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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l 25. 2021

중국 허난 폭우 수재는 인재인가 천재인가?

천년 만의 홍수, 혹자는 5천 년 만의 홍수라는 재난이 중국 중부 지방을 덮쳤다. 7월 20일 정저우 지하철 5호선에 홍수로 불어난 물이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중국 공영 방송은 여유가 작작했다. 철도역에는 악대가 나타나 시민들을 위해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https://www.youtube.com/watch?v=c2epX-mJ2_c&list=WL&index=3) 다음 날인 7월 21일 만해도 정저우시는 경고 등급을 오렌지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상대는 언론 미디어의 인터뷰에서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고 TV에 비친 정저우 시의 모습은 시민들이 발목까지 차는 물 위를 걸어 다니는, 홍수이지만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미디어는 홍수를 다 같이 힘을 합쳐 이겨내자는 구호를 지속 방영하였다.(https://www.youtube.com/watch?v=eaSoLJtqxSI&list=WL&index=2) 그리고는 도시 외곽의 도로가 끊어진 곳, 통신선이 끊긴 곳을 복구하는 모습과 고속철이 운행 중지되는 뉴스 등을 보도하였다. 홍수가 일어났지만 '관리 가능한' 상태라는 신호를 계속 내보낸 것이다.


그러나 SNS 상에서는 도시의 급박한 모습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도로 상의 자동차들이 물에 밀려 하천으로 빠져들어 가는 모습, 지하철 역사 안으로 물이 밀려들어 오는 모습, 지하철 차량 밖으로 수위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차량 안에 있는 승객들이 찍어 올리는 모습, 갑자기 불어난 물이 자동차 엔진을 넘어 앞 유리창에 타오르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모습들이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왔던 것이다.(https://www.youtube.com/watch?v=ezAc7zYDIWI&list=WL&index=3) 이윽고 도시 전체가 물로 뒤덮였다는 것이 명확한 영상들이 여기저기서 올라왔다.


터널에 갇힌 시민들

우선 5km에 달하는 차량 도로 터널 징광 터널(京广北隧道)이다. 이중 가장 피해가 컸던 북 터널 구간의 길이는 1,835m, 완전히 밀폐된 부분은 1360m, 가장 긴 공개 부분이 475m라고 한다. 여기에 삽시간에 들이닥친 물은 이 긴 터널 안에 차량들이 피할 사이도 없이 덮쳤다. 생존자들 말에 의하면 10분 만에 20cm 높이가 되었고 이윽고 차량이 물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2TtFQlOvy8&list=WL&index=2 ) 그러자 차 창 등을 열고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유속이 상당히 빨랐고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아예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우창(吴强) 씨의 말에 따르면 그가 터널을 빠져나온 후 2, 3 분도 되지 않아 터널이 완전히 물에 잠겼다고 한다.

유튜브 상에는 소식을 듣고 이 터널 입구에 와서 하염없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여인네의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장난감처럼 뒤섞인 차량들 속에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하기 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지 지하 주차장의 참극

중국 미디어가 방송을 하지 않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소식이 있다.  비가 많이 오자 정저우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서는 방송을 했다고 한다. 비가 심하게 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니 주민들은 가급적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지하 주차장으로 가져다 놓으라고 말이다. 주민들이 방송을 듣고 자전거 등을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을 했는데 바로 그때 물길이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이 주차장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6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2TtFQlOvy8&list=WL&index=2)


이제 정저우의 비가 그친 후에 사람들은 주변 정리에 나서고 있다. 정저우 시내는 지하실에서 물을 퍼내는 펌프 소리가 요란하다. 큰 건물일수록 지하실이 깊은 법이어서 여러 대의 펌프를 동원하여 대량으로 물을 퍼내고 있다. 그 결과 거리의 차도 한 편은 모두 지하실에서 뿜어 나오는 물들로 잠겨 있기도 하다. 그러지 않아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지하 깊은 곳에서 잠을 자거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지하철과 세월호

