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Feb 15. 2022

우크라이나와 강대국의 움직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각종 내외신의 뉴스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필자 같은 사람에게도 여기저기서 정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 같으냐는 문의가 오고 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가 보기에는 이 상황은 다름 아닌 미국이 만들어 내고 있는 허상이다.


러시아의 요구는 이전부터 이번까지 초기일관 하나다.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꼴은 볼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면 군사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갑자기 러시아가 발표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세기부터 일관되게 공언해온 입장이다. 지금 보도되고 있는 서방의 뉴스 만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갑자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침략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상황은 수십 년간 러시아가 밝혀온 레드 라인을 우크라이나 또는 서방 세계가 무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했고 이때 보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서방이 안보 보장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4년 12월 5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외교 장관들이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렇게 1994년 5월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가입했고, 1996년 6월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비핵화를 완료했다.  한때 두 손에 핵탄두 170개를 통제·관리했던 미사일 부대의 사단장 출신 미콜라 필라토프 예비역 소장(72)은 더타임스에 "우리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세계의 존중을 받고 안보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위협에서도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http://www.wikileaks-kr.org/news/articleView.html?idxno=122338


2014년 친 러시아 파가 크림 자치 정부의 독립을 선언하고 러시아의 푸틴이 이를 신속하게 승인하며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병합한 일은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 감정에서 우크라이나 또는 크림 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주장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러시아의 이런 방식은 국제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중요한 것은 이 크림 반도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채택하며 NATO에 가입하려 한 것이 주요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에 NATO 가입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이를 그다지 지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5~2013까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NATO 가입 지지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2012년 통계를 보면 NATO 가입을 지지하는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러시아와 정체성을 공유한다. 러시아를 주적으로 간주하는 NATO에 가입한다는 것은 조국을 배반하는 것과 유사한 감정이었던 것이 아닐까? 특히 우크라이나가 소련에 합병된 후 원래 러시아 영토였으나 우크라이나로 행정 편입이 된 크림 반도 등 동부 주민들의 감정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Ukraine%E2%80%93NATO_relations


그러나 2014년 크림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의 국민감정은 매우 달라졌다. 크림 반도의 러시아 병합은 대다수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반감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동부 지역의 내전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게 된 것이다. 2017년의 설문 조사에서는 NATO 가입을 지지하는 비율이 69%로 나타났다. 이제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하게 될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9년 선출이 되고 돈바스 등 동부 지역의 내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러시사와의 대립이 심화되어 2021년에는 서방에 빨리 NATO 가입을 승인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https://namu.wiki/w/%EB%B3%BC%EB%A1%9C%EB%94%94%EB%AF%B8%EB%A5%B4%20%EC%A0%A4%EB%A0%8C%EC%8A%A4%ED%82%A4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신청한 것이 2008년인데 지금까지 서방은 NATO 가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국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국가가 정식 요청한, 그것도 자신들이 먼저 핵무기 해제해 달라고 빌며 대가로 제안한 안보 보장을 위한 요청을 무시할 수 있는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NATO에 가입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도 한다.

https://www.atlanticcouncil.org/blogs/ukrainealert/why-is-ukraine-still-not-in-nato/


사실 모두가 그 답을 알고 있다. 러시아는 국경을 접한 국가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고 그럴 상황이 전개될 경우 언제나 군사적 행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우크라이나나 조지아 같은 국가는 그렇기에 더욱 러시아의 군사 행동의 위험을 느끼고 NATO 가입을 통해 국가 안보를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 각국은 러시아와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어려운 본질이다. 즉, 서방은 입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만 핵 보유 군사 강국인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에 자국이 개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NATO 가입을 요청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한국의 경우에도 만일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미국과의 군사 동맹이 유지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6.25 때와 마찬가지로 군사 개입을 할 공산이 크다. 북한이 한반도를 적화 통일할 경우에는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것은 물론이다. 즉,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우리 또한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유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합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가졌고 양국은 새로운 전략 무기 감축 조약의 연장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극 개발,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및 시리아 등 지역 갈등과 이란 핵 프로그램 같은 분야에서 양측은 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국가 안보이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고 미국으로서는 서방에 합류하려는 국가를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http://www.xinhuanet.com/world/2021-06/17/c_1127570529.htm


러시아는 자국의 의지가 결연한 것임을 보이기 위하여 10만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으로 이동한 것은 물론 함대를 지중해와 흑해에 집결시켰다고 한다.  특히 6척의 상륙함이 흑해로 이동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긴장은 극에 달한 모양이다. 게다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러시아가 16일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 개시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일제히 밝히면서 전 세계가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그간 ‘2월 중순’, ‘베이징올림픽 기간 내’ 등의 시점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날짜를 명확히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따라다녔다. 

https://www.politico.com/news/2022/02/10/russian-naval-buildup-ukraine-cold-war-levels-00007986


