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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15. 2022

중국, 소비 절벽인가?

가구, 기업의 융자는 줄고 정부만 채권을 늘리고 있다

중국 사회가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7월 정기 보고를 발표하였다. 이번 보고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사회융자규모/社会融资规模"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사회융자라는 것은 가구,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해당 기간 중 돈을 빌린 규모를 의미한다. 이번 7월에는 중국의 사회융자규모가 7,561억 위안으로 3,191억 위안 감소하였다. 작년 동기에는 51,733억 위안이었으므로 4,4172억 위안이나 적은 실적이다. 쉽게 말해 작년에 비해 2022년 7월에는 1/7 규모의 사회융자가 발생한 것이다. 

https://www.cnfin.com/hb-lb/detail/20220812/3684727_1.html


그동안 고도 경제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융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경제 활동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물론 1월부터 7월까지 누적으로 사회금융 증가액을 보면 21조 77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 8900억 위안 증가했다. 하지만 7월에 들어오면서 큰 감소세를 보인 것은 그러지 않아도 중국의 경제 전망을 불안하게 생각해 온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다. 


이중 7월 위안화 융자 규모를 보면 6,790억 위안으로 전년 동비 28,063억 위안에 비해 21,273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그런데 금융계의 예상은 1.1조 위안이었다. 다시 말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을 예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3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가구 융자 규모가 1,217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42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이중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출하는 신용카드나 소액 대출이 위주인 단기 대출이 269억 위안 감소하여 분명하게 소비 감소를 나타내었다. 가구 중장기 대출은 1,486억 위안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00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이 급격한 낙폭도 이상하지만 사회 융자 규모의 변동 폭이 큰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

보통 7월은 하절기의 시작으로 여름휴가가 시작되면서 관련 여행, 숙박, 관광, 교통 등의 경기가 좋아진다. 그리고 중국 당국이 발표한 7월 PMI에서도 그런 데이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의 보고서를 보면 민간 소비는 전혀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감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필자가 관찰해 온 바에 따르면 국가 통계국의 데이터에 비하여 인민은행의 데이터는 훨씬 더 신뢰할 만하다. 그리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중국의 지인들을 통해 얻고 있는 소식과도 일치한다. 중국은 7월부터 코로나 감염이 다시 여러 지방에서 확대되면서 여행이 제한되고 있고 설령 제한이 없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행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최근에도 하이난에 해수욕을 간 사람들이 현지에서 코로나가 발생하는 바람에 미디어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8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발이 묶여 있다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사람들은 지금 다들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돈을 축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2-08-09/lockdowns-spread-across-chinas-tropical-hainan-province-101924196.html


특히 부동산이 문제다

가구의 중장기 융자의 경우 가장 큰 것이 부동산과 자동차 관련 융자이다.  먼저 부동산 판매 면적을 살펴보면 다음 그래프와 같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판매 면적의 변화를 보인 것인데 이중 빨간색으로 표시된 선이 2022년도 분이다. 7월에 언제나 판매량이 하강하고 있지만 금년 7월만큼 급감한 적은 없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는 이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반기 중국의 부동산 개발 투자 규모는 6조 8314억 위안으로 동비 5.4% 감소하는 등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

그리고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유출도 심각하다. 금년 상반기 부동산 기업에 유입된 자금은 7조 6847억 위안으로 동비 25.3% 감소하였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공사 중단된 부동산에 대한 주택 담보 원리금 상환을 거부하는 운동이 퍼지고 있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 자금 확보율

결론적으로 부동산 지수의 변화를 보면 악화 일로이거니와 계속 하강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는 6월까지의 추세이며 7월은 더욱 악화되었음이 틀림없다.

