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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2. 2021

중국 경제 전망, 블랙록과 소로스 누가 맞을까?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지난 8월 30일 중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 내었다. 그는 중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로 인한 영향을 받을 것이고, 시진핑 정권의 민간 기업에 대한 탄압은 사실이며, 월 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를 비판했다. 특히 The MSCI All Country World Index (ACWI)와 같은 지수에 중국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https://www.ft.com/content/ecf7de34-e595-4814-9cbd-4a5119187330


정서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돈에 관해서는 꼭 그렇지가 않아서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중국의 투자 상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소로스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소로스가 평소부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걱정했었는가 하는 의문도 있거니와 소로스는 중국 금융 당국과 위안화 투기를 가지고 전투를 벌인 적이 있어 서로 간에 감정의 골도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중국 금융 당국은 이례적으로 "위안화 투기꾼들은 목숨을 잃고 싶지 않으면 계속해 보라"며 분노를 표현했고 결과적으로 투기 실패로 많은 손해를 본 소로스 역시 중국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MSCI의 ACWI ESG 선행지수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상위 10개 구성종목 중 두 개다. BlackRock의 ESG Aware Emerging Markets Exchange Traded Fund에서 중국 기업은 전체 투자의 1/3을 차지한다. 소로즈는 이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 의회는 자산 관리 회사가 실제 지배 구조가 투명하고 이해 관계자와 일치하는 회사에만 투자하도록 명확하게 요구하는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s://www.rfi.fr/cn/%E4%B8%AD%E5%9B%BD/20210830-%E7%B4%A2%E7%BD%97%E6%96%AF-%E4%B9%A0%E8%BF%91%E5%B9%B3%E6%B2%BB%E4%B8%8B%E7%9A%84%E4%B8%AD%E5%9B%BD%E6%8A%95%E8%B5%84%E8%80%85%E9%9D%A2%E4%B8%B4%E6%A3%92%E5%96%9D%E6%83%8A%E9%86%92

사실 소로즈의 경고는 처음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위원장의 경우도 대중들에게 중국에 대한 투자는 위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이러한 경고는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매일매일 접하는 금융 회사의 직원들, 애널리스트들, 그리고 소위 전문가들은 대중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자주 매매를 해야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중국 주식은 사지 말라고 하는 이들은 없다.


소로스가 발표한 이날이 바로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BlackRock) 이 바로 전날 중국으로부터 뮤추얼 펀드에 대한 허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한 날이었다. 블랙록은 금년 초만 해도 미 정부로부터 제재가 있을 것으로 예견된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컴 등을 팔아 치우는 등 중국 관련 자산을 정리하는 듯했지만 중국 정부가 금융 시장을 개방한다고 하자 가장 먼저 달려가서 로비를 한 것이다.

https://www.wsj.com/articles/blackrock-gets-go-ahead-for-a-mutual-fund-business-in-china-11598687419?mod=article_inline


블랙록은 자신의 고객에게는 매우 훌륭한 자산운용사 일지 모르지만 SOHO 매각을 둘러싼  움직임이나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을 둘러싼 움직임을 보면 그야말로 돈에 눈이 뒤집힌,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요소는 일고도 하지 않는 그런 회사로 보인다.(필자의 이 말이 블랙록에게는 칭찬으로 들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튼 블랙록이 중국의 건설은행, 그리고 싱가포르의 Temasek과 함께 중국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게 된 것은 그들에게는 크나큰 성공이다.


소로즈는 블랙록에 대해 한 마디 했다. BlackRock의 고객에게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의 국가 안보 이익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말이다. 소로즈는 또한 블랙록의 경영자가 중국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aljazeera.com/economy/2021/9/7/george-soros-says-blackrocks-china-investments-tragic-mistake

