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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06. 2022

시진핑의 새 키워드 - 신발전 단계

중국의 뉴스는 언제나 우리 나라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뉴스를 연상케 한다. 소위 “떙전” 뉴스와 같이 항상 헤드라인은 시진핑 주석을 시작으로 중국 공산당 중앙 지도부의 높은 사람들의 소식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들은 항상 어디선가 들은 듯한 단어들의 반복이고 조합이어서 새로움이 없다. 상투적인 말들은 중국에서는 타오화(套话)라고 하는데 중국 뉴스야 말로 이런 타오화의 나열들로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중국에서 나오는 뉴스에 무감각해져 있다. 그리고 이는 중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필자는 뉴스에 신경 쓰는 중국인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반면 소문, ‘카더라 통신’ 등으로 도는 이야기들은 모두들 신나서 떠든다. 특히 필자가 사는 베이징의 골목길에는 아저씨들이 모여 카드 게임을 하면서 다음 중국 지도부의 인사 동정과 미중 간의 전략 투쟁을 소리높여 열띤 토론을 하곤 한다. 물론 황당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중국 뉴스 속에 가끔은 이런 통상적인 중국 지도부 뉴스 속에 심상치 않은 기조가 떠돌기도 한다. 상투적인 내용인지 아니면 심각한 전조인지를 판단하는데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 ‘새로운 키워드’이다. 새로운 키워드가 출현한 것은 새로운 개념이 나온 것이고, 새로운 개념이 나온 것은 새로운 정책이 나올 전조이다.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이념과 정책이 나타날 시기이다. 왜냐하면 다음 달에 차기 중국의 지도부를 결정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 대표 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연임을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과 그 그룹들은 연임을 정당화할 수 있고 추후 적어도 5년간 자신들이 일해나갈 기간이 어떤 시기가 될지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9월 1일 중국 미디어 쵸스(求实)의 지면을 통해 시진핑 주석은 “신발전 이념의 관철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신발전 구조의 구축을 해야 한다(新发展阶段贯彻新发展理念必然要求构建新发展格局)”라는 문장을 발표했다. 더구나 ‘신발전’이라는 말이 제목에 두 번이나 들어가지 않는가? 그래서 필자는 이 ‘신발전’ 운운하는 말이 20대에서 연임을 할 공산인 시진핑 주석의 다음 통치 개념을 담는 새로운 키워드일 가능성을 확인해 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http://www.qstheory.cn/dukan/qs/2022-08/31/c_1128960034.htm

그런데 시주석의 이 글을 읽다 보니 무엇인가 자꾸 연상이 되면서 이 글의 내용, 또는 암시가 매우 무서운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에게 필자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 보겠다.(참고로 필자는 자신의 추측을 주변에 이야기해 보았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이 친구 드디어 돌았군 하는 것이었다) 이는 필자의 저서 “중국의 선택”에서 소개한 바 있는 “삼푼 화법”을 어떻게 풀어 내는지에 대한 예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 주석은 

 “국제/국내 형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라고 말했다. 별건 아니겠지만 보통은 국내라는 말이 먼저 오고 국제라는 말을 뒤에 사용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언어 습관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제’라는 단어가 먼저 나온 데에는 이 말 뒤 무의식에는 아마도 국내 보다는 ‘국제 정세’의 무게감이 더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필자의 머리 속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들리는 것이다.

 “중국 인민 여러분 지금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으니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시주석이 지금 중시할 국제 정세라는 것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서방과의 충돌, 그리고 그 원인이 되고 있는 양안 문제가 그 중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언어를 바꾸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된다.

