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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0. 2022

신선 식품과 중국 현급 지역

중국 농촌 경제 시리즈 1

작년 이맘때인 2021년 2월 중국 상무부 연구원의 한 프로젝트 팀에서는 초대형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에서 추진 중인 농촌 사업 중 '1 무(亩) 당 1천 달러'  사업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이 사업은 낙후한 농촌과 알리바바가 보유한 거대 쇼핑몰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사업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농가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할 수 있게 하여 지금까지 중간상이 취하던 이익을 농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https://www.caitec.org.cn/n6/sy_xsyj_yjbg/json/5660.html


이를 위해서는 농가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중국의 농촌에는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없는 농민들이 제법 있고 네트워크 인프라마저 없는 곳도 있다. 그래서 우선 농가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농촌에 인터넷 인프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First One Mile"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홈 네트워크를 "Last One Mile"이라고 부르는 것을 참고한 작명일 것이다.


연구팀은 이 사업의 관건은 민간 부문과 어떻게 협력 모델을 잘 만들 수 있는가 일 것으로 보았다. 중국에는 6억 이상의 농촌 인구가 있으며 그들의 유일한 자산인 토지는 "집체 소유제"로 묶여 있다. 원래 중국 공산 혁명을 위하여 만들어진 이 집체 소유제는 공산 혁명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지만 토지 사용에 있어 모든 농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이 제도는 이제는 농촌 현대화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농촌 경제의 낙후성은 농민들이 도시로 나와 농민공 생활을 하게 하여 농민의 도시 빈민화와 농촌 경제의 발전을 한계 지우고 있다. 결국 시장 경제적 요소가 농촌 체계와 결합이 되어야 농촌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되는 셈인데 사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관점이다.

https://www.sohu.com/a/432231131_796290


알리바바의 마윈은 당시 '1 무(亩) 당 1천 달러'의 전략으로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여 도시 주민들에게 농산물 주문형 맞춤화를 실현

농민이 보다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

인터넷을 통해 농민의 힘을 통합하여 공급 및 마케팅 협동조합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

이 세 가지는 다름 아닌 농민이 알리바바를 통하여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 마디로 요약이 된다. 마윈은 자신이 보유한 클라우드와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기능 등을 구현하면 해결될 것으로 보았다.

지능형 파종 지원 엔진: 다차원 데이터의 종합적인 분석과 지능형 최적화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파종 계획을 생성하여 농산물 식재의 표준화 및 상품률 향상을 실현

수율 예측 엔진: 작물을 수확하기 전에 미리 생산량을 예측, 예측에는 다양한 등급의 작물의 개수, 단일 중량 및 총중량이 포함

물 및 비료 결정 엔진: 실시간 물 및 비료 결정을 실현하고 물 및 비료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작물 수확량을 개선할 수 있는 작물 성장 모델 및 일정을 수립

지능형 농업 스케줄링 엔진: 다차원 데이터의 포괄적인 분석 및 지능형 예측을 통해 결과를 제공하고 지능형 농업 기계를 연동하여 자동 정밀 작업을 실행

하우스 환경 제어 분석 엔진: 온실 내 다차원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여 모델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온실 내 작물 성장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수익을 개선

알리바바는 이러한 노력으로 "빈곤 퇴치 선진 집체"라는 명예를 안았다.  2020년까지 3년 동안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전국 832개 빈곤 현의 온라인 매출은 2,700억 위안을 넘어섰다. 한화로는 50조가 넘고 매년 17조 정도의 매출을 보인 셈이다.


중국의 농민 문제는 역대 정권과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던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농촌에 마윈 같은 방식으로 하이테크를 도입하는 것은 아마도 나라 하나를 건국하는 만큼의 난이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의 농민들의 속성을 고래해 볼 때 상무무 연구팀이 말한 대로 농민에게 '이익'을 보여 줄 수만 있다면 농촌 경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첨단 과학이 아니라 이익의 힘으로 말이다. 즉 정책의 방향은 옳아 보인다.


