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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16. 2021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쏘는 이유

9월 15일 북한이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동 중인 열차 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준비 작업 없이 실시간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dE4wic39emE

물론 열차 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김여정 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문제인 대통령...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등 북한식 어법을 사용하였다. 필자는 "북한식 어법"이라는 말을 "남자 친구나 남편에게 토라진 젊은 여성이 하는 말"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절대 여성을 폄하하려는 뜻은 없으니 오해 없었으면 한다. 다만 영화 같은 데서 토라진 여성이 남자 친구에게 쏘아붙이는 장면과 북한의 말이 필자에게는 자주 겹쳐 보인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011943.html

북한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을 맞이하여 크루즈 미사일을 시범 발사했고 다음 날에는 탄도 미사일도 날렸다. 이렇게 연이어 미사일을 쏘는 것은 확실히 범상한 일은 아니다.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번 연속적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북한의 속내"는 크지 않고 "중국의 속내"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왕이 부장이 한국에 오면서 분위기를 잡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너희는 우리가 필요해"라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본다. 파이브 아이즈 질문에 파안대소라고?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그럼 신경 꺼 주세요. 왕이 씨. 천만에, 중국은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다. 황급히 달려올 정도로 말이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915/109276777/1


사람들은 이제 미중의 각축전 사이에서 한국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라든가 이제 한국이 미중 두 나라에 매우 중요해졌다든가 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 올라갔다든가 하는 말들을 하고 있다. 필자는 다 동의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정작 미중이 충돌을 전제로 생각해 보니 한국의 군사력이 어마 무시하게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놈의 "북한 카드"가 요즘은 씨도 잘 안 먹힌다는 것이다.


 필자는 유신, 군부 독재 정권 하에서 학생 시절을 겪으면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공포를 매일매일 주입받으며 살아왔다. 이 공포 속의 북한은 너무나 악독하고 위험하며 슈퍼맨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렇게나 무서운 북한 사람들을 통치하는 지도자는 정말로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를 보며 너도 나도 댄스를 즐기기에 정신이 없는 우리 젊은이에게 북한과 우리가 싸우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보면 어이없어할 것이다. 북한의 위험은 진작에 멀리 사라졌음을, 오히려 그들이 공포 속에 살고 있음을, 만일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은 아마 수 일 이내로 사라질 것임을 우리 젊은이들은 다 안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 카드가 효용을 잃어버렸다"라는 뜻이다.


미국이 한국에게 미사일 협정을 종료하고, 핵 잠수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미 하원에서 파이브 아이즈에 한국을 포함하자는 결의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이 조바심이 아니 날 수가 없다. 그간 많은 한국의 언론 매체를 보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거칠다든가 안하무인이라는가 불합리하나든가 라고 비난하는데 역시 중국의 속내를 읽지 못한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에서 거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의 의미는 대체로 "나의 체면을 세워줘"라는 신호이다. 자기도 자신이 불합리한 말과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 왜 알면서 황당한 요구를 하냐고? 자기가 제안할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계약을 협의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면 자기도 무리하게 주장해 오던 조건을 철회하겠다는 중국인들 특유의 방식이다. 즉, 카드가 없을 경우 억지로 카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이없는 방법이자만 그들 사이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중국이 사드 사태에서 미국 보고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한한령을 내리는 것은 그들에게 방법이 없어서이다. 그래서 알면서도 강짜를 부리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한국에 대해 언제나 두 가지 카드를 사용해 왔다. 하나가 북한 카드이고 다른 하나가 경제이다. 그런데 이 두 카드가 모두 효력을 잃고 있다. 북한은 어떻게 보아도 이제 한국에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또 하이테크 방면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을 죄는 결과가 된다. 중국은 카드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왕이 부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의도적으로 북한의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을 날려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카드를 다시 내민 것이다. 그러나 당일 한국은 SLBM 발사 시험 성공과 함께 여러 전략 자산을 발표하였다. 말로는 북한의 도발을 원천 저지한다는 표현을 했지만 SLBM이 코를 맞대고 있는 북한을 대상으로 했겠는가?

https://www.chosun.com/politics/2021/09/15/LJ6VEXIOFNFSBITXP3MMYYYNBA/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국은 이제 한국에 대한 카드가 소진되어 없다. 그래서 다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과는 다른 면모를, 다시 말해 위협이 될 만한 카드를 보여야 하니 미사일을 열차에서 발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식당에서 밥을 먹다 뉴스를 들은 아저씨들도 별로 고개를 들어 TV에서 뉴스를 확인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눈길 한번 주는 정도 아닐까? 어쩌면 실소를 하며 혀를 끌끌 찼을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상황은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자주국방을 증강해온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 더 큰 목소리로, 더 말이 안 되는 억지를 부릴수록 우리는 희소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그들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될 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북한 카드를 버리는 카드"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민족에게는 21세기 최대의 경사로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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