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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Feb 19. 2022

미국이 발표한 인도 태평양 전략

미 백악관이 드디어 오랜 시간을 끈 끝에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불과 12 페이지이다. 이 글 아래에 첨부했으니 원문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다운로드하시기 바란다.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peeches-remarks/2022/02/11/fact-sheet-indo-pacific-strategy-of-the-united-states/

첫 번째 페이지에 백악관은 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지역의 동맹 국가를 나열했는데 그 순서가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그리고 태국이다. 일견 국가의 우선순위를 따른 느낌이기도 하지만 우연인지는 몰라도 알파벳 순으로 A, J, K, P, T가 되어 자연스럽다. 뒤에서도 이 지역의 5대 동맹이라며 다시 거론하는 것을 보면 미국이 이 5개 국가를 주축으로 중국을 상대하려 한다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확실하게 중국을 지목하며 슈퍼파워가 되려 한다고 정의했고 타이완에 압박을 가하고 주변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목적은 중국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둘러싼 전략 환경을 바꾸려는 것이며 그 방향은 미국,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그리고 이들이 함께 하는 이익과 가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중국 자체를 공격하거나 체제를 바꾸거나 하지 않고 중국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 쪽을 변화시켜 중국에 대응하겠다는 말이다.

 Our objective is not to change the PRC but to shape the strategic environment in which it operates, building a balance of influence in the world that is maximally favorable to the United 

States, our allies and partners, and the interests and values we share. We will also seek to manage competition with the PRC responsibly. 


또한 양측의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공조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중국과 특정 분야, 예컨대 기후 문제나 핵확산 방지 등의 영역에서는 함께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제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이야기해 온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기조가 계속되는 것이다. 중국 외의 이슈로는 팬데믹과 북한 이슈를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이슈들의 해결에 있어 역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세계는 미국이 혼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국은 아시아 각국을 열거하며 키워드를 나열했는데 인도의 경우에는 '강한 인도', 일본의 경우에는 '자율과 선택', 한국의 경우는 '지역 안보', 아세안은 '지역 구조', 뉴질랜드와 영국에는 '규칙 기반 질서', 프랑스의 경우 'EU의 역할 확대'를 들었다. 안보적 시각에서 본다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대항마로 인도를 내세우고 한국은 중국 동부 지역에서의 방어 주축으로 삼는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어서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5 가지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ADVANCE A FREE AND OPEN INDO-PACIFIC(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BUILD CONNECTIONS WITHIN AND BEYOND THE REGION(지역 내외의 연계 구축)

DRIVE REGIONAL PROSPERITY (지역의 번영)

BOLSTER INDO-PACIFIC SECURITY (인도-태평양 안보 강화)

BUILD REGIONAL RESILIENCE TO TRANSNATIONAL THREATS (국가 간 위협에 대한 지역 역량 구축)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 전략 구현의 수단으로 들고 있는 것이 언론과 정보라는 점이다. 미국은 지역 내 국가들의 역량 증대를 이야기하면서 수단으로는 탐사 언론, 언론 자유, 다원주의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 정보 조작의 위협 해결의 협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언론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통하여 진실을 제공한다면 중국에 대항하여 미국의 가치가 승리할 것이라는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리가 중국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1. 중국 인민들에게 접근 가능한 정보 채널, 2. 진실한 정보의 제공, 3. 중국 민중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의 세 가지를 주장해 왔는데 이제 미국이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기쁘기도 하고 혼자만 지고 있는 줄 알았던 안타까움을 다른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었다는데 안도감을 느낀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기존에 추진해 오던 규칙에 의한 접근 방법(rules-based approaches)을 다시 거론하였다. 동시에 이 방법이 주로 해양,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추진될 것이라고 했는데 기존의 남중국해 언급은 당연한 것이지만 동중국해가 같이 거론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동 중국해는 곧 한국과 일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ASEAN 쪽은 주로 경제 협력 등을 거론하는데 이는 ASEAN이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대치에 있어 군사적 의미는 크게 둘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는 5대 국가, 인도,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이 중심이다. 물론 가장 큰 중점은 타이완의 평화와 안녕이다.


