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구 감소가 커다란 국가 비전 문제로 등장한 후 중국 정부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양육 부담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높아만 가는 집값과 교육 비용이 목전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해서 시진핑 주석은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말이다. 시주석의 말이 나오고 나서 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소위 "두 가지 줄이기 정책(双减)이 나온 후
학교방(学区房)에 대한 정책이 나오고 사교육을 억제하는 정책이 나올 때만 해도 그럴 수 있지 하며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교육 관련 정책이 멈출 줄을 모른다. 이미 사교육 기관들은 철퇴를 맞아 혼비백산하고 있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좀 조용히 지켜보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https://finance.sina.com.cn/chanjing/cyxw/2021-07-05/doc-ikqcfnca4960983.shtml
그런데 계속 새 정책이 나오고 있다. 우선 시험을 보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이 나왔다. 그러니까 시험을 보지 않으면 성적이 안 나오고, 성적이 안 나오면 과외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라는 논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진학 문제가 걸린 이상 언젠가는 평가를 해야 하고, 평가를 해야 하면 성적이 나와야 하기 마련이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학습 평가가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데 정책의 중점이 있는 것인데 결국 시험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낙착을 본 모양이다.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에 필기시험을 없앤 것이다.
그리고 3학년부터는 학기말 고사 한 번만 친다. 그러니까 1년 중 시험을 두 번 치게 된 것이다. 중국의 학교들은 정말 엄청나게 공부를 시킨다. 우리나라 고교 평준화 이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게다가 절대다수가 한 자녀이다 보니 아이들도 죽을 맛이다. 집에 오면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까지 여섯 사람이 붙어 앉아서 공부하라고 난리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다. 공식 통계는 안 나오지만 SNS에는 심심찮게 자살하는 아이들의 영상이 올라온다.
고등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칠 수 있게 했다. 아무래도 대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 결과도 공개하거나 석차를 내지 않도록 했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그룹 메시지로 성적을 통보하던 관행을 못하게 하였다. 아무래도 성적이 공개되면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문화에서 아이들에게 더 큰 압력이 되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oL_LBCqf8
이어서 영어를 꼭 배울 필요가 없다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나오고 영어 대신에 시진핑 사상을 배우게 한다는 정책도 나왔다. 이러면서 이야기가 조금씩 색깔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어를 필수적인 과목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영어 과외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이야기로도 들렸지만 뒤의 시진핑 사상을 공부하게 하겠다는 말과 이어서 생각하면 적국이 될 수 도 있는 미국의 언어를 금지하고 중국의 이데올로기인 시진핑 사상으로 대체하겠다는 말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화권에서는 "제2의 문화 대혁명이 시작되었다!'라는 제목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갑자기 영어 과목을 없애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진 과학 기술을 습득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중국의 현실에서 영어를 학습 과목에서 뺀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결과적으로 학교에는 영어 과목이 남아있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의 영어 학습은 철퇴를 맞았다. 가장 먼저 큰 사건이 된 것은 월스트리트 잉글리시(Wall Street English)이다. 얼핏 들으면 우리나라 신문사들이 이런저런 수익 사업을 하듯이 월 스트리트 저널이 만든 영어 학원 같지만 전혀 아니다. 중국의 한 영어 학원이다. 그런데 이 영어 학원이 유학을 가고자 하는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열망을 타고 큰돈을 벌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큰 영어 학원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 월 스트리트 영어 학원이 갑자기 도산을 발표했다. 정황으로 보아 고의 도산일 가능성이 높다. 8월 중순에 갑자기 회사가 월말 도산할 것이라는 통보를 각 지역 지사에 보낸 것이다. 그리고는 바로 12일에 도산을 선포했다. 직원들 급여는 3개월이 밀린 상태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미 수강비를 낸 학생들이다. 11개 도시의 39개 학습 센터의 학생들은 1인당 적으면 1만 위안(17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위안(1억 5천6백만 원)까지 이미 납부를 한 상태이다. 학생들은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학원의 수강료가 이렇게나 비싸다 보니 학생들 중 상당수가 융자를 해서 학원비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 학원이 도산을 하여 수강이 불가능하더라도 학생들은 금융 기관에서 빌린 이 학원비를 갚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지 않아도 대학 졸업해서 취직을 못해 택배 기사를 하기 일쑤라는 상황에서 턱없이 큰돈을 생으로 갚아야 하는 이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그런데 소문으로는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이야기하자 이 월 스트리트 영어의 오너가 수 억 위안의 돈을 냈다는 말이 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만일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악덕 기업가의 전형이다.
