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Sep 28. 2022

중국에서 격리를 시작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를 못 탄 후, 급성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져 입원, 퇴원 후 항공기를 예약하니 9월 27일이었다. 2월 한국에 들어올 때에는 단지 2주간 머물 예정이었는데 8개월 만에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간의 애로 사항을 닐러무삼하리오! 천만다행으로 유일한 재산인 한국의 원 룸이 남아 있어 거기서 머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8개월에 이르는 체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뭐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마님을 떠나왔지만 한국의 따님이 있어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내년에 결혼하겠다는 기쁜 소식도 들었다. 중환자실에 실려간 것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 나와 건강에 힘을 쓰게 되었다. 병원에 실려갈 만큼 큰 병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이제 이것이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출간한 책 홍보 목적으로 여기저기 매체에 얼굴을 내민 것이 인연이 되어 대형 유튜브 채널에도 얼굴을 여러 차례 내미는 기회가 있었다.


필자처럼 중국에 입국할 일이 있는 분들을 위해 이번 여행에서 겪은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우선 가장 큰 일은 항공편 예약이다. 중국은 특히 베이징의 경우 한 달에 한 편의 한국 편을 허가하고 있어 예약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도시로 가면 그 도시에서 10일간 격리한 후에 베이징으로 와서 다시 격리를 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중국을 갈 일이 있으면 만사 제쳐 놓고 항공 편부터 예약한 후 다른 준비를 하시기 바란다. 필자의 경우 2월의 항공편을 놓치자 5월 편이 가장 빨랐고 5월 편을 탈 수 없게 되어 다음 편을 알아보니 10월이었다. 

9시 10분 항공기 편인데 5시 반에 오니 벌써 줄이 이렇게 길었다

항공편을 예약한 후에는 제일 중요한 것이 방역 신고를 하고 건강 코드를 부여받는 일이다. 이 관련 규정이 조금씩 계속 변하고 잘 공지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필자가 5월 편을 준비할 때에는 출국일 -24시간, -48시간, -7일 전에 PCR 및 혈청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것이 간소화되어서 이번에 출국할 때에는 24시간 전과 48시간 전의 PCR 검사를 하면 되었다. 혈청 검사는 없어졌다고 한다.(중국 대사관의 사이트에는 정보가 4월에서 멈춰있으니 곧이곧대로 믿지 말기 바란다) 다만 이 두 번의 PCR 검사는 서로 다른 병원에서 서로 다른 시약으로 해야 한다. 중국이 인정하는 병원들도 지정되어 있으니 꼭 이들 병원에서 해야 한다. 


항공편 시간이 오전인 경우 그 전날 저녁 9시 이전에 중국의 방역 사이트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런데 큰 병원들은 검사 시간, 진단서 발급 시간이 늦고, 게다가 진단서를 직접 가서 찾아야 한다. 반면 작은 병원들은 진단 소요 시간도 짧고 메일로 진단서를 보내 준다. 그러니 48시간 전 검사는 큰 병원에 가서 하더라도 24시간 전 검사는 작은 병원에, 메일로 진단서를 보내 주는 병원을 이용할 것을 권고한다.


진단서를 다 확보하고 나면 중국 방역 사이트에 가서 신고를 한다. 이때 백신 맞은 내용과 증빙을 업로드해야 하니 백신 맞은 기록도 사전에 준비를 하도록 한다. 필자의 경우 중국에서 백신을 맞았는데도 예외 없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스캔해서 업로드해야 했다. 이래저래 잘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차분하게 인내심을 ㄹ가지고 하나씩 하나씩 진행한다. 아무튼 가장 관건인 부분이다. 나중에 공항에서 탑승할 때 중국 측 요구로 이들 pcr 검사 진단서는 실물을 가지고 가서 제시해야 하니 관련 문건들은 모두 가지고 다닐 것을 추천한다.

