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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28. 2021

왕양(汪洋) 후계자 설이 나와서 말인데

20대 지도부를예상해보았다.

최근 중화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의 한 사람인 왕양이 시진핑 주석의 자리를 승계할 것 같다는 설이 퍼진 후 우리나라의 유튜버들도 이설을 소개하고 있다. 만일 시진핑 주석의 후계자가 결정되었고 그것도 20대에서 바뀐다면 매우 큰 사건이다. 그래서 필자도 이 소문을 추적해 보았다.


이 소문의 근거는 모두 2 가지 뉴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8월 17일 열린 시진핑 주석을 비롯하여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5 인이 참석한 중국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 제10차 회의를 보도하는 관영 매체에서 이전과는 달리 왕양의 이름이 왕후닝, 한정보다 기술되었다는 것이다. 권력 순위에 매우 민감한 관영 매체에서 지도부의 성명을 뒤바꾸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는 서열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게 되었다.

또 다른 근거는 8월 18일 티베트 해방 기념식에 왕양이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이 뉴스가 왜 민감한가 하면 과거 2001년 후진타오, 2011년 시진핑 등이 후계자로 지정된 후 공히 참석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양이 참석한 것으로 놓고 시진핑 주석의 후계자로 왕양이 지정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반중 인사인 천포공(陳破空)이 왕양이 시진핑 주석의 후계자로 결정된 것 같다는 분석을 하였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연임을 추진했는데 왕양이 후계자로 결정되었다면 그것은 시진핑 주석이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석을 유튜브를 통해 발표했다. 그리고는 많은 중화권 매체에서 확대 재생산되었다. 유튜브에 많은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 중의 하나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g6AhY8kI5s


시진핑 주석이 연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든가 후계자가 결정되었다든가 후계자가 누구라더라 든가 하는 이슈들은 모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일이다 보니 이 이야기는 신속하게 세계로 전파되었다. 그런데 서방 세계의 주요 언론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고 있다.


이 왕양 소문에 대한 미디어들의 평가들을 찾아보았다. 먼저 rfi는 소문을 소개하면서 연이어 기사를 냈다. 총평은 왕양의 주석 승계는 변수가 너무 많고 아직 1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https://www.rfi.fr/cn/%E4%B8%AD%E5%9B%BD/20210827-%E6%B1%AA%E6%B4%8B%E6%8E%A5%E7%8F%AD%E4%BA%BA%E8%AF%B4%E6%B3%95%E4%BC%A0%E6%83%B9%E4%B9%A0%E6%80%92-%E6%9C%89%E5%AA%92%E4%BD%93%E5%87%BA%E9%9D%A2%E6%BE%84%E6%B8%85%E6%98%AF-%E4%BC%AA%E5%91%BD%E9%A2%98


친 상하이 방 계열이라는 사람도 있고 친 시진핑 계열이라는 말도 있는 미디어인 두어웨이(多维)는 이러한 소문은 너무나 모순이 많다고 평가 절하했다. 우선 왕양이 당 내 서열이 원래 왕후닝(王沪宁), 한정(韩正) 보다 높았다며 왕양의 이름을 왕후닝이나 한정보다 먼저 소개한 것은 특이 사항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왕양이 시진핑 주석이 아닌 리커창 총리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런 소문이 나게 되면 왕양은 시진핑 주석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며 이러한 근거들을 통해 왕양의 주석 후계자 설은 믿을 수 없다고 평가하였다.

https://www.dwnews.com/%E4%B8%AD%E5%9C%8B/60258271/%E4%B8%AD%E5%85%B1%E4%BA%8C%E5%8D%81%E5%A4%A7%E5%B8%83%E5%B1%80%E6%B8%AF%E5%AA%92%E6%8A%AB%E9%9C%B2%E6%B1%AA%E6%B4%8B%E5%8E%BB%E5%90%91%E8%83%8C%E5%BE%8C%E7%9C%9F%E5%81%87%E8%99%9B%E5%AF%A6%E9%9A%B1%E7%8F%BE?itm_source=universal_search&itm_campaign=universal_search&itm_content=%E6%B1%AA%E6%B4%8B&itm_medium=web

차이쉰은 이 소문은 중공이 미국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하여 흘린 소식일 수 있다고 보도하였다. 결국 상당수 중화권 매체들도 믿기에는 너무 근거가 빈약하다고 보는 것이다.

https://www.wealth.com.tw/home/articles/33501


필자는 이 천포공이라는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매일매일 전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조급한 결론, 그리고 사안을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 싱가포르 지도부가 총칭을 방문했을 때 총칭 서기에게 인사말로 "양국의 다음 세대 지도자들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싱가포르의 차 세대 리더를 데리고 왔다"라고 한 말에 천민얼(陈敏尔) 총칭 서기가 부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천민얼이 다음 주석으로 결정된 모양이다"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리고 베이징 외곽에서 군인들을 태운 버스 수십 대가 베이징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는 트위트에 의거하여 "베이징에서 쿠태타가 일어날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었다.