가장 참혹한 것이 20일 저녁 퇴근길의 정저우 지하철 5호선이었다. 이렇게도 폭우가 내리고 큰 홍수가 났는데도 적색경보는 이미 대부분의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을 탄 후에 발령이 났다. 게다가 정저우 시 주변의 저수지들의 수위가 올라오면서 다수의 저수지 댐들이 균열을 일으키며 불안정해졌고 결국 당국은 이들이 일시에 터져서 참사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일부 댐들을 폭파시켰다. 사실 이렇게 댐을 폭파하는 일은 홍수가 올 때 중국 당국이 자주 사용하는 수단이다.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년 장강 홍수 사태 때에도 파양호 같은 곳에서 댐을 무너뜨린 일이 있었다. 그러나 말이다. 댐을 폭파하기 전에 충분히 시민들에게 알려야 했고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지하에서 차량 안에 있을 때 댐은 파괴되었고 이 수류는 일시에 지하철 역으로 밀려 들어왔다. 아차 하는 사이에 지하철 통로는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운행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방치된 시민들은 순식간에 항문 밖으로 누런 물이 차오르는 것을 아연실색하며 볼 수밖에 없었다. 전기 감전이 걱정된 시민들은 모두 좌석 위로 올라섰다. 자리를 차지하지 

https://www.wsj.com/articles/a-china-subway-flood-survivors-harrowing-experience-i-may-not-be-able-to-get-out-11627130928

열차 운영원은 승객들에게 열차 앞쪽으로 이동하도록 촉구했다. 그곳에서는 급류를 건너서 역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터널 측면의 비상 인도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지하철 앞 쪽에 있던 사람들뿐이었다. 대부분은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지하철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절없이 안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차량 안으로 물이 스며들어오자 점점 물로 인해 체온을 잃어 갔다. 약한 사람들은 서 있다 못해 쓰러지기도 했는데 이 중 어떤 이들은 다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휴대폰을 이용하여 구조를 요청했는데 경찰도, 공안도, 소방서도, 지방 정부 다른 관청들도 연락되지 않았다. 결국 어쩌다 연결이 되면 사람이 갈 것이라는 공허한 한 마디뿐이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 이동 통신은 갑자기 대량의 통신이 발생하면서 시스템이 다운되었다고 하고 연통 만이 서비스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이제 사람들은 죽음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세월호의 학생들도 똑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것이다. 26세의 여자 엔지니어 한 사람은 자기 친구에게 위챗을 보내 엄마에게 연락하지 말고 자기가 죽으면 그때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위챗의 비밀 번호를 보냈다. 엄마가 자기를 구하러 올까 봐 걱정한 것이다. 어떤 이는 물이 차오르는 지하철에 갇혀서 마지막 남은 돈 8백여 위안을 아내에게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면서 이제 곧 스마트폰이 잠길 테니 어서 확인을 클릭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메시지를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가만히 있으라", 이 광경을 보며 필자의 입에서 저절로 새어 나온 말이다. "가만히 있으라".... "보고드릴 깜냥도 안 되는 사건이다".... "교통사고까지 책임져야 하느냐?" 우리나라 현장 요원, 정부 고관, 국회위원이라는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어느 나라,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백성을 위해 진심으로 일하지 않고, 현장에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권한이 있는 자는 현장을 모르는 체계에서는 몇 번이고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하철의 사람들 중 일부는 소화기를 이용하여 창문을 깨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가까스로 차량에서 벗어나 지하철 차량 위를 기어서 빠져나왔다. 이들이 하늘을 다시 보기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을 몇 사람이고 목격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정부

드디어 외국의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중국 국내 언론도 정저우 시가 폭우에 잠기고 있음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천 년에 한 번 있을 대 홍수라고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임을 강조하는 멘트들을 날렸다. 이어서 사망자 수가 처음에는 1명으로 시작 조금씩 증가해 가며 보도가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보도 지침이라는 내용이 새어 나오기도 했는데 사망자 수 등 홍수 피해는 관방 숫자를 확인하여 보도하고, 비참하거나 슬픈 내용으로 보도해서는 안되며, 조치를 취하는 인력들을 중점으로 취재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21일 정저우 각 지역에서 참극이 발생한 후 중국 교통부는 22일에서야 전국 지하철 시스템에 기상 악화에 대한 비상 계획을 재검토하고 개선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6천 명 이상의 군인과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에 투입되었다. 24일에는 중국 응급 관리부 국가 홍수 가뭄방지 총지휘부 실무팀은 국가 국무원 산하 각 부와 각 위원회, 주요 중앙기업(중앙정부의 관리를 받는 기업) 실무팀은 계속해서 정저우(鄭州) 시, 신샹(新鄉) 시, 허비(鶴壁) 시, 안양(安陽) 시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 일선에서 본 업종과 본 영역의 홍수 대비와 구조 작업을 지도·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ttp://kr.xinhuanet.com/2021-07/25/c_1310083831.htm


여기서 거론된 신샹시는 정저우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베이징-홍콩 고속도로를 따라 황허를 넘어가면 나타나는 첫 번째 도시시이다. 강우량은 21일 하루에 267.4ml가 내려 이미 정저우의 강우량 262.5ml을 넘었고 싱샹의 젖줄인 웨이허(衛河)의 제방들은 현재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1LnA-Wdoes&list=WL&index=1&t=39s