하지만 정말 서방과 러시아가 무력 충돌을 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러시아를 의식해서 지난 십 수년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결정하지 못한 서방 국가들이 이제 와서 대규모 무력 충돌을 직접 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심지어 러시아는 미국 잠수함이 쿠릴 열도 부근의 러시아 영해에 침입한 것을 발견하고 이를 내몰았다고 발표하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2022년 2월 12일 러시아 해군이 쿠릴 군도의 우루프 섬 인근 영해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던 지역에서 프리깃 중 하나가 미 해군 버지니아급 잠수함을 추격했다고 한 것인데 미군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이를 부인하였다. 러시아는 미군에게 연락하여 잠수함의 퇴출을 요구했지만 잠수함은 이를 거부했으며 러시아 해군이 불특정 “적절한 수단”을 사용한 후에야 물러났다고 하였다. 미러 두 나라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 경우 미국 쪽이 수세인 것으로 보인다.

https://www.navytimes.com/news/your-navy/2022/02/12/russians-claim-they-chased-us-sub-out-of-their-waters/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위협으로 인해 러시아-유럽 간의 경제 협력을 줄이고 보다 중국과 더 많은 석유 및 가스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더 걱정하고 있다. 남의 나라 전쟁보다는 내 집 겨울철 난방이 더 문제인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미 2019년에 개통된 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보내고 있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 내지 줄이고 중국으로 돌릴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중러는 이미 몽골을 통해 중국에 연료를 공급할 두 번째 파이프라인인 Power of Siberia 2에 대한 합의에 임박한 상태다. 

https://asiatimes.com/2022/02/russia-shifting-energy-flows-from-west-to-east/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공급에 관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포함해 유럽으로 보낼 잉여 천연가스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지고 있다. 즉,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중국의 협조를 받아 중국으로 갈 가스를 유럽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이다. 당연하게도 중국과 아직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관리들은 일본, 한국, 인도 관리들과도 가스 공급을 유럽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2-02/u-s-talks-to-china-japan-india-about-sending-gas-to-europe?srnd=next-china 


이런 소방 국가들의 행태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결국 러시아와의 협상을 원한다고 요청을 했는데 필자가 보기에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가 NATO 가입을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협상도 받아들일 수 없다.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0370541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드미트리 쿨레바(Dmitry Kuleba)는 2월 7일 러시아가 유럽의 가스 경제에 통합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서방 국가들을 보고 한 결정이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쿨레바는 러시아는 가스 수출을 중국으로 리디렉션 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4일 Gazprom과 중국석유공사(CNPC)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중국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https://iz.ru/1288169/2022-02-08/kuleba-zaiavil-ob-otsutstvii-u-rf-stremlenii-perenapravit-eksport-gaza-v-knr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략하지 말라"라고 했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1월 22일 러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이 발표한 바 있다. 필자는 중국의 올림픽을 위하여 러시아가 전쟁을 연기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러시아가 국제 행사를 하니 중국은 타이완 전쟁을 연기하라고 하면 중국이 연기하겠는가? 중국의 올림픽은 이미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당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https://iz.ru/1280994/2022-01-23/posolstvo-knr-nazvalo-feikom-statiu-o-prosbe-ne-napadat-na-ukrainu


하지만 이런 추측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서방 세계가 중러의 밀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러가 군사적으로 동맹을 맺고 함께 행동할 경우 미국과 서방이 이를 저지하기란 매우 어렵거나 혹은 엄청난 대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러가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과 유사하다. 서방 세계가 우려하는 중러 군사 동맹을 맺는다는 것은 서방의 레드라인을 침범하게 되어 서방의 전력을 다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러는 적어도 공개적으로 군사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으며 서로가 시소처럼 한쪽이 움직이면 이를 이용하여 반대쪽에서 서방의 빈틈을 공략하는 편이 더 이롭다. 역으로 유사시 중국을 제압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전력을 다할 수가 없다. 그런 시각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동맹에 준하는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서방의 외교 안보 전략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는 줄곧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필자는 이 또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합병한다면 러시아가 가장 회피하고 싶은 상황인 NATO와 국경을 마주하는 형세가 된다. 러시아로서는 그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압박을 가하여 NATO 가입을 포기하게 만들려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외교적 해법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60379833

하지만 서방이 강대강의 대치 자레를 보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싸우려 할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친러 정권을 세운 후 철군할 것이다. 그때 과연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도 주저하던 서방이 군대를 보내 러시아와 싸울는지 의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정치학자 Alexander Lazarev는 미국이 러시아가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양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알만한 사람들은 현재의 정세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서방은 겉으로만 기세를 올리면서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자발적으로 NATO 가입을 포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https://iz.ru/1291017/2022-02-14/ukrainskii-politolog-zaiavil-o-gotovnosti-ssha-otdat-ukrainu-rossii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변인은  월요일에 우크라이나가 NATO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열망이 절대적인 우선순위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직도 NATO가 우크라이나를 구해줄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https://www.dw.com/en/ukraine-reaffirms-desire-to-join-nato-after-envoy-comments/a-60768298


진실은 아마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그 순간 서방 세계의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제 아무도 진지하게 우크라이나라는 부담을 떠맡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본 북한은 더욱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서방의 행태를 지켜보며 양안 전쟁의 시기와 조건을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국방은 우리의 자력 외에 그 어떤 타인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전작권은 우리에게 돌아와야 한다. 전작권의 환수가 미국을 배척하는 것도 아니며 더욱 미국이 우리에게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선 식품과 중국 현급 지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