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역작 '갤럭시 노트 7'의 '칠'은 결국 행운의 상징이 되지 못했고, '육'을 건너뛴 보람도 없게 되었다.
전대미문의 이상과열에 의한 발화 사고로 인해 삼성전자는 용단을 내렸고 그 결과가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지 않게 되길 빌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리고 필자의 우려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땐 선도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하루에 두 번,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
《출처: 개와 늑대의 시간, 연작 드라마》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였기에 고난은 더 할 것이다. 다만, 삼성SDI의 몰락을 보면서 다시금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을 세계 1위로 견인하는데는 있어 수백 명의 재사로도 부족했지만, 몰락을 가져오는데는 '마이너스의 손'과 '오적'의 배신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말이다.
고동진 IM부문 무선 사업부 사장의 발표 전문을 보다 보면 '양극과 음극이 만난다'란 표현이 유독 눈에 띈다. 그리고 몇몇 매체에서 약속이나 한 듯 공교롭게도 이 표현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 표현이 가진 의미를 이번 칼럼에서 우화적으로 빗대어 풀어보도록 하겠다(※ 양극과 음극은 통칭하여 전극이라 부르는데, 이 전극들은 각자의 고유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으며, 이 둘의 에너지 차이를 전기화학 이론에 의해 전지의 전압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이것은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이 둘 서로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이 둘이 만나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에는 '전자 까마귀'가 넘지 못할만큼 높고 튼튼하나 반투명한 '분리막이란 성벽'이 가로막고 있어서 이 둘은 '분리막 성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의 밀어도 속삭이며 '전해질 정담'을 나누며 '이차전지 나라'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시간에 '양극 견우'는 소를 치고, '음극 직녀'는 비단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더라도 '음극 직녀'는 '양극 견우'의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았고, '양극 견우'는 '음극 직녀'가 열심히 말로 설명해주는 비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분리막 성벽'에 투영된 상대의 실루엣을 보며 애간장을 태우기도 하였고 상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상대의 체취에 흠뻑 취하기도 하였다. 언제나 둘은 서로 만나서 손과 얼굴을 보듬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그 날을 꿈꾸기까지 했다.
어느 해, '전자 까마귀'들이 만들어 주는 오작교를 한참 둘러서라도 만나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는 만나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둘의 만남을 위해 멀리 둘러 놓인 '전자 까마귀' 오작교로 하염없이 걸어가다 둘의 오랜 여행으로 지친 '전자 까마귀'들이 몰살당할 뻔 하여 되돌아온 이후로 다시는 직접 만날 엄두도 못 내는 슬픈 처지였다. 그래서 '전자 까마귀'를 통해 서로에게 맛있는 고기와 비단 선물을 보내며 아쉬움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무더위가 채 가시기 전에 몰려온 '천둥 번개'와 '폭풍우'의 위력은 상상초월이었다. 며칠 잠깐 갠 사이에 '분리막 성벽' 주변으로 산책하러 나간 '양극 견우'는 낯선 것을 발견하고 뛸 듯 기뻐했다. 천년만년을 갈 것 같았던 성벽에 틈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양극 견우'는 호미로 성벽을 파기 시작했다. 한참을 팠더니 한 사람이 빠져나갈 만 구멍이 생겼다.
"이제 '음극 직녀'에게로 갈 수 있겠어…"
이마의 땀을 훔치던 '양극 견우'는 혼잣말로 되뇌었다.
〚이렇게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가 만났다.〛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가 드디어 만나서 '서로의 손과 얼굴을 보듬기' 시작하자. 둘 사이엔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둘은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모르고 서로를 더욱더 보듬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열기'에 못 이겨 둘 사이엔 '연기'가 나기 시작하다 못해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불꽃'이 무섭게 튀어 올라오며 둘은 활활 타오르며 시작했다. 이미 '천둥 번개'와 '폭풍우'는 그쳤지만, 이미 불붙은 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었다. 갑자기 온 세상이 환해지면서 '천둥소리'가 들렸고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가 있던 자리는 검게 탄 흔적과 함께 '분리막 성벽'도 무너져 내렸다.
며칠 후 '옥황상제'가 '이차전지 나라'를 굽어보다가 소스라치며 놀라며 탄식했다.
"둘이 만나면 이렇게 되기에 만나지 못하게 그렇게 '분리막 성벽'을 세워뒀건만, 그래도 벽 하나에 사이에 두고 가까이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부족했던건 가? 허허허……."
'양극 견우'와 '음극 직녀'의 슬픈 사랑의 현대판 우화는 일단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들의 슬픈 사랑을 많은 사람이 슬퍼하고 있다.
(※ 고동진 사장이 이야기한 '양극과 음극이 만난다'는 전기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만남인 '단락, short-circuited'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