리아도 일본의 63%와 근접한 62%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유럽 전체의 대중 여론이 악화된 것이다.

https://www.cnn.com/2021/06/02/china/xi-jinping-beijing-diplomacy-wolf-warriors-intl-mic-hnk/index.html

양다리(杨大利) 교수

시카고 대학의 양다리(杨大利) 교수도 시진핑 주석의 이 발언은 중국이 외교를 잘 못했다 라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렇게 하면 더 잘될 것"이라는 취지라고 본다. 그는 이번 집체 교육이 정치국 회의의 성격이 아니라 "이 주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중국이 이렇게 잘해나가고 있는 것을 외부 국가들이 잘 모르니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잘 설명하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57356310

말하자면 중국의 외교 방향이 변화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수사적인 변화, 수단적인 변화에 그칠 뿐, 근본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미디어와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근본적으로 중국이 도대체 왜 전랑 외교를 전개했는가 하는 그 출발점부터 필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만큼 그간 중국의 소위 전랑 외교는 불가사의한 것이었다.


전랑 외교라는 말이 나온 가장 구체적인 계기는 2020년 2월 24일 중국 외교부의 새로운 대변인으로 자오리젠(赵立坚)이 나타나면서부터 이다. 그의 날 선 논조와 거침없이 공격적인 발언을 퍼붓는 모습은 이어서 화춘잉이 승진과 함께 강경하고 뾰족한 발언을 하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중국 외교부의 새로운 분위기로 정착되었던 것이다. 가장 나중에 대변인으로 합류한 왕원빈(汪文斌) 또한 원래 상당히 유연한 인물로 알려졌으나 그 또한 강경한 발언을 하여 결국 전랑 외교는 개인의 속성이 아닌, 중국 외교부의 공식 태도이며 정책인 것으로 확인되었던 바 있다. 그리고 아래 링크는 이름 없는 한 뉴스 사이트가 이러한 전랑 외교를 지지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즉, 아직 중국 내부에는 전랑 외교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https://inf.news/zh-sg/world/6a1d0309a89ef725448b158b99370ab9.html?__cf_chl_jschl_tk__=25531f653fbe954b536da6a687afaa06d8a131e4-1623035950-0-AU2jTBFDOjwGGEXcQf5gPOpme-jh8l2B822YALzWkQSrz8VrIla5RSFMKlCtFiKL5BnQChrqAkxPTzadWn2bis0AP5vK9x-coyOw0HthSM16QkbSY-xpeMAaUvCSYS9GV2Z8qnyCSKZZCcxPmTOf1Kr1-3CiPzc-2hadaKCu8vknxz2iku6ImBMtueu_MI38JpC4JS5CS097rubnoXO7nnvF-w08F9rflFV4ZkNXXonOcOiptzoAjlxghl0zgAsOFh1cIJtK-mkg0MbrbaLBxOu43iQMkTUaoHaZnoaU8zqZ3KifmuThBM9dbwUBHcql2ybsl__VsmEpywlThiEWrLEgbRSTRlywJAc-LJnRA0H-nTcEvQwWtNROCL1pKOQhP-bnQjH3Q3qH4lvGEuZrPlkmdNQWWUXKQHS1T0HNNfWG2--ZFskaKxwCCMdrqinon9gRK7dQaAc9uUz98iTYTiNxa1-JPWeSagS1zGwskmNrBlx9CJiCn3D2BM-bfBja9YT83ukK_TT0pwlQw09pBx4


전랑 외교는 이렇게 외교부 대변인들로부터 시작되어 점차 확산되었다. 나중에는 비교적 신중한 표현을 하던 왕이 부장도 과격한 언사를 사용하게 될 정도였다. 심지어 양제츠 마저도 지난번 알래스카 회담에서 맹수와 같이 물어뜯을 듯한 언동을 보였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일부에서는 해외 외교관에 나가 있는 전문 외교관들에게 트위터와 같은 SNS 활동량 목표를 하달하였다고 하며 이에 따라 이러한 과격한 표현을 선호하지 않던 해외 공관의 중국 외교관들 마저도 사상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전랑식 트위트를 날렸어야 했다는 말을 중국 친구에게 들은 바 있다. 또 한 한국의 외교 관료 Y는 중국의 소위 전랑 외교는 절대로 전문 외교관들이 만든 정책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하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중국의 외교 스타일 변화를 전문성이 없는 시진핑 그룹 소위 충성파 인물들의 발호가 아닌가 추정한 적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치위(齐玉)를 지목한 바 있다. 치위는 산시 토박이로서 줄곧 산시 공산당 조직부문에서 일해온 소위 인사통이다. 그리고 시진핑-리잔수 라인으로 보인다. 그는 2019년 외교부 당 서기로 취임했는데 사실 국제 감각이 있기가 어려운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 사람이 시진핑 그룹이 외교부를 장악하기 위해 보낸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에게 의심받지 않으려면, 또는 그에게 시진핑 주석을 따르는 인물로 보이려면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언행을 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보는 것이다.