소로즈가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지적한 것은 사실 매우 정확하다. 현재 중국은 이미 부동산 버블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블랙록은 SOHO라는 중국의 부동산 매입에서 이미 위기 상황에 처한 건물주를 이리저리 흔들고 술수를 써서 헐값에 구매하는 수단을 보여 주었다. 블랙록은 아마도 이제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 갖은 수단을 써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가속시키고 헐값에 부동산을 매입할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상황에 대한 판단이 같아도, 대처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묘한 것은 소로즈 또한 1997년 우리나라에 IMF 사태를 일으킨 금융 위기 때 대규모 외환 투기로 원인 제공을 한 악덕 자본가로 지목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블랙록도 소로즈의 지적에 대하여 반응을 보였다. CNBC에 중국에 설립한 뮤추얼 펀드 자회사가 111,000명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66억 8,000만 위안(10억 3,000만 달러)을 조달하여 첫 번째 펀드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블랙록의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은 크고 복잡한 경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2020년에 양국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총교역 금액은 6,000억 달러를 초과했고 우리의 투자 활동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의 상호 연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블랙록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블랙록의 주가가 연초 대비 28% 이상 상승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https://www.cnbc.com/2021/09/08/blackrock-responds-to-george-soros-criticism-over-china-investments.html


이런 소로즈와 블랙록 사이의 주거니 받거니를 놓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둘 사이의 논쟁은 바로 월스트리트의 중국 딜레마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하였다. 중국을 보는 미국의 기본 입장은 소로즈와 다를 것이 없지만, 눈앞의 현실은 자본 시장을 열어 주며 투자 수익을 유혹하는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들 월 스트리트의 금융 기업들의 탐욕을 활용하여 금년 6월 기준 역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과 채권 보유고가 7조 6천억 위안, 약 1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4년 전 대비 4배 규모이고 당분간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https://www.wsj.com/articles/blackrock-soros-feud-is-a-microcosm-of-wall-streets-china-dilemma-11631184772?mod=searchresults_pos3&page=1


필자가 보기에는 소로즈나 블랙록이나 돈만 벌 수 있다면 나라와 부모도 팔아치울 사람들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필자와 약간의 인연이 있는 인물 중에 판스이(潘石屹)라는 부동산 재벌이 있다. 이 사람이 수년 전 시진핑 주석 치하의 중국에서 자신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모든 부동산 개발을 중지하고 해외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였다. 그러나 너무나 규모가 큰 보유 부동산이 문제였다. 처분이 어려운 것이고 게다가 그는 해외에서 외화로 대가를 받아야 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6월 18일 블랙록이 중국의 부동산 자산, SOHO China를 3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를 했다. 필자는 고개가 갸우뚱했는데 블랙록이 인수하려는 조건이 제법 판스이에게 나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아는 한 금융계의 인물 중에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건 좀 이상하군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전 해의 SOHO 주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고 이 발표 후 홍콩 시장에서 SOHO China의 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보고 블랙록이 채권 차액을 노렸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https://m.ftchinese.com/story/001092879?topnav=china&archive


그런데 몇 개월 후에 이 거래는 중단하였다는 공고가 떴다. 블랙스톤이 인수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정황 상 블랙스톤이 판스이 부부를 가지고 놀았을 가능성이 컸다. 판스이 부부는 이 SOHO를 처분하지 못하면 사실 상 문제가 커지게 된다. 게다가 거래가 중단된 후 판스이 부부의 아들이 SNS에 올린 내용이 문제가 되어 중국의 네티즌들이 판스이 가족을 매국노로 낙인찍고 맹렬한 비난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수개월이 지나자 다시 블랙스톤과 판스이 부부간에 SOHO China에 대한 재계약이 이루어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 이때의 가격은 처음 계약보다 상당히 낮아진 것이었다. 필자는 속으로 그럼 그렇지 이 블랙록 같은 놈들이라고 투덜대며 이제 사건이 정리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웬걸, 블랙록이 거래 중지 종결을 선언했다. 원래 중국 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한 계약이었다며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계약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과연 월 스트리트, 과연 블랙록이다. 멋지게 판스이를 농락한 것이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3910?topnav=china&exclusive