 “중국 인민 여러분 지금 우리 국토의 일부인 타이완 관련해서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으니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그리고 시주석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사회 주요 모순의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불균형 발전과 불충분 문제 시스템성의 해결에 더 노력해야 합니다. “

우선 ‘사회 주요 모순의 변화’라고 했다. 사회 주요 모순이 변했거나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원재 중국 공산당이 이야기하는 사회 주요 모순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공산 혁명을 불러일으킨 자본가와 노동 계급 간의 모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미 공산당이 혁명에 성공한 다음이고, 중국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 노동 계급 뿐만이 아닌 모든 계급을 대변하며(장쩌민의 삼개 계급 이론에 의하면 그러하다)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변화는 바로 불균형 발전과 불충분 문제이다. 불균형 발전은 가진자와 못 가진자, 경제 발전을 한 지역과 못한 지역 등 최근 자주 거론되는 ‘공동 부유’ 개념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불충분 문제’가 새로 등장했다. 불균형이 이루어져도 ‘불충분’이 발생할 수 있어야 두 개념이 병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불충분 문제라는 것은 누가 더 가지고 덜 가지는 문제가 아니라 절대 수준에서 충분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나 시진핑 주석이 ‘불충분’을 걱정하는 대상이 어떤 것일까? 우리 나라 정치인이라면 아마 덥썩 “국민의 지지! 선거민의 표!”를 이야기하겠지만 공산당 일당 전제 정치를 하는 중국이 그런 걱정을 할리는 없다. 그래서 필자는 “시스템성”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여러 차례 출현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금융의 시스템성 위기”라며 중국 정부가 몇 년 동안이나 노래를 불러 왔던 것이다. 만일 금융의 시스템성 위기 등으로 사용되는 의미라면 불충분의 대상은 아마도 개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일 터이고 중국 정부와 차기 지도부가 충분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라면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원일 것이다. 즉 외화, 수출, 소비, 투자, 식량, 에너지, 기술, 무기, 군대 같은 것 말이다. 이것들이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시 주석의 말을 다시 풀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 간 경제 격차, 계층간 경제 격차 등의 문제와 함께 앞으로 식량, 외화, 에너지, 기술, 무기 같은 국가 자원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시기에 당면해 있어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시주석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양호한 경제 장기 전망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불균형 발전과 불충분 문제 해결에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

즉, 미국과 서방의 압박으로 식량, 에너지, 외화 등의 자원이 부족할 위험이 있지만 이는 단기적 현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다 해결되는 문제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중국 정부를 믿어달라는 말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시 주석은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시 주석은 우선 “우리는 신발전 단계를 전면 장악해야 합니다”라며 “신발전 단계에의 진입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역사 과정에 대 도약입니다. 샤오캉 사회 건설과 빈곤 탈출을 이루어 내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이루는데 유리한 조건을 전면적으로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의 사회주의 현대화 사회 건설은 많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지금부터 시주석의 리더십 하에 중국은 ‘신발전 단계’에 진입하는데 “대 도약”이라고 한다. “대 도약”이라!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백년 목표를 꺼냈다. 바로 ‘샤오캉 사회의 건설’과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이다. 샤오캉 사회는 지금 대충 달성했다고 넘어 가는 상황이니 방점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에 있을 터이다. 그럼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라는 것은 뭘까?


필자가 평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인데 샤오캉 사회 건설의 경우 수십 개의 계량 및 비계량 지표가 개발되어 샤오캉 사회의 건설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되어있다. 다른 말로 구체적인 실천 목표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반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해 필자는 하나의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샤오캉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에 구체적인 수십 개의 지표가 있는 이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하부 지표들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가? 아마도 남에게 알리기 어려운 내용이어서일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은 19차 전인대에서 중국 공산당 두 개의 백년 목표 중 이제부터 달성해야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에 두 가지 수정을 가했다. 화난리공대학(华南理工大学)의 웹 사이트에 올라온 해설을 보면 수정된 부분은 두 가지로 하나는 "아름다운/美丽"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가"를 "강대국/强国"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다.  원래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개념에 이 두 단어의 변화가 생긴 것인데 작은 의미 변화일리 없다. 

https://www2.scut.edu.cn/shijiuda/2017/1105/c12878a228451/page.htm


“아름다운” 이라는 단어는 종종 공해 등 산업화의 페해를 방지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사람들이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샤오캉 사회”의 수준을 넘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환경적으로 문제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반면  "강대국/强国"으로 변경한 이유는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진행되는 서방과 중국의 충돌을 연상하게 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서 가장 그럴 듯한 지표는 아마도 “조국 통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또한 필자의 책 ‘중국의 선택’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러한 필자의 가설이 맞는다면(물론 안 맞을 수 있다) 시주석의 말은 이렇게 풀이할 수 있다. 