https://www.fmprc.gov.cn/web/wjb_673085/zygy_673101/qy/


아무튼 지금까지 전랑 외교를 추진했던 세력, 그리고 동조했던 세력들이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기도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이런 논란이 지속되자 중국에서도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래 한 사례를 보라. 그 주된 논조는 전랑 외교는 서구 인종과 선진 문명론을 겨냥한 것으로 수동적 반격이자 정당한 방어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짖고 싶어서 짖는 것이 아니라 너희가 우리를 그렇게 몰아붙였다는 뜻이다.

https://www.163.com/dy/article/GBJP8I0A0515DJ1P.html

그리고 중국 미디어들은 또 영국의 Tom Fowdy가 과거 쓴 내용, 즉 전랑 외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서방 세계들의 편견에 찬 공격에 중국이 방어를 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내용을 다시 이런저런 미디어를 인용하며 보도하고 있기도 하다.

https://k.sina.cn/article_1914880192_7222c0c0020011izo.html?from=news&subch=onews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필자는 역시 중국에게 본질적 변화는 물론이고 외교 방향에 대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학자 장준화(张俊华)는 이러한 중국의 전랑 외교가 중국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첫째,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믿으며, 둘째, 중국의 세계 공장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기는커녕 굳건하다고 본다. 셋째,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이제 중국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넷째, 반복해서 발생하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중국이 해결책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다섯째, 이제 중국의 국력이 강성해져서 부유하지 않은 소국들에 대해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중국의 지도부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자신이 이미 달성한 강국의 지위에 걸맞은 권력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자신의 지위에 합당한 영향력 행사를 하려는 의도가 전랑 외교로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만일 장준화의 해석이 맞는다면 중국이 국제 사회가 원하는 처신을 하도록 만들 방법은 중국의 이 5 가지 인식 기반을 분쇄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중국과의 경제 분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https://yibaochina.com/?p=24219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극단적인 중국의 외교 스타일이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중국의 소위 전랑 외교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들이 타이완의 미디어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https://www.bannedbook.org/bnews/ssgc/20210605/1560991.html

필자의 지인인 타이완의 매체 전문가 Z에 의하면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명시할 수 없으나 변화의 조짐은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그 근거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었다.

- 외교부 대변인들의 발언이 내용에는 변화가 없으나 말투에는 변화가 있다는 점

- 외교부 대변인들이 직접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에서 평론가, 전문가 등이 등장하여 해설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

- 외교부가 중국 정부의 직접 발언이 아닌 제3 국, 제삼자 등을 인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점

등이다.


그리고 타이완의 한 미디어에서는 최근 중국 각 대학에서 미국 대학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원인이 시진핑 주석이 

要深入開展各種形式的人文交流活動

각종 형식의 인문 교류 활동을 깊이 전개해야 한다

라는 지시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것들은 확실히 대외 선전, 대외 언론 관련하여 중국 공산당 내에 딩샹(定向)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https://www.chinatimes.com/realtimenews/20210603006477-260409?chdtv


필자가 보기에 중국의 지도부가 세계와의 마찰, 이견으로 인하여 반중 정서가 형성된 것은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왜 이러한 반중, 혐중 정서가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중국의 패권적 태도, 전제 정치, 비민주적 시스템, 인권에 대한 무시, 타국가에 대한 강압 등이 이러한 정서의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중국 지도부, 특히 시진핑 그룹의 시각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중국을 오해하고 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왜 중국 공산주의가 좋은지, 왜 중국 체제가 잘 성공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지금까지와 같이 정치적이고 대립적인 콘텐츠를 이용하여 설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중국 문화, 위대한 중국 문명, 이해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중국 사회의 장점 등을 보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문화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Margaret Lewis 교수의 말대로 bad cop만 있던 중국 외교에 good cop역할을 하는 국제적인 미디어 활동이 하나 더 출현할 따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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