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W Dec 08. 2018

Cl

'꾸준한 스몰 사이즈(Small Size) 연구'의 지속 가능성에 관하여

시작은 미미했다

2000년대 초반, 역대급으로 심각했던 리튬이온 이차전지 과제’들’ 문제가 하나 있었다. 당시 산자부 이차전지 담당 사무관과 같이 이 사건을 적발하여 다루게 되었는데, 모 전극 소재 개발 과제 내용이 과기부, 정통부, 산자부의 3개 부처의 아주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의 세부 과제로 숨어서 최소 3, 4개 과제가 동일한 실험 결과로 보고되고 있었다. 그 결과, 산자부 담당 사무관은 이 상황을 ’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관련 교수들과 연구원의 ‘연구 결과 비위’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결과의 결론은 결국 ‘과제비 전액 환수와 기타 조처’였지만, 당시에 현직 교수들과 관련 연구원이 초범으로 적발된 사례이니 선처해주자는 필자의 의견을 산자부 담당 사무관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과제비 전액 환수' 없이 ‘기타 조처’로 과제를 종료하기로 했고, 관련 연구원은 일정 기간 후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정리를 결정했다(※ 이 역대급 사건 당사자들은 당시 사법 조치와 과제비 전액 환수 조처가 진행되지 않고 기타 조처인 단순 종료로 끝나게 된 것을 빌미로, 어차피 연구도 안 하는 마당에 넘쳐나는 시간을 써서 산자부 담당관과 필자를 적반하장 격으로 끊임없이 모함하는 당찬(?) 모습을 꾸준히 보였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형 연구 비리로 밝혀지다

이런 역대급 리튬이온 이차전지 과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 촌극' 수준의 자충수에서 비롯했다.

어느 날, 산자부 이차전지 담당 사무관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Z 사무관: “박 박사님, XXXX 사업의 YYYYY 과제들을 요즘 직접 실사하고 있는데, 과제 책임자를 맡은 X 교수란 분이 이상한 이야기를 합니다. 연구비가 너무 부족하다고 증액시켜 달라고 합니다. 실제로 부족한가요?”


필자: “수행하는 연구 수준과 내용을 봤을 때,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과제책임자의 비정상적인 연구비 불평 민원으로 예상치 못하게 이차전지 담당 사무관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후속 프로세스로 과제와 연구내용에 관한 제보와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전대미문의 ’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형 연구 비리가 적발되었고 ’ 원 소스'조차도 연구 진실성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는 분석 결과가 올라왔다.

이 사건과 더불어, 제보 이후에 한결 같이 보고됐던 인상적인 ‘워딩’은 다음과 같았다.   

‘5000만 원짜리 과제와 5억 원짜리 과제 계획서가 예산 내역 말고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작성되어 같은 연구 목표, 연구 내용, 연구 범위, 연구 일정으로 수행되고 있다’

‘연구 비위와 연구 진실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문제가 있는 원소스가 결국 멀티 유즈로 가기 마련이다. 데이터 마사지도 있고, 연구 아이디어도 원소유자가 있는 특허의 재현성 연구에 불과하다 보니 때문에 죄의식 없이 쓴다.’

일반 국민은 쉬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당시의 연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의 사례와 같은 ‘원 소스 멀티 유즈’ 형 과제 비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 연구자가 동일 연구 결과를 두 개 정도의 연구개발 과제(국가 R&D, 기업 수탁 사이에도) 결과로 보고하는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던 문제였었다(※ 이는 투고 논문의 ‘사사(Acknowledgements)에 복수 개의 연구비 지원을 표시하는 사례와는 조금 다르다).

위의 사례는 또 다른 오해를 종종 낳는데, 국가 R&D에서 자주 지적되는 ‘타 과제’, ‘타 연구자’ 사이의 ‘연구 중복’ 문제와는 결이 다른 사안이다. ‘범죄’를 저지른 교수와 연구자들은 자신의 과제가 문제 사업으로 지적받아 종료된 게 ‘타 과제와 중복성 기준’이 시쳇말로 너무 ‘지랄 맞게’ 적용되어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이고 국가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학계 내에서 떠들고 다녔다. 지금은 최고 정점에 있는 한 연구계 지인이신 원로께서 필자에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항의가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살짝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여 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잠시 침묵하시더니 ‘박 박사님, 미안합니다’라고 짧게 말씀해주시고 자리를 뜨셨다.


