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 정부가 춘절이 지나고 처음 발표하는 문건을 중앙 1호 문건이라고 부른다. 이 이름이 상징하듯이 1호 문건은 그 해 중앙 정부가 중점을 두는, 특히 국내 정치적 상황을 담아 발표하기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끄는 대상이다. 그리고 2022년 중국 중앙 정부가 발표한 1호 문건은 바로 14억 중국인의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었다.
http://www.news.cn/politics/2022-02/25/c_1128417386.htm
근자에 들어 시진핑 주석이 돌연 음식을 아껴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이나 작년 이례적으로 황허와 장강 두 곳 모두에 홍수가 들은 일을 놓고 사람들은 중국의 식량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관측들을 내놓았지만 중국 정부는 일관되게 부인해 왔었다. 그런데 금년 1호 문건으로 식량 문제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3월 초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하반기에 열리는 제20 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유의하여야 할 단어가 제20 차 전국인민대표대회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식량이 당장 부족하다는 의미보다는 2대에서 최우선으로 다루어질 만큼 국가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눈앞의 식량 부족이라는 의미보다는 향후 중장기적 식량 안보의 의미이기가 쉽다.
여기서 보도는 중국이 5가지 사안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국내 대두 및 기름 작물 생산량이 감소(중국의 국내 대두 생산량은 2021년에 16.4% 감소했는데, 이는 대두 수입량의 3.8% 감소보다 훨씬 빠른 감소였으며 재배 면적은 약 147만 헥타르 감소했다. 중국 농업부는 북동부 지역의 일부 논을 대두 생산으로 전환하고, 염수-알칼리성 토지에서 대두 생산을 시험하고, 옥수수-대두 경작 물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려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약한 중국 영향력(중국은 2021년에 1억 6450만 톤의 곡물을 수입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18.1%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식량 자급률은 2000년 101.8%에서 2020년 76.8%로 떨어졌으며, 이 비율은 2035년까지 6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의 "마이크로 칩"으로 불리는 종자 기술의 낮은 자립도(시진핑 주석은 종자 자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7 월 종자 산업 활성화 계획을 승인했고 11 월 GM 작물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을 제안했다.)
비옥한 농경지 손실(중국의 경작지는 국토 면적 약 7%에 불과하며 산업화와 도시화는 농경지의 손실을 가속하고 있다)
부패와 낭비로 인한 전략 비축 식량의 손실(중국의 식량 비축량은 비밀이다. 다만 2018년 중국 창고의 저장 용량은 9억 1천만 톤이었다. 중국은 열악한 저장 및 운송 방법과 과도한 가공으로 인해 매년 최소 3,500만 톤의 곡물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대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현재 중국 최대 최고의 큰 정치 대결장이다. 그런데 이 20대에서의 최우선 정책 목표라는 것이다. 왜 식량 문제가 최우선 정책 목표인가? 물론 농업 생산이 홍수 등으로 인하여 큰 피해를 입은 것이 가장 쉬운 설명이다. 같은 날 중국 농업부 부장 탕런젠(唐仁健)은 작년에 보기 드문 폭우로 인해 일반 밀 경작지의 약 3분의 1의 경작이 지연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의 겨울 밀 수확 상태가 "역사상 최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 밀수출의 약 29%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해 공급이 차질을 빚어 밀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가까지 치솟으면서 중국의 곡물 공급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다음 날인 3월 6일 이번에는 시진칭 주석이 또다시 식량 안보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촌 활성화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농산물, 특히 식량의 공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종합 농업생산능력의 향상을 더욱 중요한 위치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 주석의 이 말을 해석하면서 한 촌의 서기인 위류펀(余留芬)은 기자들에게 "총서기는 우리가 식량 안보 문제에 대해 마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라고 전한 것이다. 이 말은 중국이 식량을 문제로 삼는 가장 큰 이유가 '식량 안보"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http://www.news.cn/politics/leaders/2022-03/07/c_1128444264.htm
중국이 왜 식량 안보를 중시하는지는 자명하다. 타이완 합병을 도모하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경제 제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 식량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중국이 식량 자급 체계를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작년과 같은 홍수같이 기상 이변을 만나면 방법이 없다. 물론 이 때문에 남수북조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로 수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여기에 국가 수자원을 관리하는 수리부 부장 리궈잉(李国英)은 금년 6~8월 사이 홍수 가능성에 대한 예비 분석을 한 결과 금년 중국 북부와 남부에 홍수 가능성이 크며 그중에서도 북부 지역의 홍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다. 반면 중부 지역은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는 어라? 했는데 이 보도가 아주 짤막하게 사실 보도만 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독자 여러분들께 전하지만 이렇게 짧은 보도가 중국에서는 중요한 보도이다. 아무런 해석이나 설명이 없는 보도는 대체로 중국 지도부가 알려는 주어야겠지만 이게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중요한 보도일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http://www.news.cn/politics/2022lh/2022-03/08/c_1128450536.htm
그러고 나서 뒤늦게 중국일보는 전인대에서 종자법을 개정하여 3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새로 시행된 종자법은 종자 산업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고 종자 산업을 개선하며 식량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도는 3월 10일이었고 시행은 3월 1일부터이니 급히 처리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본안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또다시 종자 원산지 안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말이 나왔다.
http://cn.chinadaily.com.cn/a/202203/10/WS62296c9ba3107be497a0a374.html
참으로 입밖에 꺼내기 어려운 말이지만 중국은 전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요즘 구미와 중러 둘로 글로벌 경제가 분리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공급망 교란이 매우 걱정된다는 말을 전파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무엇인가 대응 준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지난번 요소수 사태와 마찬가지로 해당 품목의 수출 금지와 같은 통제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채소류 등 식량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제3 국으로 수입선이 쉽게 전환이 되는 걸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대안, 또는 비상 계획이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의 생존과 직접 관계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