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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02. 2022

외국 기업 철수인가 내자 유출인가?

필자는 얼마전 줌 금융에 글 한편을 기고하였다. 나름 마음에 드는 글이다. 여러분들이 한번 보아주시면 좋겠다. 이 글 이후 약간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느껴 조금 보충해 본다. 

https://invest.zum.com/investment/view/319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위안(1582억 달러)을 넘어섰다고 중국 상무부 외국인 투자관리국장 종장칭(宗长青)이 지난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말했다. 그러나 주 요지는 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공급망 구조 조정,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국가 간 경쟁 심화 등의 요인 등으로 2022년 외국인 투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데 있었다. 중국의 FDI는 2021년 14.9% 증가한 1조 1500억 위안으로 20.2% 증가한 1734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신규 외국인 투자기업은 4만 8000개로 23.5% 증가해 2018년 6만 560개에서 4만 910개로 2019년 슬럼프에서 회복세를 이어갔다고 하였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2-01-26/chinas-commerce-ministry-warns-of-challenges-to-foreign-investment-in-2022-101835328.html 


이 보도가 필자의 주의를 끈 것은 외국인 투자 기업 수를 밝혔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 통계국은 2019년 11월 이후 중국 내 외국 기업 수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2020년 코로나 19의 발생 이후 외국 기업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보도에서도 신규 외국 투자 기업이 2018년도에는 6만 개가 넘었지만 2021년에는 4만 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외국인 기업 합계는 밝히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외국 기업의 철수가 증가했다는 보도가 많았으므로 전체 외국인 기업 수는 감소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최근 SCMP는 FDI 조사 강화를 위한 미 상원의 제안에 따라 미국의 대중 투자가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약 20여 년 간 중국에 대한 미국 투자 프로젝트 중 최대 43%가 제안된 새 법안에 따라 재검토되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상원의원에 의해 발의된 이른바 NCCDA(National Critical Capabilities Defence Act)의 영향이다.

✔️https://www.scmp.com/economy/china-economy/article/3164748/us-china-investment-risk-slowdown-under-senate-proposal 


타이완의 경우 2021년 동남아시아 지역의 투자가 해외 투자 비중 37.13%로 중국 대륙에 대한 투자 34.6%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타이완에서는 이를 ‘서진’에서 ‘남진’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https://www.wealth.com.tw/articles/25847fa3-49fe-401d-8ebf-3df422595c87 


게다가 중국의 작년 GDP 성장률이 8.1%라지만 분기별로 보면 지속 하강하여 4분기 GDP  성장률은 3.6%로 낮아졌다. 그리고 2022년 GDP 성장률은 5.2%로 둔화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https://www.reuters.com/markets/asia/chinas-q4-gdp-growth-seen-hitting-1-12-year-low-raising-heat-policymakers-2022-01-16/


이런 보도들은 최근 2년은 물론 앞으로는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과의 경제 분리가 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작년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였고 미국의 중국 경제 분리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자본 흑자가 위안화를 떠받치고 있다고 하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2,242억 달러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의 차이나 본드 데이터 계산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의 2021년 중국 국채 보유량이 5,756억 위안(909억 달러)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기록상 가장 빠른 속도이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1-24/china-s-massive-current-account-capital-surpluses-underpin-yuan?srnd=next-china

중국 정부도 외국 기업 수에 대한 데이터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중국 사회과학원(中国社科院) 글로벌 경제 및 정치 연구 센터 쉬치위안(徐奇渊) 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에게 중요한 세 가지 변화가 보인다며 제시하고 있다. 

https://finance.sina.com.cn/wm/2022-01-14/doc-ikyakumy0405542.shtml 

첫 번째 변화는 외국 기업의 중점이 가공 수출 중심에서 중국 내수 시장 중심으로의 변화이다. 다음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 기업의 내수 매출은 2016년을 기점으로 수출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소위 “in China for China” 전략이다.

두 번째는 제조에서 서비스로 외국 기업들의 종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제조업 FDI(외국인 직접 투자)는 14% 감소했고 2020년에는 12% 감소하였다. 

그리고 이 서비스 투자가 제조업처럼 전통 산업이 아닌 미래형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세 번째 변화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통 서비스 산업, 즉 숙박 및 요식업, 문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는 감소해 왔다. 반면 교육, 과학 기술, 정보통신 등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였다.

앞서 타이완의 경우는 양안 전쟁이 발생한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중국에 더 이상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에도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중국의 DRAM 설계 조직을 폐쇄하면서 직원들에게 미국이나 인도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고 취업 비자 등을 지원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는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려 하는 의도와 전문 인력의 누출을 막고자 하는 두 가지 고려가 병행하는 미묘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scmp.com/tech/tech-war/article/3164801/us-china-tech-war-chip-maker-micron-close-dram-design-operations


하이테크 분야에서의 탈 중국은 미국의 중점 제재 대상이기도 해서 비교적 알기 쉬운 이분법적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정서적으로는 가장 반중 정서가 높은 일본의 경우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중국에서 철수하는 일본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2,200억 엔을 배정했었다. 그런데 6월에 종료된 1차 입찰에서 87개 기업이 신청하고 57개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7월 마감된 2차 지원에는 1,670건이 접수돼 정부 보조금 예산의 11배의 신청이 있었다. 즉, 2020년 당시 이미 1,757개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할 의향을 표시한 것이다.

https://www.rfa.org/mandarin/yataibaodao/jingmao/ql2-09142020062444.html 

10월에는 도시바가 중국 내 33개 공장의 폐쇄를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본 학자들은 2020년 중반까지 중국에 약 35,000개의 일본 기업이 있고, 철수한 기업이 전체의 1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소문처럼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계에 다다른 일부 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명예롭게 철수하는 것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https://new.qq.com/omn/20211018/20211018A05B3900.html


반면 중국이 최근 들어 외화 유출을 경계하고 여러 외화 유출 통로를 막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산가들이 자산의 해외 반출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구나 중국 사회과학원의 2022년 경제 블루 북에서도 이러한 자산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중국에 대한 자금 유입 유출을 살펴보면 완연하게 자금이 국외로 나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자본 유출은 외국 기업의 철수나 외국 자본의 철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중국 내 자산의 해외 반출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미국과 서방이 현재 중국에 취하고 있는 경제 분리는 그 효과를 단 기간 내에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중국 본토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 본토에서 생산하거나 제품을 소싱하여 서방에 수출하는 기업들 정도가 경제 분리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또한 가능한 중국 시장을 얻으려 할 것인데 이들로부터 중국 시장을 유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다만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제재는 장기간에 걸쳐 미래 산업에서 미중 분리가 현실화되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동시에 이런 제재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 시장을 분리하는 결과도 피할 수 없다는 모순을 가진다. 마치 미국의 반도체 공급 제재로 중국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분리되어 가면 그 공백은 미국이 원하는 것처럼 채워지지 않는 구멍으로 남기보다는 유럽이나 한국, 타이완 같은 다른 국가들이 채우게 될 것이다. 지금 미국의 대중 전략은 실효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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