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속내는 무엇인가?
이번 정상 회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와 그 해석은 각 나라마다, 그리고 미디어마다 뉘앙스가 달랐다. 중국 신화망의 경우 당연하게도 시진핑 주석이 주연으로 돋보였고 시진핑 주석이 던진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세계는 한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은 두 가지 선택이 있다. 하나는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협력하여 글로벌 도전을 해결하고 세계 안보와 번영을 촉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여 진영 간 대결을 부추기며 세계를 혼란과 분열로 이끄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거나 대체할 계획이 없으며, 미국도 중국을 억압하거나 봉쇄할 의도가 없어야 한다.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하고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통일될 수밖에 없다.”
http://www.news.cn/politics/leaders/2023-11/16/c_1129977979.htm
이에 반해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은 미묘하게 시주석의 말을 받드는 듯한 인상을 주는 식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신화망은 바이든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미중 관계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고 미중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안정적이고 발전하는 중국은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며 중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만 세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항상 믿었다.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제도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다.”
이렇게 발리 회담에서 한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발리 회담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7에서 바이든과 시진핑이 만난 것을 의미한다. 발리 회담에서 바이든은 우발적인 충돌을 피한다며 양국의 레드 라인을 정하자고 했었고 시진핑은 타이완은 중국의 레드라인 중의 레드라인이라며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진핑은 당시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변경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 후 시진핑은 수 차례에 걸쳐 미국은 발리 회담의 결과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었는데 필자는 시진핑의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과를 소개하는 신화사의 보도를 보고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시진핑이 말하는 발리 회담의 결과는 바로 미국이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수용했던 타이완 독립 지지 안 한다는 말은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는 한 번도 공표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미국의 원래 태도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시진핑, 그리고 아마도 중국 공산당은 받아들인 것 같다. 다시 말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미국의 기존 태도는 타이완의 중국을 통일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비해서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비록 무력에 의한 통일은 반대하지만 중국이 타이완을 흡수 통일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양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읽히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은 이번 회담에서 직접 시진핑에게 타이완의 대선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 그런데 이 말은 중국이 타이완 대선에 개입하고 있거나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상당 정도로 중국이 타이완 대선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필자가 놀란 것은 시진핑이 여기에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시진핑은 그 대신에 미 언론들이 중국이 타이완을 2027년 또는 2035년에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나는 타이완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으며 누구도 그 일을 나와 상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에 시진핑의 이 말에서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중국은 타이완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
나는 타이완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말의 원문은 “我沒要打台灣”이라는 말인데 중국어로는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누구도 그 일을 나와 상의한 적이 없다는 말의 원문은 “”인데 이 또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가장 중요해 보이는 타이완 공격 가능성에 대한 시주석의 표현을 분석해 보자. 이 말은 시진핑의 말이 직접 공개된 것이 아니라 전해진 말이므로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어의 “沒要”라는 핵심어는 틀림없을 것이다. 중국어에서 “沒要”라는 말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할 생각이 없다는 해석을 할 수 있지만 ~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해석도 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조금 심하게 생각하면 시진핑이 “나는 타이완을 공격하라고 (아직) 하지 않았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아직까지는 타이완 공격을 명한 바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 필자가 가지는 의심이다. 물론 지나친 생각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필자의 확증 편향일 수 있다.
세 번째 말, 누구도 나와 그 일을 상의(또는 토론)한 바 없다는 말이 곧바로 이어 나온다. 그러므로 앞서의 말과 이 말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시진핑은 토론(討論)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타이완 공격이 명령이나 지시가 아닌 토론, 또는 상의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자기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을 말속에 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신이 독재자가 아니라는 의미와 함께 7인 상무위원회로 대표되는 집단 지도 체제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암시이다.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그러하기도 하다.
또 다른 의미로는 아무도 타이완 공격이라는 진언을 시진핑에게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그러할 것이다. 시진핑이 인민해방군에게는 2027년까지는 타이완 공격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를 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시진핑은 바로 이러한 보도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을 자신을 제외하고 전쟁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시진핑에게 이제 전쟁을 할 수 있다고 보고한 사람이 없다는 상황으로 생각된다. 그럴 것이다. 최근 중국 국방부장이 돌연 낙마하였고 외교부장도 낙마하였다. 미사일 군의 선임, 현임 사령관, 부사령관이 낙마하였고 다수의 장군들이 낙마하였다. 이는 지금 인민해방군 내에 무엇인가 불안정한 요소가 터졌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도 국방부 부장을 공석으로 해 논 상태다. 이 상태에서 누가 시진핑 주석에게 전쟁을 건의하겠는가? 적어도 인민해방군이기는 어렵다. 외교부 또한 어지러운 상태이니 어렵다. 만일 타이완 전쟁을 건의할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통일전선의 총책임자 왕후닝일 수밖에 없다.
왕후닝은 사상과 이념 전문가이다. 그리고 지금은 타이완 통일 전략의 최종 책임자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일국양제”를 대신할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다고 하나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가 만일 전쟁을 건의한다면 그 이전에 노력한 시도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을 때라고 보아야 합리적이다. 결론적으로 현 중국의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지금 전쟁을 하자고, 또는 어느 시간에 전쟁을 하자고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진핑 주석이 이번 미중 정상 회담에서 한 말들은 모두 중국식 타오화(套話), 즉 상투적인 내용이 없는 말들이다.
