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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ug 03. 2022

펠로시 하원 의장, 타이완 방문

중화권에서 미 하원의장 펠로시가 타이완을 방문하여 난리가 났다. 펠로시 의장은 이미 미국을 출발하여 아시아 순방 길에 올랐는데 타이완을 정말 방문했으니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측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위협을 하고 전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이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침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니 펠로시가 탄 항공기를 격추시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수 일전 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두 시간이 넘는 전화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불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고야 만다는 위협을 한 것들과 관계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29010030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국가 원수는 대통령이고 대통령 유고 시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그리고 부통령 유고 시에는 바로 하원 의장이 국가 원수직을 승계한다. 왜 상원 의장이 아니고 하원 의장이냐고? 그건 상원 의장이 바로 부통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통령 유고는 곧바로 상원 의장 유고인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부통령은 전통적으로 상원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부의장이 상원을 운영한다. 펠로시는 역대 하원 의장 중에서도 가장 리더십과 영향력이 강한 인물로 손꼽힌다.

https://pelosi.house.gov/

이렇게 하원 의장의 자리가 높은 자리고 국가 통수권 3위의 인물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사실 낸시 펠로시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낸시 펠로시는 중국과 평생 대치하고 투쟁해온 사람이다. 1987년 하원의원이 된 후 1991년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공산당의 천안문 사태 진압을 항의했고 그 이후 지금까지 줄곧 중국과 대치해 온 인물이다. 펠로시는 도덕과 인권 문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며 자신의 신념을 굽힌 적지 없는 사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 원고를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찢어 버린 사람이며 중국에 대항하는 여러 법안을 통과시킨 인물이다. 중국이 항의를 하든 말든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만나는 등 중국과 충돌해 왔다.

https://www.epochtimes.com/b5/19/6/7/n11306106.htm


이런 펠로시 의장이 지난 4월 타이완을 방문한다고 했다가 코로나에 걸려 방문을 연기했었다. 펠로시 의장이 코로나에 정말 걸린 것이냐 아니면 중국이 불같이 항의하자 코로나를 이유로 취소한 것이냐 호사가들의 추측이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런 추측들은 펠로시라는 인물의 개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인물이다. 오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귀할멈이라고 불렀겠는가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는 소리를 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힐 인물이 아니다. 게다가 이번 타이완 방문은 펠로시 의장이 은퇴하면서 자신의 정치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벤트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펠로시 의장이 이번에는 타이완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문제는 중국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이다. 타이완 내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은 펠로시의 방문으로 인하여 안보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중국은 대규모 군사 훈련을 예고하고 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803001027


펠로시 의장은 타이완 입법부(우리의 국회에 해당)를 방문하고 차이잉원 총통과 만날 예정이다. 사실 특별한 의제는 있을 리 없다. 펠로시는 트위터에서 자신이 타이완의 민주 체계를 지지하기 위하여 방문한다고 했고 타이완 정부에서는 펠로시와 미 입법부의 지지에 감사할 터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통치 서열 3위의 인사가 타이완을 정식 방문하고 총통과 입법부 정치인들을 만난다는 것은 미중 관계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대응하여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다. 8월 2일 중국 외교부는 관련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시진핑 외교를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불장난' 등이 거론되며 매우 엄중한 경고를 하는 듯한 내용이지만 "모든 결과는 '타이완 독립' 분리주의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방문은 미국 정치인이 했는데 왜 결과는 타이완 독립 세력이 책임져야 하는가? 마치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자 미국에게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애꿎은 한국 정부와 롯데 그룹에게 제재를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결국 중국은 미국에게는 항의도 못하는 것이다.

http://china.chinadaily.com.cn/a/202208/02/WS62e93b7da3101c3ee7ae2096.html


필자의 이러한 인식과는 반대로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이 펠로시의 방문에 맞추어 실탄을 사용하는 군사 훈련을 남중국해에서 실시하고 군용기를 타이완의 방공식별구역에 보내는 등 일측 즉발의 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항공모함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낸시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는 원래의 노선보다 동쪽으로 중국 군대를 피해서 비행했다고까지 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rkUPWm3cqM