구호 인력이 연인원 10만 이상이 투입되었다고 하고 7천여 대의 차량을 구했다고 한다. 이 신샹시의 이재민만 벌써 171만여 명이다. 긴급 대피자가 16만여 명에 달한다. 아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왔을 것이다.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07/25/c_1127692499.htm


25일 관영 신화사는 허난성의 폭우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허난 137개 현에서 폭우가 발생했으며 1,373개 향에서 9,305,700명이 재해를 당했고 58명 사망, 5명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범람 한계 수위를 초과하는 대형 저수지가 13개, 중형 저수지가 44개이라고 한다. 허비쥔(鹤壁浚) 현의 웨이허(卫河) 좌안의 댐에 균열이 형성되었고 우안의 댐은 이미 홍수 예방을 위해 무너뜨려 6개의 방홍구로 물을 내보내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07/24/c_1127691137.htm

그런데 이 보도를 보면 누적으로 허난성의 대피 인원은 81.49만 명, 긴급 대피는 114.11만 명, 긴급 구조된 사람은 44.41만 명이라고도 했다. 그럼 앞서 보도한 신샹시의 이재민 171만 명은 어떻게 된 숫자인가? 예를 들어 앞의 터널 하나만 생각해 보아도 길이가 중국 '리'로 10리인데 5km이다. 5km에 걸친 차량들이 뒤범벅이 되었는데 사상자가 최대 몇 사람이라믿을 있는가? 주변의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아는 사람들 죽은 사람만도 여럿 이라며 정부 발표 숫자는 믿을 없다고 한다. 그렇다. 지금 정부 발표를 곧이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언제나 가장 큰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사람들은 주변 호텔로 몰렸는데 이로 인해 호텔 숙박비가 순식간에 3배로 뛰었다.(https://twitter.com/__Inty__/status/1417677665914347523) 돈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몸을 누일 곳을 찾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다. 가장 힘든 것은 역시 농민공들이다.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many-migrant-workers-stranded-chinese-cities-hit-by-floods-2021-07-23/ 적지 않은 이들이 아이들의 교육과 보다 나는 내일을 위하여 도시로 나왔고 시골의 재산을 팔고 도시에서 노동하여 저축한 돈으로 작은 가계들을 내고 있다. 보도에 나온 아주머니는 남편과 평생 모은 돈 20만 위안으로 국숫집을 차렸는데 홍수를 만나 절망하고 있다. 이제 아이들도 학교를 정저우로 옮겼고 남편도 정저우에서 노동을 하여 고향에는 돌아가도 생존할 방법이 막막하다. 그리고 고향으로 가는 길은 홍수로 막혀 아직 뚫리지도 않았다. 이들은 정저우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정저우 시가 그나마 제공하는 여하의 혜택도 받을 수가 없다. 언제나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중국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만일 정부가 보다 빨리, 보다 합리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피해는 훨씬 줄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도 큰 폭우가 온다면 그 가능성을 먼저 경고했어야 했고, 경고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을 급히 대피하도록 했어야 했고, 이동 통신은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난 소식을 전했어야 했고, 지하철은 상부의 지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급히 비상 피난을 했어야 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허난의 홍수가 천재인가 인재인가? 하는 의문을 아니 가질 수 없다. 더 큰 범위로 생각하면 과연 중국의 치수, 재난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어쩌면 중국의 도시들, 그 인프라가 홍수나 화재 같은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까지도 의심해야 할지 모른다.


물론 모든 것을 국가의 책임으로, 공무원의 책임으로, 그 누군가의 책임으로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중국 공산당에 있다. 그러니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이번 일은 천재인가?

푸단 대학교의 대기 및 해양 과학 교수인 리광 우(Liguang Wu)는 지구 온난화가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메릴랜드 대학의 수석 연구원인 William KM Lau 박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정저우의 범람은 "온실 온난화로 인한 더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개념과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https://www.wsj.com/articles/a-china-subway-flood-survivors-harrowing-experience-i-may-not-be-able-to-get-out-11627130928

그러니까 이번 허난의, 정저우의 폭우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면 지구 상의 기후로 인한 모든 현상이 지구 온난화 때문일 것이다. 너무나 멀고 먼 이야기이다.