천민얼

그래서 필자는 천포공의 이번 해석도 조급한 결론이며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왕양의 서열이 전에는 낮았다가 상승한 것인지, 아니면 多维의 주장대로 원래부터 서열이 높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관영 매체의 관례를 볼 때 왕양의 권력 서열의 변화는 사실로 평가된다. 즉 어떤 경우에도 왕양의 실질적 권력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왕후닝

동시에 이를 왕양의 권력 서열 상승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왕후닝이나 한정의 권력이 퇴조한 것인지도 판단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사실 왕후님이나 한정의 권력의 힘이 빠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들 두 사람은 내년 20대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왕양은 연령 상으로 중국 지도부의 관례인 7상 8하(67세까지는 유임, 68세부터는 퇴임)에 67세로 가까스로 은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임이 결정되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물러갈 사람과 앞으로도 현역에 있을 사람에 대한 대우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한정

그렇다면 내년 20대에서 중국 지도부는 어떤 사람들이 차지하게 될 것인가? 우선 시진핑 주석은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 정년을 없애고 5개년 계획이 아닌 2035년까지의 계획을 제시한 것 등을 볼 때 최소한 본인과 지지 진영은 유임을 원하는 것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시진핑 주석은 유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리커창

그리고 리커창 총리는 중국 헌법의 규정에 의하여 더 이상 연임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중국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시진핑 진영과 리커창 진영에서 리커창 총리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상무위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전인대 의장이 유력하다. 원래 총리보다 서열이 낮았으나 지난번 법률 개정으로 부총리급 이하의 인사권을 전인대가 장악했고 기타 다른 권력들도 보강을 하여 지금은 막강한 자리가 되었다. 따라서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의장으로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오러지

공석이 되는 총리직은 당연히 신참이 아니라 기존 상무위원 중에서 맡게 될 것이다. 왕후닝과 한정이 물러난다면 연령이 많은 리잔수 현 전인대 의장도 물러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러면 남는 것이 가장 어린 자오러지(赵乐际)인데 이 자오커지는 원래 출신이 상하이 방에 가까운 편인 데다가 최근 시진핑 그룹과도 알력이 많았다. 그러니 총리 자리는커녕 상무위원직 유지 자체가 불확실하다. 그러므로 결론은 왕양이 된다. 이미 시진핑 진영과 리커창 진영의 20대 권력 투쟁 결과 7인 상무위 자리를 시진핑 진영이 3, 리커창 진영이 2, 그리고 양 진영 모두 수용 가능한 왕양을 유임한다는 관측이 있었다.


차기 리더 후춘화

여러분들께 복잡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허난, 정저우 홍수 처리를 놓고 불거진 국무원과 허난성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알려도 리커창 총리의 후임을 놓고 빚어진 갈등의 결과라는 해석들이 많다. 왕양은 원래 공청단파 출신이어서 리커창 총리와 사이가 멀지 않다. 그러나 리커창 총리가 마음에 두고 있는 후임은 사실 천하가 다 안다. 바로 현 후춘화 부총리이다. 그는 진작에 격대 지명된 차세대 리더 중에서 혼자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동안 그야말로 시진핑 그룹의 모진 견제를 받으며 와신상담하며 지내고 있다. 이 후춘화가 공청단파를 이끌 다음 리더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그러니 역으로 시진핑 그룹의 치열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지난번에도 상무위원 입성이 좌절되었던 후춘화가 이번에는 상무위원으로 입성할 것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매체와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오러지가 역시 물러날 경우 상무위원의 공석 3 자리는 모두 시진핑 그룹이 차지하게 된다. 리커창 총치와 후춘화 2 사람에 왕양의 경우 명분 상으로는 공청단 파이므로 공청단파가 3, 시진핑 그룹이 3, 주석은 시진핑 유임이라는 그림이 된다. 실제로는 왕양이 두 파벌의 중도 역할을 하여 3.5:2.5의 비율로 시진핑 그룹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딩쉐샹

상무위원 입성을 위해서는 먼저 정치국원이 되어야 한다. 현 정치국원 25인 중 연령이 높아 이미 대상이 아닌 사람을 제외하면 딱 3 사람이 남는다. 항상 차기 상무위원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딩쉐샹(丁薛祥) 중앙 반공청 주임, 리창 상하이 서기, 천민얼 총칭 서기이다. 천민얼이다. 이중 전문성으로 볼 때 천민얼이 왕후닝의 자리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충성도와 감시에 능해야 하는 자오커지의 기율위원회 의장 자리에 딩쉐샹, 행정 전문성이 요구되는 한정 자리에 리창이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측해 본다. 그렇게 해서 내년 20대 지도부는 시진핑 주석, 리커창 전인대 의장, 왕양 총리, 딩쉐샹 기율위 의장, 후춘화 부총리, 천민얼, 리창 등으로 구성될 가능성을 짐작해 본다.

리창

 미래를 예단하는 일, 게다가 인사를 예상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일이다. 게다가 중국 지도부의 인사를 예측하는 것은 더욱 난도가 높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권위 있는 전문가나 미디어들은 함부로 인사 예상을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재야의 초민이며 듣보잡이다. 뭐 틀린 들 어떠하랴. 여러분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한 번쯤 예상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그러니 필자의 예상에 대한 책임은 지지 못한다. 그냥 흥미로만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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