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설날, 중국의 춘절은 가장 큰 명절이다. 특히 2023년 춘절은 중국인들에게 특별하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3년간 귀향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갑자기 방역 완화를 하면서 이제 고향을 가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농촌에서 도시 지역으로 나와 건설 현장이나 허드레일을 하던 농민공들은 지난 1년 또는 2, 3년간 일하여 받은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갈 터였다. 아무도 농민공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중국 학계 인사의 글 중에 중국의 외래자, 즉 타 지역 사람이 다른 지역에 가서 살고 있는 사람의 수가 2.9억 명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엄청난 숫자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1월 20일 기준으로 중국이 발표한 귀성객 수는 4,615만 명 정도로 추정이 되었는데 전년 대비 55.1% 증가한 수라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44.8% 감소한 숫자이다. 다시 말해 보통 귀향하던 귀성객이 절반으로 줄은 것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도시에서 밀려오는 사람들이 소도시와 농촌에 코로나를 감염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발열자, 응급진료, 중증환자 수 등에 기초하여 코로나 상황이 정점을 이미 지난 곳이 99.5%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농촌의 코로나 감염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중국 당국은 정확한 코로나 감염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국제 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의료 정보는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1월~2월 사이 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년간 사망자 수가 수 천명 단위였는데 갑자기 수 만 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중국 당국은 다시 춘절을 맞아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코로나 사망자가 1만 2천 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신규 감염으로 입원한 사람이 47만이 넘고 중증 사례가 5만이 넘는다고 밝혔다. 전염병학자인 우존요우(吴尊友)는 최근 Weibo에서 중국 인구의 약 80%가 최신 전염병의 물결에 감염되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는 이번 춘절이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모임이 소박해지거나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64363479) 타이완의 디지털 타임스는 이 추운 겨울에 허베이의 한 촌락에서는 난방이 되지 않아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https://chinadigitaltimes.net/chinese/692154.html) 중국의 SNS에서는 여러 지방에서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올라고 있기도 하다. 헤이룽장 허강(鹤岗) 시는 영하 24도에 난방회사가 돈이 없다며 난방을 중단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였다.(https://wordpress.com/post/drchina.news/957)
말하자면 금년 춘절은 춥고 코로나 감염도 걱정이고 민생의 걱정이 많은 것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 사이버 공간 관리국은 한 달 동안 소위 "清朗 2023 봄 축제 네트워크 환경 개선" 특별 조치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문건은 "울고 불쌍하고 비참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과장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다. 홍콩의 유명한 출판인 바오푸(鲍朴)는 트위터에 "이것은 중국 사이버 공간 관리국이 중국인에게 주는 설날 선물이다”라고 조롱했다. 중국 당국이 이런 식으로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통제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런 내용이 많고 당국은 이를 우려한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설날 전날밤 춘완(春晚)이라는 TV 쇼를 한다. 일본의 가요홍백전에 해당되는 대형 연말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이다. 대규모의 예산을 들여 춤과 노래, 연극, 코미디 등 온갖 장르가 총출동된다. 따라서 중국의 YV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춘절의 춘완 시청률은 예전과 매우 달랐다. 남방 지역에서 시청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지방별 시청률을 도시한 다음 그림을 보라. 광둥 지방이 5.3%에 불과하다. 광시는 2.6%이다. 시청률이 높은 지역은 헤이룽장 성의 85.3%이다. 대도시 지역을 보면 베이징이 73.2%, 톈진이 68.8%로 높으나 상하이는 17.4%에 불과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지역별로 춘완을 보는 비율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일은 없었다. 총칭이 데이터가 없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총칭은 금년에 가뭄으로 큰 고통을 겪었섰다. 티베트나 칭하이도 데이터가 없다. 원래 경제가 발전되어 있는 남방으로 갈수록 춘완을 보지 않았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의미한다. 하나는 춘완보다 재미있는 콘텐츠나 오락 거리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춘완을 보지 않았다는 것일 테고 다른 하나는 즐거운 마음이 없어서이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째서 남방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동북 지역이 시청률이 높을까? 그것은 다른 오락 거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남방과 북방의 반응이 이렇게 극적으로 다를 수 있는가? 그것은 아마도 두 지역의 경제 구조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북지역은 기본적으로 국유 기업 경제 위주이다. 최근 수년간 젊은이들은 고향을 떠나 다른 지방으로 갔고 경제는 침체일로를 겪었다.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국유 기업에 다니거나 공공기관에 의탁하여 생계를 유지한다. 반면 상하이나 광둥 지역은 민간 기업 경제 위주이다. 북방에 비해서 활력 있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왔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민간 경제는 쇠락하고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도산했다. 한마디로 남방과 동북은 똑같이 어려운 처지이지만 코로나를 겪기 전후의 격차는 크게 다른 것이다. 동북 지역은 쇠락하던 경제가 조금 더 쇠락한 것이고 남방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변화를 겪은 것이다.
필자가 있는 베이징 사람들은 그저 천하태평이다. 베이징은 코로나를 겪었지만 평소에도 외국 지도자가 방문해도 거리가 통제되고 국가의 큰 행사가 있으면 시내가 통제되는 곳이다. 그러나 슈퍼에 음식이 부족하거나 갑자기 기업이 망하는 일도 없다. 대부분 중앙 정부과 대기업에 의지하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이 체감하는 중국은 동북이나 남방에서 체감하는 중국과는 다르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 각 지역에서 활약하고 계시는 한국인 분들 중에 중국 거주 기간이 길고, 그렇기에 중국을 이해하며 객관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모셔서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블로그 사이트인 이박사 중국 뉴스가 그 한 역할을 할 것이고 앞으로 한국 미디어에서 일하고 계시는 특파원 분들과도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의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중국에 계시며 활동하시는 분들은 뜻이 있으시면 연락 주시기 바란다. 특히 지방에 게시는 분들은 더욱 모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