“신발전 단계에의 진입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의 역사 과정의 대 도약입니다. 샤오캉 사회 건설과 빈곤 탈출을 이루어 내어 조국 통일을 이루는데 유리한 조건을 전면적으로 달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조국 통일에는 많은 특수성이 있습니다. “

어떤가? 시진핑 주석은 이번 연임 기간을 통해 타이완을 통일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안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개입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신발전 단계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신발전 단계 구조의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건설해야 하며 어쩔 수 없어 방편적으로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발전 단계 구조는 국내/국제 쌍순환의 개방이지 국내 단순환의 쇄국이 아닙니다. 신발전 구조의 구축은 전국 통일 시장 기반의 국내 대순환인 것이지 각자 나름대로 소규모 내순환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여기서 먼저 “신발전 단계 구조의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건설한다” 라는 말을 보자. 만일 신발전 단계가 서방과의 일전을 불사하고 타이완 통일을 추진하는 단계라면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쟁이 가능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무력 분야 뿐만 아니라 국가 사회의 통제와 특히 전쟁 기간 동안 경제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방편적으로 취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의 뜻도 지금 중국 공산당이 준비하고 있는 체제가 환경에 피동적으로 할 수 없이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며 오히려 능동적으로 준비 및 추진하는 체제라는 의미가 된다. 그럼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쌍순환 경제”이다. 필자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중국의 쌍순환 경제는 사실 상 내순환 경제이며 이는 전시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는 필자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국제 쌍순환의 개방이지 국내 단순환의 쇄국이 아니다.” 라고 시주석이 강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즉, 시주석이 생각하는 “신 발전 단계 구조”는 서방의 경제 압박에 할 수 없이 북한 식으로 자력갱생하는 경제 체제가 아니라 “국내/국제 쌍순환의 개방”인 것이다. 보라! “국내”라는 단어가 “국제”보다 먼저 오지 않는가? 시주석은 서방과 전쟁을 치루더라도 중국은 세계 각국과의 무역과 경제 협력을 지속할 것임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필자가 보기에 전시 경제 체제에서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국제 경제 협력은 식량과 에너지이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 이란 등 우호국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RCEP 등을 통해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 협력을 계속할 요량인 것이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신발전 구조의 구축은 전국 통일 시장 기반의 국내 대순환인 것이지 각자 나름대로 소규모 내순환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 “전국 통일 시장”이라는 단어도 근자에 많이 발견되는 “키워드”이다. 전국 통일 시장이라고 써 놓고 보면 이해가 어려운데 반대 의미로 단어를 바꾸어 놓으면 오히려 간단해 진다. 즉 지방 분리 시장의 반대말인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현재 중국의 시장 상태가 지방별로 분리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전제된다. 과연 그러한가? 외국 기업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여 주로 민간 사유제 경제의 범위 안애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엄연히 중국 시장에는 지역 차별이 존재한다. 즉, 각급 인민 정부 간에 지역 이기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국제 공급망을 ‘전시 체제’로 운영해야 되는 시각에서 볼 때 “국가 동원령”을 발동하고 산업과 경제 체제가 한몸이 되어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뜻에 맞게 잘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급 지방 정부가 지역 이기주의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의지를 내세워서는 곤란하다. 그러므로  “전국 통일 시장”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표문이 나온 바로 다음날인 9월 2일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와 국무원은 '신시대 국방교육 강화와 개선에 관한 의견/《关于加强和改进新时代全民国防教育工作的意见》'을 발표했다. 이 내용은 전국민에 대해 국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각 유관 기관과 교육 기관들이 협력해야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발표는 시진핑 주석의 발표문에 호응하여, 그리고 아마도 사전에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시진핑 주석의 다음 임기는 전쟁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이다.

http://www.news.cn/politics/zywj/2022-09/01/c_112896859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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