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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Apr 05. 2019

동요하는 북경

시진핑 주석을 보위하라.

2019년 4월 4일 미국의 소리 중국어 판에서는 북경에 홍얼다이(红二代)들이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집결하고 있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을 보위하기 위해서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홍얼다이란 공산당 창당 및 혁명에 기여한 1세대 공산당 원로들의 자녀들을 지칭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단지 이렇게 짤막하게만 보도할 뿐 홍얼다이가 북경에 집결하는 이유, 목적, 배경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이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며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 이유는 그 대상 정보가 비밀이거나 미확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들은 사실 확인을 위해 복수의 독립적인 소스로부터의 정보 확인을 거친다. 만일 정보 확인을 해 줄 수 없는 채널에서 정보를 받았거나 정보 소스가 하나일 경우에는 보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진핑 주석을 둘러싼 일련의 보도를 고려해 보면 맥락이 이어진다. 시진핑 주석의 유럽 방문을 둘러싸고 여러 보도가 있었지만 해외 화교 매체들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걷는 모습이 정상이 아니며 어지럽거나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는 장면을 주목하였다. 이들은 이러한 일부 상황에 기초하여 시진핑 주석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들 매체들은 대부분 반 중국 공산당 경향의 매체들이며 평소에도 중국 관련 보도에서 중국 공산당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크게 주의를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수 일 사이에 심지어 매체 축에도 끼지 못하는 SNS 나 유튜브 방송 중에 일부 중국인들이 시진핑 주석의 하야설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내용은 중국 본토에서는 감히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이 건강을 이유로 자진해서 하야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승자는 지정되지 않았다는 말도 같이 전해지고 있다.

이 시진핑 주석설은 필자의 주의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보통의 유언비어는 듣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조금은 과장되거나 흥미 위주의 첨언이 되기 마련인데 이번 소문은 내용이 너무 짧고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즉 전해지는 내용이 "시진핑이 건강을 이유로 하야 선언, 계승자는 지정되지 않았음" 외의 내용이 하나도 없다. 만일 유언비어라면 시진핑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리잔슈나 총리인 리커창, 또는 후기 주석 대상으로 지목받았던 후춘화 등의 엮은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 시진핑 주석 하야설은 중국의 다음 주석이 누가 될 수 있는가 라는 논의를 불러일으키는데 대답부터 한다면 "보이지 않는다"이다. 시진핑이 하야하더라도 이번 임기 5년은 채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렇다면 2022년에 신임 주석이 취임하게 된다.  가장 측근인 리잔슈는 64세로 중국 공산당의 규정인 65세 이후에는 은퇴한다는 연령 규정에 걸린다. 실제 리커창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공산당 간부들이 모두 이 연령 규정에 해당된다. 10년 연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50대 인 고위직이어야 하는데 세 사람 정도가 연령으로 해당되지만 지명도나 경력을 제대로 쌓은 사람은 후춘화 정도이다. 하지만 후춘화는 주석직 대상자로 지정되었다가 한번 배제된 적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시진핑 파벌이 아니다. 비록 최근 예상을 뒤엎고 다시 주석직 대상자 대열에 합류되었지만 총칼을 장악하지 못한 관계로 주석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렇다면 북경에 홍얼다이가 집결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는 마오쩌뚱이 도전받았을 때 임표가 군대를 이끌고 북경을 호위한 사건이 연상된다. 홍얼다이들은 누가 감히 후리 태자당의 시주석을 압박하는가 라며 북경에 모이고 있을 공산이 크다. 실제 북경은 지금 거리에 공안이 쫙 깔려있는데 양회가 끝난 마당에 어째서인가 의문을 품던 참이었다. 아마도 정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때문이리라. 그럼 미국의 소리 방송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홍얼다이가 시진핑의 동의 없이 행동할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후임이 있을 수 없는 상태에서 미중 무역전 등 자신의 실책에 도전하는 세력들에게 하야 카드를 던진 것이 아닐까? 정작 시진핑이 하야하겠다고 하자 상대방은 혼란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는 친위 세력들이 북경에 들이닥쳐 이들을 압박하는 상황일 수 있다. 북경은 동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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