중국 부동산 지수

BBC는 현재 중국 전체를 보면 어떤 측면을 보든 부동산 경기는 저점에 와 있다고 보도하였다. 케루이 부동산 리서치 센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첫 5개월 동안의 거래 면적이 전국 100개 도시의 상업용 주택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부동산 기업들의 도산이 늘면서 공사 중지된 프로젝트들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가 급증하자 중앙 정부는 이젠 지방정부에게 부동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라'는 요구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방 정부의 열성적인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집값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business-61980232


기업도 돈을 쓰지 못하고 있다

7월 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는 2,877억 위안으로 전년 동비 1,457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이중 단기 채권은 3,546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중장기 채권은 3,459억 위안으로 1,500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우리의 어음에 해당되는 퍄오쥐 채권(票据融资) 발행은 3,136억 위안으로 2,357억 위안이 감소하였다. 이는 민간 가구뿐만 아니라 기업도 채권 발행을 대폭 줄이고 있다는 뜻으로 기업 수요도 감소하거나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려워졌거나 기업 도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부동산 기업들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대형 부동산 기업인 LOGAN(龙光集团)이 부도가 났다.(https://www.youtube.com/watch?v=GW0BCSSblaw&t=11s)

https://www.youtube.com/watch?v=L45e97N0GMU


정부는 더 큰 빚을 내서 경기 진작책을 펴고 있다

이제 정부 재정을 보자. 7월 정부 발행 채권은 3,988억으로 2,278억 위안이 증가하였다. 두 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중 프로젝트 채권 발행은 613억 위안이며 순 융자는 902억 위안이 줄었다. 그런데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이 경기 진작에는 좀처럼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방 정부는 중앙의 정책에 따라 소비 쿠폰 발행이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비 쿠폰은 농촌에 집중되었고 일부 전자 기업의 재고를 처리해 주는 외에 연관 산업에 대한 긍정적 선순환 효과를 좀처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 또한 관련 기업과 근로자들을 유지해주는 효과는 있지만 기타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율배반적인 것이 리커창 총리는 코로나로 신음하는 가구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새로운 부가가치세(VAT) 환급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운영 첫 달부터 많은 지방 정부의 예산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5월 차이신(财新) 자료에 따르면, 선전 시의 경우 일반 공공 수입은 25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감소했다. 쑤저우의 재정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9.6% 감소한 140억 위안, 세금 수입은 51.3% 감소한 125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공공 예산 세입은 전년 동기 대비 41.3% 급감했다. 이렇게 세수를 줄여 놓고 채권을 늘려봐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https://www.caixinglobal.com/2022-05-18/chinas-tax-revenue-sinks-amid-rollout-of-new-vat-refund-policy-101887028.html


영국 FT의 보도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31개 성(省)의 일반 공공 예산 수지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재정 균형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코로나 발생으로 상하이마저 적자 재정으로 돌아서면서  31개 성(省)이 모두 재정 적자가 되었다. 당연히 이들의 중앙 지원 및 지방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적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중서부 지역과 자원 기반 지방의 재정 수입 증가율이 동부 지역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업 국가와 자원 국가의 역전 현상이 중국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https://m.ftchinese.com/story/001096908?topnav=china&archive


실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1월부터 7월까지 중국 지방 정부들의 신규 프로젝트 채권 발행액은 3.47조 위안이다. 그리고 이미 2022년도 채권 발행 한계의 95%에 달했다. 그렇기에 리커창 총리가 2023년도 채권 발행 한도를 앞당겨 금년 4분기에 집행하게 하겠다고 하는 것일 터이다. 

지방 정부 프로젝트 채권 발행 진도

일본 매체 산케이는  신화사 통신을 들어 리커창 총리가 6월 29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정부 지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3천억 위안을 중요 프로젝트에 충당할 방침을 결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ttps://www.sankei.com/article/20220701-FATNI5PBOFOBLF4EBL4UH53FEM/


이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 수뇌부의 20대 준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름휴가를 빌미로 매년 열리는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회의가 이미 종료되었다는 말도 있다. 이번 회의는 사실 상 차기 중국 지도부 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논이 가장 중요 의제이다. 그런데 군부의 반발, 외교 정책의 실패, 경제 정책의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시진핑 주석 그룹을 공격하는 말들이 나왔다는 소문이 분분하다. 하지만 동시에 시진핑 주석의 입지를 근본적으로 흔들만한 공격이나 사건은 들리지 않고 대부분의 중화권 전문가들도 시진핑 주석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이다. 


결국 20대 회의가 원만히 처리되고 차기 지도부 구성이 큰 무리 없이 이루어져야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발생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목전 중국 경제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연말은 되어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http://www.pbc.gov.cn/goutongjiaoliu/113456/113469/4630716/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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