고갈된 아이디어와 소화불량에 걸린 우리나라 국가 R&D

‘수억 ~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집중하여 투입한다 해서 안 그래도 연구자들의 고갈된 아이디어 샘과 빈약한 연구 능력이 아니라 그들이 늘 이야기하는, 넘쳐나서 주체하지 못하는, 저 깊은 곳의 아이디어 샘물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로 연구비 지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연구조원 수준 네댓이 ’ 알아서’ 수행하는 연간 십 수억 원짜리 대형 국가 R&D 사업에서 과연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나올 것인가?’ (이건 사실, 학계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그럴 일은 없을 거다’이다.


이처럼, 박약한 아이디어뿐이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수준인지라 그 많은 연구비를 다시 갖고 가서 연구비를 소화하지 못하는 일이 외려 비일비재하다. 필자도 연구소 있을 때 당시 기준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고 큰 규모의 이차전지 쪽 과제를 수행했었다.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단까지 총괄 운영하면서 맡은 과제 일부는 결국 제대로 소화를 못 했거나 직원들에게 과책을 넘겼다가 부실하게 진행되어 엄청 고생한 적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원 소스 멀티 유즈’ 형 연구 비리는 관련자 주변 외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기의 사건은 연구 진실성 문제와 함께 필자에게 당시에 상당한 고민을 안겨줬었다. 단발성으로 그치길 빌었지만, 유사 사건이 이후에 필자가 총괄 운영했던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단 때도 계속 벌어졌었다. 결국, 해묵은 연구 비리가 된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아이디어 완전체일 거 같은 연구자들이 왜 이렇게 저급한 ‘원 소스 멀티 유즈’ 형 연구 비리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것일까? 반복되는 사건을 지켜보며 과학자, 그리고 연구자들의 능력에 점점 실망할 수밖에 없었고, 위의 사건은 과학자이자 공학자인 입장에서도 냉소적으로 바뀌게 된 최초의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간혹 되새김질할 때마다 후회한다. ‘저 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어야 했나?’ 지금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초 및 산업 R&D 쪽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 몇몇은 어떤 의미에선 필자가 ‘원죄’이기도 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며 방치하자는 결정이 가져온 대참사인 게다.


우리나라는 하루가 멀다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연구 개발 결과가 쏟아져 나오는 과학 강국이라 국민에게 인식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과학 강국에 걸맞은 다음 단계 업그레이드가 ‘노벨 과학상’이라 생각하는지 ‘노벨의 계절’만 다가오면 ‘노벨 과학상 외사랑’이 불을 뿜는다. 그리고 항상 이렇게 귀결된다. ‘노벨 과학상을 받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과 지원을 총집결시켜야 한다’. 공허한 샤우팅이고 심지어 어그로 수준이다. 급기야 올해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도 노벨 과학상 감이 아니냐며 리튬이온을 포함해 조사한 초엽 기적인 설문을 한국 연구재단에서 하기에 이르렀다. 아직 전기 화학자들도 제대로 노벨 과학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연구비 투자 증가 속도 1위(OECD 국가 중)의 대한민국 국가 R&D의 실상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들어 OECD 국가 중 ‘연구비 투자 증가 속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급격한 외형 성장을 했지만, 그 투자 결과가 아름답지만은 못한 상황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그 투자의 변곡점에 옆 나라 일본에서는 여반장처럼 쉽게 받는 노벨 과학상을 우리도 조기에 받아 보자는 발상이 투출 된 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참담한 수준이라 아니라 할 수 없다.


