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
금년 20대에서 리창 당시 상하이 서기가 총리로 발표되었을 때 대부분의 미디어는 예상 외의 결과 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필자 또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놀란 대다수 사람 중의 하나였다. 반면 싱가포르 난양대학에서는 AI를 이용한 중국 지도부의 인사 경향을 추측하여 이번 새로운 중국 지도부의 인선, 특히 최고 권력 기구라고 할 수 있는 상무위원 7인을 모두 맞추는 분석 결과를 보였다. 난양 대학의 경우 중국 공직자들의 인사 이동을 약 30만 명을 추적하고 있어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분석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떨까? 한 공무원의 말로는 한국의 고위직과 공식 미팅을 하는 경우 높은 사람에게 상대방에 대한 보고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때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 정보와 미팅 시 얻은 정보 정도라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은 아닐 것이다. 단지 필자같은 일반인들에게는 그 정도로 말해두는 것이 방침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국의 인물들을 모니터링하거나 분석하는 일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리커창의 죽음에 대해서 아직 우리 언론에서는 외신을 인용 보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그 보도들도 시진핑 정부가 민심의 불가측성을 우려하여 언론과 SNS를 통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에 따른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 리커창 총리의 죽음은 몇 가지 다른 시간 축에서 되새겨 볼 수 있다. 리커창 총리의 퇴진과 죽음 그 자체에 관한 것, 리커창이 대표하는 공청단 파, 또는 전문 관료 집단의 퇴조라는 공산당 파벌 다툼이라는 시각에서의 의미, 그리고 중국 경제 발전의 시대가 리커창의 죽음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아마도 분쟁의 시대, 전쟁의 시대가 올 지 모른다는 패러다임 변화라는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의 의미이다.
우선 단기적 시각에서 보면 리커창 총리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 보도 내용이 적다는 것이 특이 사항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비교적 간략하게 리커창 총리가 심장병으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구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리커창 총리의 국가에 대한 기여를 기술하며(시진핑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추진했다는 내용으로) 애도를 표했다. 여기에 대해 외신들은 리커창은 경제에서 시장의 더 큰 역할을 제안하고 민간 기업도 국유 기업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시 주석과 그의 파벌에 의해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상실하면서 이러한 노력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갈등을 암시했다. 친중 태도가 분명한 매체인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야는 리커창 전 총리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발생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리커창 전 총리가 이전에 관상 동맥 심장 우회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고 리커창의 개인 경호원과 함께 의료진이 즉시 리커창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확고한 근거는 없는 가운데 친중 외신과 반중 외신이 각각 자신들의 추측을 암시하는 보도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사실은 수 많은 중국 인민들이 리커창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커창이 자라났던 곳인 안후이의 추저우 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화환을 보내고 직접 방문하여 애도를 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권력이 강화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시진핑 주석의 빈곤 퇴치 치적 홍보 시기에 중국에는 아직 6억명이 월 수입 1천 위안(우리 돈 18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거나 팬데믹으로 민생이 어려워져 자발적으로 발생한 길거리 돗자리 시장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는 등 시장과 사유 경제, 그리고 개혁 개방을 주창하여 인민들의 민생을 돌보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러한 그의 사망은 중국의 다른 지도자들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넘는 상황에서 꼭 외신을 빌리지 않더라도 의구심을 품을 개연성은 충분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으니 시진핑 주석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당국은 일체의 모임을 불허했고 특히 학생들의 집회를 막았으며 뉴스 보도를 통제했다. 나아가 SNS에서도 일정 량 이상의 애도 메시지나 리커창의 찬양 내용의 전파를 금지했다. 동시에 사실 상 눈 감아주고 있던 vpn(중국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 중 중국 공산당에 불리한 내용, 대부분의 매체 등을 봉쇄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우회 프로그램인 vpn을 이용하고 있다) 의 봉쇄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히려 리커창의 죽음을 개인의 죽음에서 리커창이 대표하는 공청단 그룹과 시진핑 그룹의 갈등을 증폭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끌던 공청단 파벌은 엘리뜨 전문 관료들을 이루고 있는 그룹이며 개혁개방, 시장 경제, 기업과 민간 위주의 합리적 정책 운영을 특징으로 하며 혁명 세대의 후대들과 시진핑 주석과의 개인적 유대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시진핑 그룹은 상대적으로 마르크스 주의 지향적이며 계급 평등, 공유화 경제,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을 도모하여 그간 많은 의견 불일치를 보여 왔기에 지난 20대 전인대에서 시진핑 일파가 모든 요직을 차지한 것을 두고 권력 투쟁에서 리커창 일파가 패배한 것으로 사람들은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리커창이 퇴직하며 외친 개혁 개방은 멈출 수 없으며 황하와 장강의 물길은 돌릴 수 없다든가 하늘이 사람이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며 하늘에는 눈이 있다고 한 말들은 그룹 갈등의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리커창 그룹이 시진핑 그룹에 불복하는 것으로 해석되고는 했다.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번 리커창 총리의 사망은 석연치 않은 것이다.
필자는 보다 중요한 것은 리커창 개인의 사망이나 공청단 파벌과 시진핑 파벌의 갈등 보다도 리커창의 죽음은 이제 중국 공산당이 새로룬 단계에 진입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이제 중국 공산당의 전략과 비전에서 시진핑 일파의 독주를 견제하는 힘이 사라진 것이다. 금후 중국은 고삐 잡히는 일 없이 시진핑 주석 일파에서 이끄는 방향으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 할 것이며 타이완 해협의 전쟁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중한 관계는 험악해 질 것이며, 글로벌 경제는 출렁거릴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세계는, 그리고 한국은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