그밖에 이번 허난 폭우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태풍이다. 중국 국립기상센터의 Chen Tao 기상청장이 이번  태풍 인화(煙花)가 서북 태평양 아열대 고기압과 합쳐져 많은 양의 수분을 허난 성으로 운반하는 안정적인 기류를 형성했다고 21일 발표한 것이다. 지방 기상국에 따르면, 이 현상은 정저우의 지형에 의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태행산과 복우산으로 막힌 지형이 강우를 더욱 촉진한다는 것이다.

https://www.scmp.com/news/china/science/article/3141963/devastating-china-floods-caused-typhoon-fas-airflow-hitting-area


필자로서는 1000km 밖의 태풍에게 어떻게 정저우 폭우의 원인으로 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기는 한데 아무튼 전문가라는 사람이 그렇다고 하니 전문성도 권위도 없는 필자로서는 반박을 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아무리 태풍이 불고 험산 준령이 가로막아서 폭우가 내리더라도 이를 '천재'라고, 아니 '인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필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 인재인가?

천재지변으로 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필자지만 중국 정부가 나름대로 국토의 치수 계획에 노력해 왔다는 것은 인정한다. 모순일런지도 모르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의 자원을 투입하여 그동안 국토 수자원 관리에 노력해 온 것은 사실이다.


먼저 작년 대홍수가 났던 장강의 경우 가장 먼저 만들어진 거저우 댐(이 거저우 댐 그룹이 바로 파키스탄에서 버스 폭탄 테러로 숨진 중국 엔지니어들이 속한 회사이고 파키스탄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도 유명한 산샤댐, 여기에 최근 바이허탄(白鹤滩)댐을 준공하여 사실 상 장강의 홍수 위험을 없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황허의 상류 티베트 고원 및 신강 고원에 흐르는 하천들을 막는 대규모 공사를 시작했다. 여기서 메콩 강, 인더스 강으로 유입되는 수량을 통제하여 황하 쪽으로 돌릴 계획이다. 이 공사가 완성되면 메콩강 유역의 국가들과 인도는 중국의 수자원 통제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거니와 황하는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고 게다가 1만 톤급의 선박이 통행할 수 있게 되어 황하 유역의 운수 인프라를 일거에 획기적으로 개선할 전망이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이제 14차 5개년 계획 중에 남은 수리 계획은 장강과 황허 중간을 흐르는 횟수 지역을 정비하는 것뿐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 말에 사람의 계획은 하늘의 계획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금년의 폭우는 모두 이제까지의 홍수와는 달리 중류와 하류에 집중되었다. 구체적으로 금년에도 장강에 홍수가 크게 났는데 이제까지와는 달리 바로 바이허탄, 산샤, 거저우 3개 대형 댐이 끝나고 난 다음 지역에 집중되었다. 중류와 하류에 호우가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황허는 상류의 수원지에 가까운 부분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데 중류 지역인 허난에 집중 폭우가 내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륙한 태풍도 장강의 하류와 회수 지역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정말이지 중국의 수자원 부 입장에서는 하늘이 자기들을 버린 느낌일 것이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천재"로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최선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저우 시 지하철은 홍수로 인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운행을 강행한 이유를 묻자 지하철은 일기가 나쁜 상황에서 시민들이 귀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운행을 지속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걸 대답이라고 하고 있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V6_scOtDN3Y&list=WL&index=5

그뿐이랴? 정저우 시 정부는 비가 그치자 

"역사상 최대의 비가 내린 후이니 도시는 더욱 깨끗해질 것이고 나무와 풀은 더욱 푸르를 것이고 우리 정저우 시민들의 마음은 믿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라고 발표하였다. 필자는 어이가 없는 수준을 넘어서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하기는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져 시민들이 지하철과 지하 주차장, 터널 등에서 사투를 벌일 때 정저우 TV는 항일 투쟁 연속극을 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하고는 "천재"라고 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당해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정저우 시는 소위 스펀지 시티(海绵城市)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었다. 바로 빗물을 모아 저장하고 이를 정수 처리하여 다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소위 환경 보호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이번 호우가 내리기까지 약 500억 위안을 투입하여 여러 공사를 했다는 것인데 다 물거품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정말 궁금해지는 바이다.

https://www.wsj.com/articles/china-flood-death-toll-climbs-as-rains-continue-11626938229


필자가 가장 가소롭게 생각한 것은 이번 허난성의 홍수에 대하여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가 홍수 예방과 재난 구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위원회가 관리하는 당 회비에서 2천만 위안의 특별 기금을 허난성에 할당한 일이다. 2천만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35억 5천만 원이다! 천하의 중국 공산당이 내놓은 돈이 바듯 이 금액인가? 계다가 중앙위원회 조직부는 이 당비를 적시에 취약 계층에게 배분하고 특정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색을 내는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http://www.xinhuanet.com/politics/2021-07/22/c_1127683345.htm


하기는 중국 공산당의 재정이 현재 순탄치 않을 것이다. 확인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소문으로는 상하이를 제외한 중국의 모든 지방 정부가 수입이 지출에 미달하는 적자 재정 상태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정 수입의 상당 비중을 기존 부채의 원리금 지급에 써야 하기 때문에 실제 가용한 예산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일본 정부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중국 이야기가 맞다. 