연구비의 외형 성장은 유수 저널에 투고하기 쉬운 ‘유행을 좇는 연구’에 집중되어 10년도 되지 않는 신진급 교수들이 100여 편의 SCI급 탑 저널 게재 실적을 가진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그 논문 ‘포트폴리오’의 면면을 보면 무슨 ‘만물박사’, ‘팔방미인'의 탄생이라 해야 할 정도로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친구들에게 ‘네가 쓴 그 분야 논문 말이야… 실험과 분석에서…...’ 하고 말을 꺼내면 ‘저 잘 몰라요……’ 얼버무리며 토론을 피하는 사례도 적잖게 경험했었다. 이걸 좋게 보면 ’ 국내외에 걸친 연구 네트워크 인맥’의 순기능이라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보면 ’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의 탄생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행을 좇는 연구자’ 중에 간간이 ‘원 소스 멀티 유즈’ 형 실적의 흔적이 흔해지기 시작했다. (※위의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장본인 중 한 명의 교수도 그런 케이스였는데, 도대체 안 하는 게 없던 사람이었다. 요즘 들어 그 분야 연구 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당시에도 실제 연구를 하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연구비는 정부 지원 규모 증대로 계속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서 이미 메마른 아이디어의 샘에 연구비가 마중물 역할을 할 리는 만무하다(자기 노력과 머리가 부족한 고3 수험생에게 시쳇말로 ’ 달러 빚'을 내 고액 과외 선생 붙여 주고, 일타 강사 강의를 끊어준다 해도 일류대 못 갈 아이들에게 몇 개월 만에 일류대를 들어갈 능력이 창조 배양되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연구비 혜택을 받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충분히 연구비를 주지 않는다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내세운다.


불평만 하다 보니 외려 ‘연구 아이디어는 연구비와 논문으로 공부한 시간보다 실험 연구에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샘솟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그러니 연구과제가 많아야 한다고 반문하는 뻔뻔스러운 PM형 교수도 실재한다. 과제가 많다는 게 실험실에서 산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실제로도, ‘실적 좋고 실력 없는 가짜 석학' 실험실 아이들의 애환을 직접 들어 보면, 가장 기초적인 교육도 되지 않은 석사 1년이 차세대, 첨단 분야의 수억 원 짜리 과제에 투입된 사례를 제법 볼 수 있는 데다가 기초가 없다 보니 여러 해 허송세월 하다가 아예 틀린 연구 결과로 석, 박사 학위를 받고 나간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IF 높은 유수 저널에 쉽게 게재할 수 있는 랩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랩이란 말이 무색하게 배우는 것도 나오는 것도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서 외려 ‘원 소스 멀티 유즈’ 또한 간혹 발견된다. 이게 ‘디테일한 현장 연구’의 참상이며 대개 허명 높은 속칭 ‘빅 가이’ 랩의 어두운 그늘이기도 하다.


빅 사이즈 연구의 어두운 그늘

NASA, 막스 플랑크, 프라운호퍼 등에서 배우자, 그리고 시스템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과학계 ’ 주변 인사'들도 그동안 아주 많이 보아왔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 공통점은 ’ 현장 경험'이 아예 없거나 일천한 인사들이다. 이들도 드라마 ’ 미생'을 볼 때는 ’ 그래 답은 현장에 있어!’라고 하겠지만, 정작 과학 연구에 있어서는 답을 현장에서 찾지 않고 자신들은 책과 글공부로 답을 찾는다. 모순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과학계 인사가 아니라 과학계 ’ 주변 인사'일 수밖에 없고 현장을 모르고 나오는 공허한 골방 환상곡으로 그치니 말이다.


연구를 함에 있어, 과학자 개개인의 능력과 시간은 분명히 한계가 있음을 먼저 인정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일간지에 종종 나오는 환상적인 ’ 석학 인터뷰' 내용은 ’ 화장발'을 연상시킨다. 빨리 지우지 않으면 화장독이 올라 피부가 상하듯이 말이다. 아이디어의 샘은 마른 지 오래고, 애도 봐야 하고 영화도 봐야 하고 맛난 것도 먹으러 가고 휴가도 가야 한다. 그 와중에 연구도 하는 것이다. 능력과 시간의 한계에 봉착한 연구자들에게 무작정 ’ 빅 사이즈(Big size)’ 연구비를 준다고 해서 대단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소화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 빅 사이즈 연구’를 받아서 그 연구비로 재하청을 주어 자신의 논문 실적만 챙기는 가짜 석학도 제법 발견된다. 산업, 경제에서도 보이는 ’ 심각한 재하청 문제’를 학연에서 ‘창조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제안된 수백억 원대의 정부 기술 개발 사업 하나는 총괄관리 주관에 이어 세부 관리 주관이라는 엽기적인 형태까지 발견될 정도였다. 총괄관리 주관은 그냥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격인 게다). ‘석학 노름' (주: 석학 놀음의 오타가 아님)에 빠져서 사실상 ’ 대행사' 재하청 형태로 무늬만 연구자 입네, 석학 입네 나대며 실적 좋고 실력 없는 세계적 학자가 이렇게 탄생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떠든다.