14차 5개년 계획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농촌에 대해 매우 강한 개혁을 시사하는 어귀가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큰 정책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큰 정책을 위해 미리 자리 깔기를 하는 정책들이나 신호가 조금씩 보이는 정도이다. 섣불리 이야기했다가 만일 아니게 되면 필자가 많이 부끄러울 것이므로 심증이 확증이 될 때 소개를 하려 한다.


그리고 최근 농촌 시장에 대한 마케팅 접근이 나오고 있어 이제 중국 정부의 정책 발표가 조만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 리서치는 농촌 소비 시장, 그것도 발상의 전환으로 '신선 제품 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매우 흥미롭다. 이제까지 농촌은 가난 구제의 접근 방식이 많았고 시장으로서의 접근은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접근이 성공할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 영역의 활동은 우리가 주목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https://mp.weixin.qq.com/s/NW_xR_7EAsQIwMIFJIQnZQ 

이제 이 보고서 내용 중 필자가 관심 가는 부분들을 좀 추려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먼저 농촌의 소비품 소매액 증가율의 추이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하나는 농촌의 소비 증가율이 도시 소비 증가율보다 항상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 농촌을 막론하고 소비 증가율이 2013년 이후 지속 감소하여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는 마이너스에 다 달랐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비 증가율 감소가 소득의 영향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도시이든 농민이든 소득 수준 자체는 증가해 왔다. 적어도 물가 상승률보다는 제법 높은 수준으로 도농 모두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의 경우에도 소득은 향상된 것으로 나오니 소비 감소는 확실히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먹고 마시고 피고 하는 소비는 증가할 뿐만 아니라 2020년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이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최근의 식품 물가가 급등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아이 리서치는 농촌 시장에서 '신선 식품 마케팅'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 계기를 1인당 소비 지출 측면에서, 2020년 도시 거주자의 지출은 농촌 거주자의 2배이지만 도시 거주자의 지출은 음식, 담배 및 알코올 소비 측면에서 농촌 거주자의 지출보다 3% 포인트 높은 데 불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먹고 마시고 피는 소비에 있어서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별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담배와 술은 일부 대기업의 전유 품목이고 수많은 식품 산업 기업들에게 있어 농촌이야말로 '식품'의 숨은 큰 시장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에서 제시되는 것이 '신선 식품'이다. 대표적인 예가 해산물이다. 중국의 내륙 지역에서는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다. 콜드 체인이 미약하기 때문에 내륙 지역까지 신선한 해산물이 도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사실 해산물뿐만 아니라 꽃이나 과일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내륙 지역 사람들은 해외 관광을 갈 때도 물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하이난도에 내륙 지역 사람들이 들끓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신선 식품을 구매하는 구매자 층은 평균 월 수입 1만 위안 내외의 가정이다. 그러나 2, 3천 위안의 소득자도 신선 제품 구매자 비중의 17.2%를 차지한다. 주 계층은 월 1~2만 위안의 수입 계층으로 중국에서는 중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농촌에 무슨 신선 식품 시장이 있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중국에서 농촌이라는 개념은 행정 단위에서 '현', '진', '촌', '향'을 의미한다. 대도시 하부에는 도시의 행정 구역으로 보통 또다시 '시'가 있지만 외곽 지역이어서 농지가 많은 경우에는 기존의 '현' 행정 구역으로 구분된다. 필자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소개한 광둥 성 메이저우 시 산하의 우화 '현'만 해도 인구가 100만이 넘는 곳이다. 아래 우화 현의 전경을 보라. 농촌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 구분 상으로는 농촌 지역에 해당된다. 중앙 소재 대기업들 입장에서는 대도시 지역을 커버하는 데에도 많은 자원이 투자되기 때문에 현이나 촌, 향까지 침투하는 판매 조직은 별로 없고 대부분 해당 지역의 향토 기업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위 사진의 우화 현도 인구가 백만이 넘지만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는 곳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지역의 시장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급 주부(县城主妇)", 즉 현급 지역에 사는 중상위 소득을 가진 가정 주부가 주 목표 계층이며 인터넷 구매가 잦은 그룹이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과 공동 구매를 주로 하며 매월 신선 식품에 500 위안에서 많게는 3천 위안까지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60% 이상이 주 3~5회 소비하며, 구매 시간은 30분이 되지 않으며 할인에 민감하고 일상생활의 질 균형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현급 지역의 소비 주체들은 인터넷 쇼핑 구매 비율이 높기 때문에 기존 디지털 플랫폼이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상품과 마케팅이 받쳐주면 공략이 쉬운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소비 군이 홀로 사는 독거 청년들이다.  이들은 중대형 슈퍼, 공동 구매, 동네 슈퍼 등에서의 구매 비율이 평균보다 많이 높다. 이들 역시 주 3~5회 구매하며 소비 시간은 15~30 분 정도이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한 자녀 체제인 중국의 특성상, 아이 키우는 아빠들도 유력한 대상이다. 이들은 주로 중대형 슈퍼나 전통 시장에서 구매한다. 이들의 구매 금액은 500 위안 내외로서 주부나 독거 청년들보다 훨씬 적다. 어쩐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필자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 눈물이 나려 한다. 