하기는 이미 엄청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지방 정부들이 2년 연속 과다한 인프라 투자를 하는 등 무리한 지출을 하고 있으니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증거로 여러 지방 정부들이 지출 예산을 동결 및 축소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제 경직성 비용에 해당되는 인건비도 축소하고 있어서 일부 지방 정부들은 공무원과 교사들의 각종 수당 등을 삭감하고 있다. 심지어 기 지출된 수당을 환수한다고 한다. 그것도 1,2 년 치 이상을 모두 합해서 환불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일시에 거금을 낼 수 없는 공무원과 교사들이 나타나는 것이고 이들을 위해서 은행에서는 특별 대출 상품이 나왔다고 한다.


2년 동안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은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문을 닫게 해 왔다. 당연히 종업원들의 해고가 이어졌고 실업난이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여기에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중국의 경제 상황은 일촉즉발의 형세로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신화사에는 뜬금없이 우리 중국 경제의 어떤 측면에서 이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가만 보면 해당 분야에 흉흉한 이야기가 돌고 나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제 중국 동부에는 태풍 인화(煙花)가 들이닥쳤다.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한다.(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1-07-25/china-evacuates-over-100-000-as-typhoon-lands-in-eastern-china?srnd=next-china) 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쑤항이 있다는 바로 그 항저우(杭州)에도, 명주 샤오싱 주로 유명한 샤오싱(紹興)에도 들이닥쳤다. 폭우의 규모가 결코 허난에 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나마 이쪽 지방 정부들은 허난 등 지역에 비해서 영민한 편이다. 주거 취약 상태인 각 공산 현장의 농민공들을 먼저 각 학교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아마도 어난의 상황을 보고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다. 




7월 25일 정저우 시내에서 한 외국 기자가 홍수 상황의 취재를 하자 거리의 시민들과 공안이 와서 저지하는 상황도 있었다. 필자는 이런 광경을 그동안 여러 차례 보면서 외국 언론의 취재를 제지하는 중국인들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질문을 해 보면 젊은 중국 친구들은 국가의 치부를 드러내어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굳이 남의 나라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외국 미디어의 의도는 무엇인가를 의심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예전에는 그랬던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정저우 기차역들이 개통이 되었다. 이제 정저우는 벌써 일상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베이징이나 광저우로 가는 기차표를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오늘 표는 모두 매진되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남아있는 표는 일등석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정저우를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또는 아주 이전하려는 사람들로 기차역이 붐비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스쟈좡으로 가는 표를 샀던 한 사람은 지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언제 도착하느냐고 묻자 역무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주, 아주, 오래 걸릴 겁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bcPvi7Cnw9M&list=WL&index=1) 중국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상황은 "공식적으로는 정상 운영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 남에게, 외국에게, 다른 성에 굳이 우리나라의, 우리 지역의, 우리 이웃의 치부를 들출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징광 북 터널에서는 당국이 한 밤중에 무엇인가를 계속 운반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만중 미디어에서는 아마도 터널에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운반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 당연하지만 터널에서는 다수의 버스가 인양되어 나왔는데 아마 이들은 승용차 승객들보다도 탈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반중 미디어들의 의심이 맞는다면 이 터널의 사망자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숫자에 이를 것이다. 아무튼 이 터널 구간은 공안들이 수백 명이 투입되어 수십 미터 전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접근을 막고 있다. 그렇다 이 또한 남에게, 외국에게, 다른 성에 굳이 우리나라의, 우리 지역의, 우리 이웃의 치부를 들출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문제로 인지해 주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이 사라지게 된다. 희망이 사라지게 되면 절망이 있거나 현실 도피, 현실과의 타협 또는 적과의 동화가 일어날 뿐이다. 우리나라의 뉴스를 보면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다. 뉴스 스트레스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문제를 폭로하고 지적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 문제들이 해결될 것을, 적어도 피해 갈 수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중국의 내일도 중국의 오늘보다 나으려면 오늘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진정한 언론의 자유와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이 없고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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