‘3000 ~ 5000만 원으로 무슨 연구를 하냐? 간접비 떼고 애 하나 인건비 주면 직접 연구할 돈이 없어. 그걸로 뭘 해?'

만일 이런 소리를 하는 소장파 학자나 교수들을 본다면, 우습게 봐도 좋다. 연구 습관 자체가 잘못 들었다고 말이다. 연구한답시고 자기 손엔 용매와 분말도 안 묻히고 학생들을 아동 노동 수준으로 공장처럼 돌려 ’ 알아서 결과를 내라. 결과가 없으면 넌 졸업도 없다'란 식으로 돌린 극소수의 가짜 석학들이 악화가 되어 양화를 구축한 참담한 결과이다. 석, 박사 때와 그리고 신진 연구자 시절에 직접 실험하고 연구하던 습관이 없었던 이들이 나이가 들어 갑자기 늦머리가 터 연구가 될 리는 만무하다.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의 지속 가능성

그렇다면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우리네 차세대, 첨단 연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빅 가이’를 만들자며 ‘빅 사이즈 연구’를 밀어줬더니 이상한 ‘팔방미인’ 형 만물박사가 탄생했다. 하지만, 노벨 과학상은 이런 이들에게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스몰 사이즈 연구’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세대, 첨단 연구를 하는 데 있어 ‘빅 사이즈 연구’에 지원하여 IF 높은 저널로의 투고 실적과 기술 이전 등으로 5 ~ 10년 후 노벨상에 근접한 인위적인 ‘빅 가이’ 양성 같은 ‘레벨 업’ 방식에서 서서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첨단 연구를 3000 ~ 5000만 원 정도의 ‘스몰 사이즈 연구’를 간접비, 인건비와 기타 잡비 성격을 배제하여 순수한 직접 연구비 지원과 연구조원 없이 직접 연구활동이 가능한 ‘코어 연령 연구자’ 중심으로 두루두루 지원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자는 것이다(이미 예전부터 공공연히 비현실적인 리튬에어 이차전지를 빅사이즈 연구로 지원하는 것은 돈 낭비이니 정말 해야 되겠다고 신념을 갖고 있다면 스몰 사이즈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필자는 누차 밝힌 바 있다).


대신에 꾸준하고도 장기적으로 말이다. 

‘학계 정치적으로 약은 연구자’가 아닌, ‘학계 정치적으로 멍청한 연구자’들에겐 이런 게 필요하다. 마침, 올해의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교수도 자신의 노벨 상금을 젊은 연구자의 20~30년간 장학금 혹은 연구비로 내놓겠다 한 바 있다. 기업 등 외부 지원을 더 하면 그 규모가 더 늘어나긴 하겠지만, 오스미 교수가 밝힌 생각이 바로 필자가 이야기하는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와 일맥상통한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제도, 법령을 정비하여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 쪽으로 차세대와 첨단으로 돌릴 때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 단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이미 틀렸다. 연구재단에서 노벨상을 받을만한 연구 후보군으로 하여 설문을 돌렸던 연구 중 하나가 필자가 그 히스토리를 잘 아는 게 있다.


사실 그 연구 결과는 모 ‘빅 사이즈 연구’의 가장 ‘동떨어지고 지질하다 평가받은 스몰 사이즈 연구’ 결과 중 하나였다. 더욱이 연차 평가에서 탈락했던 쓸모없던 성과(?)였었다. 세상은 이렇게 의도한 바와 다르게 돌아간다. 빅 사이즈에서 스몰 사이즈로 의도 없는 연구 정책으로 연구 생태계를 바꿔 보는 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E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