블랙록에게 중국 자산운영 시장 허가는 SOHO China와는 비견할 수 없는 큰 이익이다. 처음부터 판스이나 SOHO China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부동산 버블이 터지려고 하는 타이밍 아닌가 말이다. 오히려 중국 당국이 판스이의 재산을 몰수하고 SOHO China를 처분할 때 블랙록은 달려 들어가 헐값에 인수하려 할 것이다. 이미 두 번의 due dilligence를 통해서 자산 내용을 철저하게 분석해 두었으니 경쟁자도 무섭지 않다. 어쩌면 판스이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이미 SOHO China 자산 매각에 대한 밀약을 중국 당국과 맺어 놓았을 수도 있다. 필자의 상상력은 이 정도이지만 블랙록은 아마 이보다 훨씬 잔인한 방법을 생각해 놓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판스이가 좋은 인간인가? 필자는 잘 모른다. 그러나 중국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하여 떼돈을 번 인간 중에 과연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안 당할 인간이 몇이나 있을까? 소로즈, 블랙록, 판스이 모두 아귀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돈을 맡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블랙록 같은 기업이 가장 좋은 대안일 수도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줄 테니 말이다. 블랙록이 유럽에 등록한 중국 펀드의 자산 규모는 이런 블랙록의 활약에 힘입어 1월~7월까지 25% 증가하였다. 주로 중국 채권 상장 지수 펀드, ETF의 영향이다. 순 유입액은 370억 유로에 가깝고 자산 운영 규모는 1559억 유로에 달했다.

https://m.ftchinese.com/premium/001093813?topnav=china&exclusive


필자가 보기에는 블랙록과 조지 소로즈가 아웅다웅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홍콩 SCMP는 요즘 전 같지 않고 매우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감옥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칼럼을 통해 실수는 조지 소로즈가 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은 소로즈 말대로 폐쇄하기는커녕 더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https://www.scmp.com/week-asia/opinion/article/3148254/george-soros-not-blackrock-one-making-china-blunder

유감스럽게도(?) 필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아직도, 그리고 미래에도, 아마도 끊임없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서방의 이런 지옥 싸움을 하는 자본들을 유치하려 애를 쓸 것이다. 소로즈는 블랙록이 결국 손실을 볼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단 기간 내에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당국이 당분간 투자 자본들이 손해 보는 꼴을 보이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https://www.reuters.com/business/finance/soros-says-blackrocks-china-investments-likely-lose-money-wsj-2021-09-07/


필자의 눈에는 중국 당국이라는 염라대왕이 내려다보고 있는 지옥에 수많은 외국 자본들이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제 이해가 된다. 중국에 전해 내려오는 "지옥에는 문이 없는데도 잘들만 기어 들어온다"라는 말 말이다. 

중국의 공식 정부 8월 PMI 지수는 50.1%로 가까스로 50 선을 지켰지만 소형 제조 기업의 PMI가 48.2%였다. 이 숫자는 지금까지의 중국 제조 PMI에서 보지 못하던 패턴이다. 비교적 신뢰를 얻고 있는 차이신(财新)의 자체 PMI 보도를 보면 지난달 54.9%에서 46.7%로 하락했다. 선행 지수인 신규 오더 지수가 49.6%로 기준선 이하로 떨어졌다. 

비제조업은 47,5%로 폭락이며 서비스 업의 경우 신규 오더 지수가 40.5%로서 전월 대비 9.2% 하락이다. 정말 이렇게까지 내려앉는 데이터는 필자도 처음 본다. 공업 생산자 구매가는 동비 대비 13.6%라는 기록적 증가를 하였다. 생산자 물가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전략 물자 비축 물량 중에서 원유를 방출하기 시작하였다. 


지난 7개월 동안 투자와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중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77%까지 끌어올렸다. 소비는 내부 경제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구조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19와 함께 주민 소득의 낮은 성장률이 소비 위축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저소득 문제는 심각하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1-09-11/weekend-long-read-what-does-chinas-consumption-slowdown-mean-for-the-economy-101771625.html

시진핑 주석이 "공동 부유'를 소리 높여 외치고 베이징 증권 거래소가 발표되며 하루가 멀다 하고 베이징 증권 거래소 관련 정책이 발표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 당국이 급한 것이다. 무엇이 급하냐고? 돈이 급하다. 소비 부진, 대량 실업, 코로나로 인한 봉쇄 타결, 산업 구조 조정, 미국 주도의 기술 봉쇄 해결, 모두 시급하고 모두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사방에서 돈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지옥에는 문이 없어도 잘들만 들어오는 것이다. 한국의 지인들이 모처럼 연락이 오는 경우도 대개는 중국 주식 어떤 게 좋아?라는 질문이 대분이다. 다행이다. 단기간 내에는 중국 금융 시장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용감하게 투자들 하셔라. 하지만  필자는 EXIT을 언제 해야 하는지 알 재주가 없으니 빠져나갈 기회를 놓쳤다고 필자를 원망하지는 마시라. 지옥에 가도 정신만 차리면 빠져나올 수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지옥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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