사교육 기관들도 과목을 입시 과목이 아닌 체육, 예술, 직업 훈련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생존해야 하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정부 정책이 또 바뀌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인 모양이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더 나왔다. 교사들의 순환 보직을 강제로 실시하게 한 것이다. 고학년 선생을 저학년 과목으로, 저학년 선생을 고학년 과목으로 순환 배치를 한다. 나아가서 학교 간 순환 근무도 할 모양이다. 이는 명백히 일종의 평준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더 좋은 학교를 찾아서, 더 좋은 학원을 찾아서, 더 좋은 선생을 찾아다니는 일을 없애려는 것이다. 물론 이 모두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의 아이들에게 좋은 자원이 집중되고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는 부모가 되는 비애를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하려는 의도이다.
http://beijing.qianlong.com/2021/0826/6199893.shtml
학교 등하교 시간에도 새 정책이 나왔다. 이제 아이들을 더 일찍 오게 하고 과외나 자습을 시켜가며 더 늦게 보내는 일은 못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하여 이미 방과 후 돌봄을 학교에 의무화하였다. 부모가 데리러 올 때까지 아이들을 선생님이 학교에서 돌보아 주어야 하는 것이다. 방학 때도 말이다. 그러나 고학년의 방과 후 활동은 학생이 자원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퇴근 시간 이후는 할 수 없다.
수업 시간 중에는 규정된 진도보다 빨리 나가는 일이 없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일부 선생들이 수업 중에 안 가르치는 내용을 과외에서만 가르치는 일을 금지시켰다. 또 시험 문제 출제는 수입 시간 중 가르친 내용 중에서만 내도록 했다. 모두 언젠가 한국에서 들어본 듯한 정책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으로 숙제를 부모님께 검사받아오기, 즉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못하게 하였다. 학교의 부담을 부모에게 떠넘겨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의도로 보인다. 상하이의 경우 초등학교의 경우 아예 필기하는 숙제는 집에 가서 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 표준을 넘는 내용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였고 외국의 교과 내용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는 외국어 교육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중국 내에 활동하는 많은 외국어 교사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중이다. 이 지시에 정치적 고려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떠하신가? 필자는 이만하면 거의 교육 정책의 종합 선물 세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느낌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진격의 중국 교육 정책이라고 붙여 봤다. 이런 진격의 정책 추진이 교육 정책에 국한된 것일까? 아니면 집값을 잡기 위한 부동산 정책도 이런 식으로 쏟아져 나올 것인가? 오늘 중국 정부는 "모든 사람들이 의탁할 집이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발표하였다. 비록 100%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공식 발표가 하루 전 예고되고 또 홍보되었으며 담당 장관이 직접 나와서 발표한 것은 중국식으로는 되돌릴 수 없도록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아마 주택 정책도 또 연이은 "진격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기존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는 작은 신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SNS에 한 가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시진핑 주석의 정책 방향을 찬양하는 이른바 용비어천가를 올렸는데 순식간에 주요 국영 매체가 이를 보도하였다. 어떻게 보아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최근의 여러 발표와 정책을 찬양하고는 이제 앞으로 펼쳐질 정책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는 것과 과중한 의료 부담을 잡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자본가들이 금융 장난, 투자 장난하여 떼돈 버는 일, 그리고 연예인이라고 인기 있다고 쉽게 재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 보면 왜 영어가 필요 없고 왜 시진핑 사상 학습인가? 부동산을 잡고 의료 부담을 잡는 일과 함께 왜 자본가나 연예인들에 대한 반감이 조성되는 것일까? 과연 문화 대혁명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확실히 보다 강력한 공산주의로 돌아가는 듯한 사회 분위기는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문화 대혁명은 중국 인민 절대다수가 경기를 일으키는 단어이다. 그러한 정서를 거슬려가면서까지 공산주의 회귀적 정책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기층 민중의 불만이 한계에 왔다는 인식이 있어서가 아닐까?
중국의 한 유튜버는 금년부터 중국은 공식적으로 인구 감소에 진입할 것 같다고 예상하였다. 필자는 작년부터 이미 인구 감소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적이 있다. 1년 차이가 무어 그리 중요하랴? 중국은 그야말로 여러 면에서 전환기에 있고 아마도 지금부터 펼쳐지는 일련의 일들이 나중에 역사책에 기록되는 그런 시기일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8R36iK8MRTM&list=WL&index=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