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대학 명거정 교수의 해석
시진핑 주석이 왜 미중 무역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를 해석한 대만 대학 명예교수 명거정이 이번 홍콩 범죄인 인도법을 둘러싼 사태를 보며 다시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을 분석하였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투쟁은 이미 단순한 신법 반대의 수준을 넘어 반 중국, 반 중국 공산당, 그리고 심지어 홍콩 독립을 부르짖는 소리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강경한 대응을 하는 듯했으나 홍콩 정부가 원래 예정대로 동법을 패스트 트랙에 태우지 않기로 하며 보다 민중의 뜻을 듣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며 한 템포 쉬어 가는 양상이다.
미 국무부는 이미 홍콩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현 상황은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수 지위와 혜택 대우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하였다. 일국양제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으며 새로운 법안은 홍콩의 자치를 심각 하게 훼손하여 장기적으로 홍콩의 자유, 민주의 가치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과거 홍콩에 부여했던 특혜는 바로 무역에 있어 관세 혜택을 부여한 것과 홍콩 달러와 미 달러 간의 페그 제도를 허용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또 미국 비자 발급에 있어서도 중국 대륙과는 달리 우호적인 조건을 부여하였다. 사실 미국 국무부의 뜻은 홍콩 정부가 민중의 뜻을 받들지 않으면 이미 이러한 혜택을 부여받을 조건을 상실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국무부뿐만 아니라 미 의회도 홍콩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CECC(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 미 의회 중국 위원회)는 이미 5월에 홍콩의 케리 람(林鄭月娥,임정월아, 홍콩 행정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본 법안의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CECC 위원장인 공화당의 루비오 위언은 심지어 미 국무부가 직접 홍콩을 방문하여 민주화 수준을 점검하게 하는 홍콩 민주화법을 제정하겠다고까지 하였다. 만일 홍콩의 민주화 수준이 훼손되었을 시에는 홍콩에 대한 우혜 조건을 없애댜 한다는 것이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 소지자는 약 8만 5천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홍콩에 설립된 미국 기업은 1300여 개에 달한다. 마국으로서도 중국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범죄자 인도법이 통과할 경우 이들 미국인 및 미국 기업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지명한 사람답게 케리 람의 태도는 그간 강경했다. 합법적 시위를 한다면 놓아두겠지만 불법적 행동을 한다면 끝까지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뒤에 있는 중국 정부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오늘 6월 12일로 예정된 법률 심사는 통과를 강행할 것으로 예측되었었다. 중국 외교부는 외국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며 미국의 개입을 암시하기도 하였다. 또 거리에 나선 사람들 수가 곧 주류 의견임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80만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서명을 통해 본 법안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반대파가 서방과 결탁하여도 홍콩의 대세를 바꿀 수 없다고 하였다.
본 법안은 6월 12일 2차 심의인 소위원회 표결이 예정되어 있다. 소 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이제 3차 심의인 전체 위원회에 법안 보고를 하고 표결을 하게 된다. 이 전체 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의안 변론 표결을 거쳐 케리 람이 서명하여 확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그래서 시위대는 오늘 파업, 파시(장사 안 함), 파학(학교 안감)을 단행하였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였고 심지어 학생들 및 교사들도 참여하였다. 실로 촛불 집회의 홍콩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홍콩 의회는 대부분 친중 인사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심의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결과는 심의 연기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 법안은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홍콩의 반중 독립의 시작은 대략 1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2015년 이후 홍콩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홍콩이 미래는 홍콩 사람이! 홍콩의 통치는 홍콩 사람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이런 말들이 중국 공산당에게는 너무나도 무서운 말들일 수 있다. 하지만 케리 람은 강경한 태도로 6월 12일 절차대로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홍콩은 중국에 있어 과거와 같이 유일한 대외 교역 항구는 아니지만 지금도 커다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우선 많은 중국 기업들이 홍콩에 와서 자금을 조달한다. 이미 천여 개 이상의 중국 본토 기업이 홍콩에서 상장하였다. 그 규모는 최소 6조 홍콩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한화로 1천조에 달하는 거액이다) 또 외국 기업의 투자가 들어오는 주요 창구이다. 그리고 위안화를 국제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정보가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는 중국 대륙과는 달리 홍콩을 통해 전 세계의 고급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그리고 홍콩은 중국 정부에게 있어 대외 교류와 물류의 창구이기도 한 것이다.