https://hrhk.cs.mfa.gov.cn/H5/nucleucHome


그리고 또 하나 해야 하는 것이 중국 해관 신고이다. 이 신고 내용은 어려운 것은 없다. 다만 필자의 경우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하다가 해관 신고를 미리 인터넷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가슴이 덜컹했다. 다행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환경이니 가급적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사이트는 health. customapp.com 인데 잘 접속되지 않는다. QR 코드도 잘 스캔이 되지 않으니 공항에서 스캔하는 경우 인쇄가 선명한 것으로 골라서 해야 한다. wechat으로 scan 하여 들어가는 것이 가장 편리했다. 그리고 신청 결과가 다시 QR 코드로 나오는데 이것을 저장해야 한다. 중국에 도착했을 때 이를 다시 스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 세 가지가 준비되면 탐승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에 도착해서의 프로세스를 알아보자. 우선 항공기가 도착한 후 중국 해관에서 일부 승객들을 먼저 내리게 한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예외 조치가 필요한 승객들이라고 생각된다. 그 후 비행기에서 내리면 해관 신고한 QR 코드와 여권을 제출하게 한다. 그리고 나면 바코드를 하나 주는데 이것이 공항 내에서의 각 프로세스마다 스캔하게 되는 임시 코드이다. 따라서 공항을 나올 때까지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방역 신고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속 진단을 하게 된다. 말로는 이렇게 두 마디이지만 실제로는 대기하는 줄이 있어 그런대로 시간을 제법 쓰게 된다. 마지막으로 출입국 검사를 통과하게 된다.

여기서 해관 신고 코드를 스캔하고 바코드를 받는다


이로서 입국 절차는 끝났지만 짐을 찾으러 갈 필요가 없다. 짐들은 다른 장소에 있기 때문이다. 동일 항공편의 승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한참을 기다리면 드디어 짐이 있는 장소로 데려다준다. 모여있는 짐들에서 자신의 짐을 찾아서 타고 온 버스의 화물칸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버스에 탑승하면 천천히, 울퉁불퉁한 도로를 통해 격리 장소로 이동한다. 필자의 경우 텐진으로 들어왔는데 교외의 한적한 곳에 있는 호텔로 오게 되었다. 호텔 건물은 완전히 담으로 쌓여 둘러 막았다. 여기서 한 사람씩 등록하고 방을 배정받았다. 필자의 경우 하루 숙박비 320위안, 밥값 100 위안해서 1주일 분 2940위안을 내야 했다. 물론 원한다면 비싼 객실도 있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떤 이들에게는 이 비용도 부담하기 어려울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1박을 한 상태이다. 타월은 한 장뿐이다. 그리고 욕실에 소독약과 작은 세면대가 있는 것을 보니 타월이나 옷을 세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면대를 이용해 소독을 하라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제대로 된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리의 도시락(盒饭) 보다는 한 단계 나은 수준이다. 필자의 경우 고급 음식도 접할 기회가 제법 있었지만 거리에서 노동자들과 음식을 같이 먹는 경우도 이따금 있어서 거친 음식에는 적응이 되어 있다. 10 위안 이하의 도시락은 잘 선택해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호텔에 오는 내내 전화 통화를 큰 목소리로 하던 녀석이 마침 또 옆방에 배정을 받았다. 그리고 호텔의 방음이 좋지 않아서 이틀 내내 그 녀석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사람들만 있다면 중국의 통신사들이 적자를 보는 일은 없을 텐데... 이제 여기서 7일간을 보내고 다시 선택 격리 3일을 해야 한다. 선택 격리의 경우 격리당하고 있는 호텔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서 격리 상태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인데 집이 있거나 연고지가 텐진에 있는 사람은 좋겠지만 필자는 베이징을 갈 수 없으니 이 호텔에서 3일을 더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일 같은 항공기 타고 온 사람 중에 확진자가 나타나면 그 순간부터 다시 7일 더 격리되어야 하고 밀접 접촉자가 나타나도 1주일 더, 밀저 접촉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이 나타나도 7일 격리 연장이라고 한다. 텐진은 지금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태라서 도시의 많은 곳이 봉쇄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한적한 곳에 격리되어 있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즉, 필자가 격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텐진 시민이 격리되어 있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l0Eg-lwhskY&t=81s






 




매거진의 이전글 홍샤오(红烧)는 어떤 요리법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