우리에게 특별한 부분은 미-일-한 관계를 하나의 작은 주제로 나누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태평양 지역의 거의 모든 이슈가 이 3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그렇고 안보 외에도 지역 개발, 기술, 공급망, 그리고 여성 리더십 등에 3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는 인도, 호주, 일본 등이 중요하지만 정치, 경제, 문화 차원에서는 일본과 함께 한국이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므로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미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특히 안보 측면에서 민주당의 기본 전략인 sustainable army 개념과 일치한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전 세계의 군사 기지와 병력을 유지하는 것이 이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가능한 본토로 군사력을 복귀시키고 각 지역에서 군사 분쟁이 있을 경우 미군은 우주 항공, 첩보, 드론, 공군 전력 등 하이테크를 이용하여 주로 후선에서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연히 지상에서 실제 물량과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서 전투를 하는 것은 동맹의 몫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몸빵'은 동맹이 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미국과 중국이 무력 충돌하면 참전하여 미군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자는 미중 전쟁에 참여하더라도 '몸빵'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일 '몸빵'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 땅 위여야 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일본 자위대의 군사력은 주로 미국의 군사 행동의 보조 역할이 되는 것이고 한국의 군사력은 물량 전투, 즉 '몸빵'에 적합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실제로 전선에서는 한국군이, 후선에서는 미군이, 그리고 지원은 일본이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이 인도 태평양 전략에는 이렇다 할 뚜렷한 전략이 구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 표시만이 명시되었을 뿐이다. 타국들과의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한미 관리들과 만난 뒤 “시장 접근성은 역내 국가들이 미국 지도부에 기대하는 중요한 수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서 '미국 시장에의 보다 큰 접근', 즉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은 채택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고 나서는 동맹들에게 줄 당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CSIS의 William Reinsch와 같은 전문가들은 협상이 고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VOA는 보도했다.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선임 연구원인 Gary Hufbauer와 같은 다른 전문가들도 경제적 이익이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왔으니 미 행정부가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V

https://www.voanews.com/a/us-moves-toward-new-framework-for-trade-with-indo-pacific-region/6432021.html


인도 태평양 전략 외에 미국은 새로운 경제 전략으로서 IPEF(Indo Percific Econmoy Framework)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리더는 중국의 관방 미디어 글로벌 타임스에 의하면 Jose W. Fernandez이다. Raimondo 미 상무부 장관은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전화 회의에서 이 프레임워크에 대한 논의가 예비 단계이지만 디지털 경제, 공급망 복원력, 인프라, 수출 통제, 청정에너지를 포함한 여러 핵심 영역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 IPEF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https://www.reuters.com/world/asia-pacific/us-malaysia-agree-transparency-semiconductor-manufacturing-supply-chains-2021-11-18 새라 비앙키(Sarah Bianchi) 아시아 태평양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최근 무역 회의에서 "이 프레임워크는 '몇 주 안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https://www.wsj.com/articles/u-s-readies-new-asia-pacific-economic-strategy-to-counter-china-11644148801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방향에 대한 소식이 퍼져 나가면서 중국과 타이완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타임스는 IPEF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라기보다 미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무기에 가깝다며 비난하였다. https://www.globaltimes.cn/page/202201/1246346.shtml 물론 타이완은 그 반대로 IPEF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https://asia.nikkei.com/Editor-s-Picks/Interview/Taiwan-wants-to-join-Biden-s-Indo-Pacific-economic-framework


2월 12일 안토니 블링켄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하야시 일본 외무상,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은 대만과 중국을 가르는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입장은 뚜렷한 것이고 이슈는 자연히 한국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뉴욕에 있는 Park Strategies의 정치 컨설팅 담당 부사장인 Sean King은 “아마도 미국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은 자체 군사 장비와 인력을 제외하고 어떤 위기에서도 군사력을 배가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광대한 동맹 네트워크일 것이라며 이 경우 우리는 대만 우발 상황에서 각 국가에서 일부 군대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과 일본이 합류하기를 원한다"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와이에 있는 다니엘 K. 이노우에 아시아 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알렉산더 부빙 교수는 “한국은 북한을 인접국으로 보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대만에 대한 미일의 입장을 항상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King도 워싱턴의 압박이 없다면 한국은 대만의 분쟁에서 "대체로 배제"할 수 있고 일본은 대만에서 미군의 물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한국이 미중 군사 충돌에 참여할 것으로는 외국의 전문가들도 보지 않는 것이다.

https://www.voanews.com/a/us-looking-to-japan-south-korea-allies-to-assist-in-resisting-china-s-expansion-/6442807.html


필자는 지금 이런 동북아 정세는 중국 및 러시아 진영과 미국 일본 진영이 모두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양상으로 본다. 그리고 다음 정권이 지혜롭고 대담하게 행동하면 한반도 통일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전제는 다음 정권이 그만한 역량을 가진다는 조건이지만 말이다. 그 이야기는 적절한 시기, 적절한 방식으로 여러분들에게 전해 드리겠다. 필자는 이달 25일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3년 만의 한국행이라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지난번 사적인 컨설팅 디너 광고를 올린 후 두 분이 신청해 주셨다. 남은 한 자리가 아직 있으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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