그러면 시진핑의 말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바이든의 첫 번째 요구, 타이완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요구에 대한 딴청인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중국이 이번 타이완 대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완 대선 관련해서 홍콩 명보는 최근 타이완 국민당과 민진당이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두 정당은 11월 15일 국민당의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의 입회하에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총통 및 부총통 후보 선정 방식은 마잉주 총통과 국민당, 민진당, 각 당이 여론조사 및 통계 전문가를 추천하고 이들 여론조사 및 통계 전문가는 11월 7일부터 17일까지 각계에서 발표한 여론을 평가하고 국민당과 민진당은 각각 자체 내부 여론조사 사본을 제공한다. 통계 오차를 초과할 경우 승자가 승점 1점을 부여 받으며 오차 범위 내라면 국민당 후보 허우요우이가 총통, 민중당의 커원저가 부총통을 맡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타이완 대선에서 1위는 중국과 격렬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이며 2위, 3위는 각각 국민당의 허우요이 후보와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이다. 그런데 두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고 지지자들의 이탈이 크지 않다면 야당이 승리하게 된다.
https://udn.com/news/story/6656/7581391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바로 이들 야당을 지원하여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에서 분리되어 나와 대선에 뛰어든 FOXCONN의 오너 궈타이밍에 대해 중국이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궈타이밍의 중국 내 모든 FOXCONN 법인에 대해 세무 조사와 부동산 전용 혐의의 조사를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이런 규모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FOXCONN이 큰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전조이다.
두 야당은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이 되면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할 것이라는 말로 그러지 않아도 전쟁의 위협에 떨고 있는 타이완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라이칭더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에 대만 무장 지원을 중지할 것을 정말로 요청했다면 중국이 먼저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항상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긍정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은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미중 정상 회담에서 여하한의 진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정상 회담이 열리기 2, 3일 전 전 주미대사 추이텐카이는 타이완 문제만 빼면 중국은 다른 모든 이슈를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중국 입장에서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완 이슈인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은 타이완 이슈에 대해 중국의 대선 개입 불가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즉 타이완 침공 반대를 표명했고 남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 결과는 단지 한 가지, 우발적 충돌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양국이 소통하기로 한 것 정도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 합의는 그저 “우발적 충돌”에 효과가 있을 뿐 “고의적 충돌”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합의이다.
미국을 반대하고 중국에 공조하는 러시아의 경우 이번 회담의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 이 점에는 거의 모든 매체들이 의견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FT는 이날 회담 후에 있었던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에서 시진핑 주석은 참석한 3백여 명의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 투자를 권하는 여러 발언을 했지만 비즈니스 리더와 분석가들은 시 주석과 바이든의 만남이 미중 관계를 완전히 해빙시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대의 시인홍(时殷弘)은 경제적 이익과 국가 안보가 충돌하는 경우 국가 안보가 우선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인들이나 전문가들의 눈에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대학교 금융학과 천즈우 석좌교수는 이번 회담을 보고 양측이 추가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양국 간의 적대감과 신뢰 부족의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하였다.
https://www.ftchinese.com/premium/001101394?topnav=china&exclusive
실제로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이 미중 관계에서 가장 크고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미국 고위 관리가 전했다. 이 관리는 중국이 중국이 주장하는 대만 섬과의 평화적 "통일"을 선호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시진핑이 계속 이야기했다고 했다. 중화권 미디어들은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중국의 역사적 관계와 의의 등을 많은 시간 동안 미국 참석자들에게 설명 및 설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용된 연설문 등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하나하나 손보며 고쳤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대부분 신중하게 숙고하여 나온 발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본 산케이는 이때 시진핑 주석이 짜증을 냈다고도 전했다.
https://www.sankei.com/article/20231117-6VLU7K3KR5O3VNHWYXL3WFBGRE/
이 시기에 한국, 일본, 미국 국방장관이 대만 해협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한국이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3국 군사 관계가 강화됨에 따라 대만에 대해 미국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SK-코리아 재단 한국 연구 위원장인 앤드류 여는 대만 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더 넓은 지역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한국의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한국군에게는 중국과의 잠재적 싸움에서 미국을 지원하고, 한미 동맹을 유지하며, 미국이 대만에서 수렁에 빠졌을 때 한국군이 한반도에서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여 소장은 말했다.
랜드 코퍼레이션의 브루스 베넷 국방 연구원은 대만 방어 전략이 3국 군사 훈련에도 반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Taiwan Policy Initiative의 Raymond Kuo는 한국이 미국 등과의 합동 훈련에서 미국이 대만에 군대를 파견할 경우 후방 지역 지원 작전에 필수적인 군 간 상호 운용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Kuo는 "특히 한국의 해군과 공군은 정보, 감시 및 정찰, 존재감 과시, 군수 및 지원 등 다양한 비전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런 한국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다양한 “비전투적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역시 한국은 깍두기로 취급해 주자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필자의 친구가 최근 술자리에서 들은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으로 서방이 정신이 없을 때 중국은 타이완을 공격하면서 공격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한국부터 공격해 올까? 필자는 이런 여러 상황에 대해 졸저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의견을 피력했으므로 이 글에서 다시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다만 이렇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속에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기 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