과연 그렇게 된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 우선 미국 측은 항공모함 두 척을 타이완의 북부와 남부에 급파하였다. 그리고 F-22 편대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밀덕들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일본의 미군 기지에 전에 보지 못하던 공중 급유기가 무려 6대나 나타났다고 한다. 즉, 미국은 타이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해군과 공군을 배치한 것이다. 이는 여차하면 중국 해방군과 일전을 불사한다는 의미이다. 인민해방군의 무력은 주로 타이완 남부 쪽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의 비행기는 아래 그림에서처럼 필리핀 동부를 거쳐 비행했다. 그러나 링컨호 함대는 인민해방군과 대치하는 항로를 유지했고 물러선 쪽은 인민해방군 쪽이다. 미 싱크탱크 AEI의 Zack Cooper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https://news.mingpao.com/pns/%e4%b8%ad%e5%9c%8b/article/20220803/s00013/1659466139023/%e4%bd%a9%e6%b4%9b%e8%a5%bf%e6%8a%b5%e5%8f%b0-%e8%a7%a3%e6%94%be%e8%bb%8d%e7%92%b0%e5%8f%b0%e8%bb%8d%e6%bc%945%e5%a4%a9-%e6%93%9a%e5%a0%b1%e4%bb%8a%e6%99%a4%e8%94%a1%e8%8b%b1%e6%96%87-%e5%8c%97%e4%ba%ac%e8%bd%9f%e3%80%8c%e7%ab%84%e8%a8%aa%e3%80%8d%e6%af%81%e5%8f%b0%e6%b5%b7%e7%a9%a9%e5%ae%9a


필자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미 군부와 중 군부의 상태와 입장이라고 본다. 이미 입체적인 작전을 수 없이 수행한 미군과는 달리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작년 말에서야 육해공으로 나뉘어 있던 각군의 조직을 통합했다. 그러나 이제 일 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군이 유기적이고 화학적인 동질성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작년까지만 해도 인민해방군 내 장성급 인사가 수 차례 있었다. 이 또한 군의 동요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불 수 있다.


미군 쪽은 어떤가? 이번 낸시 팰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이 나오기 전에 밀리 합참의장이 먼저 언론에 만일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고 군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군은 전력을 다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대한 입장이 소극적인 것을 알면서도 군의 입장을 공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왜 이런 일을 한 것일까?


그것은 미군의 입장이 중국과 싸워야 한다면 빠를수록 좋다고 보는데 기인했을 수 있다. 그간 인민해방군이 미군에게 도발 행위를 할 때 미군이 수동적이었던 것은 교전규칙이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교전규칙이 개정되어 미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다. 미군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 미군은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왔다. 그리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무력을 확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한 번은 싸워야 한다면 빠를수록 미군에게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미군 내에 있어 보인다. 결국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이유로 인민해방군이 도발한다면 미군은 전력을 다하여 방어 또는 공격을 할 요량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이 미국을 자극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다시 국내 정치용의 과대 선전이 큰 소리를 내며 방송되고 타이완 주변에서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은 요란하게 진행되겠지만 내용 상으로는 미군을 자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런 신호는 인민해방군이 중국 측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8월 2일 선포한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미국은 핵무기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앤서니 블링큰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https://iz.ru/1374037/2022-08-02/v-kitae-poobeshchali-ne-primeniat-iadernoe-oruzhie-pervymi


결론적으로 중국은 아직 미국과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3 연임을 해야 하겠다는 논리를 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과의 긴장 고조는 시주석의 3 연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대 전에 인민해방군이 망신당하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걱정할 일은 펠로시 의장의 귀국 후 중국이 타이완에 가할 여러 경제적 조치이다.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중국은 타이완의 식품 회사 백 여개에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각을 세우고 싶은 모양인데 적어도 그 영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국과 각을 세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각을 세우더라도 과정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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