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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Nov 16. 2021

공동부유, 비축량과 유동량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이야기했을 때 세계는 놀랐다. '공동 부유'라는 것의 의미는 같이 잘 살자는 것이겠지만 당시 중국 당국이 마윈이나 마화텅 같은 민간 대기업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상 있는 자, 자본가, 기업인의 재산을 빼앗아 가는 정책일 것이라고 맥락을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꼭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동부유'라는 말부터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하던 당시부터 했던 말이고 중국 당국도 공동부유가 지주에게 땅을 빼앗아서 농민에게 주는 식의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동 부유가 그럼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구체적으로는 어떤 정책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정보가 없다. 다만 3차 분배라는 설명이 나오면서 공동부유를 위해 3차 분배가 추진될 것이며 그 의미는 1차는 시장에서 소득에 의한 분배, 2차는 정부가 누진제 세금 등을 도입하는 2차 분배, 그리고 의무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부자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하는 3차 분배하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일부 인물들의 기금 출연 등이 발표되면서 이는 사실 상 부자들에게 자선이나 출연금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라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그런 큰 공개석상에서 자신이 돌발적인 발언을 했을 때 본인이 돌발적으로 말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주석이  '공동부유'를 외칠 때에는 그 연설문을 써준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그 사람도 당연히 일정 정도의 이론 배경과 정책 배경을 가지고 썼을 터이다. 이제 조금씩 공동 부유와 관련하여 이론적 해석과 설명이 나오고 있고 그 시사점도 적지 않아 보여 조금 소개를 해 보려 한다.



 

먼저  2021년 8월에 공동부유에 대해 논한 중국 재정 과학원 원장인 류상시(刘尚希)의 글을 소개한다. 그는 비축량(存量)과 유동량(流量)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이 비축량과 유동량이라는 개념은 중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문장들을 읽다 보면 아주 자주 나오는 말이다. 금융과 실물 공급망 등에서 모두 포괄적으로 사용되는데 비축량은 문자 그대로 이미 축적이 되어서 주머니에 있는 것을 말한다. 만일 현금으로 친다면 저금이 될 것이고, 상품으로 본다면 재고일 것이며, 금융 시각에서 본다면 자산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유동량은 흐름을 말한다. 현금으로 친다면 수입이 될 것이고, 상품으로 본다면 입출고, 그리고 금융 시각에서 본다면 이자나 투자 수익이 될 것이다.

중국 재정 과학원 원장 류상시(刘尚希)

류상시는 우선 분배 문제에 있어 왕왕 소득 분배와 재산 분배가 혼동된다고 지적한다. 이 둘은 성격이 매우 달라서 소득 분배는 유동량의 분배이며 재산 분배는 비축량의 분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도시의 사무실 근로자는 월급이 많으니 농촌의 농민들을 도와주자 라는 식의 말을 한다면 이는 유동량의 배분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양극화 현상을 이야기한다면 이는 비축량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민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가 뛰어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면 이는 그 집에 집주인이 대단한 투자나 투입을 한 것이 아니라 시정부와 시민들의 투자와 투입이 당사자의 부동산에 가치 전이가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축량은 사회와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용이하게 집중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양극화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해석하건대 극단적으로 류상시의 말을 해석하면 급여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유동량의 문제는 공동 부유에 있어 큰 이슈가 아니며 사실은 공공의 유동량을 먹고 자라는 비축량, 즉 부동산 및 금융 자산의 소유 차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류상시는 계속해서 도농 간의 소득 격차는 한때 상당히 벌어졌었지만 최근 수년간 많이 좁혀졌다면서 문제는 도시 지역 부동산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빈부 차이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비축량인 자산은 이제 보다 수익성이 좋은 쪽으로 신속히 움직여 가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순자산가치가 높은 사람들은 전문적인 재테크 서비스나 더 즉각적인 시장 정보를 얻기 쉬우며, 더욱 많은 자산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산 효과'는 부의 재분배와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고 법 체게 미비, 정보 불투명, 직업윤리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적 상황에서 특히 각종 비은행 금융기관, 예를 들면 펀드회사, 재테크 회사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대로 놔두면 부익부 빈익부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류상시는 '공동부유'를 달성하려면 소득 분배, 즉 유동량의 분배가 아닌 자산 분배, 즉 비축량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1,2 차 분배 시스템을 수정하여 비축량 분배의 왜곡 현상을 교정해야 한다. 시장에 의한 분배는 Matthew 효과를 가지고 있는 바 명목상 공평하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한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 대기업과 소기업 간, 실물 기업과 금융기업 간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공공 소비가 사람 간 능력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음에 의거하여 개인의 소비 격차로 인한 능력 격차를 보완하고 계층별 발전의 기점인 형평성 증진, 인적 자본 투자 균등화를 촉진한다. 농민과 시민 간의 격차, 간부층과 노동층의 격차 등 사회적 신분을 타파하고 기본 공공서비스의 균등화를 추진하여 사회보장 취업, 의료위생, 기초 주택보장, 기초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체제 개혁과 투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공공소비를 사람의 발전을 촉진하는 유력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조세조정기능을 조세수입 기능에 통합하여 조세 재분배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직접세 제도 개선, 과세기반 확대, 재산세 제도 최적화, 조세조정 기능 강화, 제3차 사회분배를 위한 조세정책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https://www.chineseafs.org/ckynewsmgr/newsContent_queryOneNewsRecord?retVal=cnzkcgxw&zyflag=1&searchFlag=2&newsid=0824175010_84842848


종합하면 류상시는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유동량보다는 비축량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고, 일단 비축량인 자산을 많이 가지게 되면 정보 불균형은 물론 공공 투입이 전이되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비축량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명분 상으로만 공정하고 실제 상으로는 불공정한 사회 관행을 타파하고 공공 투입이 사물보다는 인간, 그러니까 인적 자본 투자 균등화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류상시의 발상이라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도로, 교통 등 인프라 투자에 집중되던 정부 예산을 농민, 농촌, 그리고 노동자 계층이 정당하고 공평한 교육을 받고, 사회 보장을 받으며, 가난해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에 쓰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류상시의 발상은 향후 중국 정부 예산의 투입 방향에 큰 변화를 요구한다고 본다. 류상시가 이끄는 중국 재정 과학원은 국무원, 특히 리커창 총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시진핑 계파 등 다른 계파에 밀릴 때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운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공동부유는 시진핑 주석 본인이 외치고 있는 개념이니 만큼 다른 계파에서 딴지를 걸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중국의 관료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관료와 자본가들 간의 결탁이 적대 세력일 것이다. 류상시는 이 글에 이어 10월에는 '공동부유'와 '공유제/사유제'에 대한 문장도 발표했는데 다음번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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