그리고 의외로 구매력이 높은 계층이 노년 층이다.  여성이 많고 신선식품 구매 경로가 비교적 전통적이며 70% 이상의 노년 가구는 대형 및 중형 슈퍼마켓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한다. 그러나 인터넷 구매 비율도 54.4%로 높고 주부들이나 젊은이들은 잘 가지 않는 야채 시장 구입 비율이 43.5%로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월 구매 액수가 2천 위안 정도로 절대 낮지 않다. 단지 구매 소요 시간이 30분에서 한 시간으로 다른 층에 비하여 두 배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는데 노인들에게 있어 쇼핑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종합적인 현급 시장의 구매 패턴을 살펴보면 가구 당 매월 수백 위안에서 2천 위안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소득과 대비하여 보면 2만~3만 위안 소득대에서 신선 식품 소비 비중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저 소득층일수록 당연히 소비 규모가 적고 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소비가 증가하다가 3만 위안대를 기점으로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현급 도시에서 월 3만 위안 이상의 소득 계층은 고 소득으로 볼 수 있고 실제 거주하는 장소는 현이 아니라 시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급 시장에서의 소득 상한은 3 만 위안 정도로 상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대부분의 중국 지방에 있어 상품 구성은 단조롭다. 새로운 상품이나 판매 방식은 잘 도입되지 않는다. 구매자들은 집을 나설 때 이미 쇼핑 리스트가 결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장에 도착해서는 상품의 신선도나 호감이 가는 상품이 보이면 마음을 바꾸는데 그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그러므로 새로운 상품, 신선한 상품이 고객들에게 노출되면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최근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식품 문제, 위생 문제가 빈발하여 사람들의 경각심이 매우 높다. 확실히 접하지 못하던 신선 상품이 공급될 경우 구매 욕구가 자극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현급 고객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식품은 역시 해산물과 신선한 과일이었다.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농촌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삼농 정책이니 디지털 정책이니 관련 정책도 끊임없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서두에 상무부에서 제시한 대로 이런 정부 주도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익'과 이해관계로 인해 농촌 지역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에만 농촌 경제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리라 본다. 이번에 소개한 현급 지역은 형식은 농촌이고 실제는 도시인 회색 지대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농촌 경제 정책이 성공한다면 아마도 현급 지역에 그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중국의 농촌은 우리와 같은 외국인은 지금까지 구매하기 위해 협력한 일은 있어도 판매나 마케팅을 위해 접근하는 일은 드는 곳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발전하려면 농촌 지역의 경제 발전은 필연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이고 그때가 돼서 뛰어들려 하면 이미 늦을 것이다. 적어도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는 시장이라고 하겠다.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4주 예정인데 1주는 격리가 되어야 하는군요. 한국,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도착해서는 여러분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기회도 가져 보려 합니다. 혹시 사업 목적에서 자문을 구하는 분이 계시다면 아래와 같은 기회를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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