국가 전략적 측면에서 홍콩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에게 보여주는 샘플이기도 하다. 우리가 대만을 통일하고 나면 이렇게 된다는 사례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오늘의 홍콩을 보면서 중국 대륙과 통일하고 싶은 대만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기에는 민족주의에서, 감정적 원인으로 합쳐야 된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오늘의 홍콩을 보고 있으면 중국 대륙과 통합되고 싶어 하는 대만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을 생각할 때 중국 대륙에 있어 홍콩의 잠재 가치는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중요한 홍콩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왜 이리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내세우는 것일까? 명거정 교수가 제시한은 세 가지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1. 전통적 공산당 사상인 시진핑의 맹목적인 정책 집행, 이제는 기호지세로 정책 변경이 어렵다는 해석
2. 시진핑 주석이 일부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는 해석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후 크게 네 세력을 쳐부수었는데 그 하나가 장쩌민, 쩡칭홍 계열, 그 둘이 중앙 및 지방의 탐관오리, 그 셋째가 기업 이권을 장악하고 있는 태자당, 그 네쨰가 해방군 안의 반대 세력 등이다. 명교수는 테리 람이 이들 세력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원래 홍콩, 마카오, 대만 영역은 쩡칭홍이 장악하고 있던 것이다. 홍콩 독립의 목소리도 자세히 살펴보면 렁춘잉(홍콩 제4대 행정장관)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바로 이 렁춘잉이 홍콩 독립 여론을 의도적으로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제 홍콩 독립 논의를 시작한 사람들은 약 20여 명 정도인데 당시 알아볼 만한 저명인사는 없었다고도 지적한다. 그래서 홍콩 독립론이 다름 아닌 시진핑 반대 파벌에서 의도적으로 유도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명거정 교수에 따르면 6월 6일 광명일보, 6월 8일 신화사 논설 등은 모두 대미 강경론으로서 시진핑 주석이 물러나지 못하도록 하는 논조였다. 그리고 6월 10일 인민일보에서도 대미 강경론을 촉구하는 논설이 실렸다. 그리고는 환구시보에 미국에게 굴복하는 것은 매국노라는 취지의 글이 실린다.
간단히 말해 명거정 교수는 중국 공산당 내부에 미국에 대하여 강경파와 온건파가 양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명 교수의 시각에서 시진핑 주석은 오히려 온건파에 속하며 반대파의 압박으로 대미 강경책을 쓰고 있다는 견해이다.
3. 시진핑 주석이 거짓 정보로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가능성
현재 미중 간에는 서로 적대시하는 세력이 힘을 얻어 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반중 세력이, 그리고 중국 내에서는 반미 세력이. 이 두 세력은 서로가 서로를 키워주고 있는 면이 있다. 명교수는 자오즈양의 회고록에 의하면 천안문 사태 때에도 리붕, 리스민, 천시통 등이 등샤오핑에게 왜곡 보고를 하여 등샤오핑이 무력 진압을 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했을 때 엽검영의 아들인 예시엔링이 시진핑 주석에게 정보 계통을 전달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온전하게 이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이를 시진핑 주석 취임 후 국가안전부 마지엔 부부장이 실각한 사례를 들어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시진핑 주석이 온전한 정보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하고 있다는 추론이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명 교수는 어느 가능성이 가장 사실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상기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했을 뿐이다. 홍콩 입법위원회는 모두 69명, 의장을 제하고 절반이면 34명이다. 현재 본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은 25표에 불과해서 반대에 필요한 35표에 10표나 모자란다. 기존 친중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고는 부결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강대강의 상황으로 충돌하면 홍콩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각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홍콩 관계법을 수정하여 지금까지의 우혜 조건을 완화하거나 없앤다면 이후 홍콩에 과거와 같은 번영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다.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