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을 진단한다
2003년 쯤이었던 것 같다. 계절은 기억나지 않고 여느날과 같이 이른 아침에 차를 몰고 긴 출근길 여정을 나서고 있었다. 이수 교차로를 지나던 도중 댓바람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전지조합의 송모 국장님이었다.
송모 : 박 박사, 우리 좀 도와줘. 큰일 났어.
필자:무슨 일이시길래, 아침부터……
송모: 여기 영등포의 XXXXXXX인데, 좀 부탁해… 지금 바로 와줄 수 있겠어? 자세한 이야긴 와서 듣도록 하고…...
필자: 출장 신청하고 결재받아야 하는데, 원에 들어갔다와야 해서 왕복 시간을 감안하면 점심시간은 지나야 할 듯 합니다.
송모: 잠깐만…...
그리고 누군가가 전화를 넘겨 받았다.
박모: 안녕하세요. 박 박사님, 산자부 XXXXX과 박XX 서기관입니다. 원에는 제가 이야기해놓겠습니다. 우선 오셔서 이야기를… 한시가 급합니다.”
그리고 바로 차를 돌려 북북서로 향했다.
이윽고 도착해보니 상황은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맙소사! 전지조합 주관으로 사전 기획한 ‘제2기 중기거점(속칭)' 사업의 기획 부실이 감사원 감사에 걸렸다는 거다.
이미 결론은 다 난 상태이고 오늘 오후 내지는 내일, 담당 감사관은 보도자료를 다 준비한 상태로 타 사업 감사로 넘어간 ‘그 곳’을 찾아가 잠깐의 시간을 허락받은 상황이었다.
기획에 참여한 기업 연구원들과 담당자들은 담당 감사관에게 이미 해명에 실패했고 사전기획 주관한 P모 교수님, M모 박사님도 이미 감사관을 만나 지적사항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굴복했다는 정황을 들었다.
송모: 산·학·연·관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다 동원했어…
필자: 네, 혹시 지적된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송모: 우리가 기술을 모르잖아… 박 박사가 감사관에게 직접 들어봐줘. 오늘이 마지막이야. 좀 부탁해. 박 박사…...
필자: 네,알겠습니다. ㅠㅠ
이윽고 잠시 짬을 허락해준 담당 감사관과 만나 ‘제2기 중기거점 사업’ 기획부실 건에서 발생한 중복, 기술개발 목표 등의 문제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는 담당 감사관의 감사 포인트를 하나씩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설명과 웹검색에서 확보한 자료로 모두 반박하는 데 다행히 성공하였다. 며칠 후 담당 감사관으로부터 서면질의서가 보강되어 다시 왔다고 하길래 모처에서 앞에 언급한 분들과 하루 정도 합숙하며 답변서를 혼자 만들어 보냈다. 그 후 담당 감사관은 교체되었고 감사원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전전긍긍하다가 제2기 중기거점 사업 기획부실 건은 결국 없었던 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다 지나서 하는 말인데 당시 600여 페이지에 달하던 ‘리튬폴리머 전지’ 개발 사업 기획보고서는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감사관 지적은 일견 맞는 이야기였었다. 당시 담당 감사관은 기획보고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꼼꼼히 읽어 감사에 임했다. 하지만 문외한인 감사관에게 기획보고서 분석을 제공한 제보자 수준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필자가 별도의 준비 없이도 반박할 수 있었을 뿐이다.
만일 필자가 이수 교차로에서 산자부 XXXXX과 박모 서기관의 부탁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유명 TV 프로그램이었던 이휘재씨의 <인생극장>의 ‘그래! 결정했어!’의 갈림길에서 룰루랄라 출근을 했을 테고 그날 오후 늦게 이차전지 제2기 중기거점 사업이 심각한 기획 부실로 감사원 감사에 걸렸다는 보도를 접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3차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차세대 전지 중 이차전지가 아닌 연료전지가 여느 때처럼 국가 R&D 지원 1순위로 결정됐을 것이다.
망해가는 어느 학술 분야에나 있을 법한 ‘그 분야 오적’들이 다시 득세하며 국가 R&D 정책은 시쳇말로 ‘개판 오분 전’을 반복하다 2000년대 후반쯤 우리만 뒤쳐진 사양산업으로 갔을 거란 가정은 의외로 무리한 게 아니다.
위기의 2003년을 넘긴 2016년 우리나라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제반 환경은 2003년 감사원에 적발됐을 당시보다 더 부실하면 부실하지 낫지가 않은 상황이다.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질적으로 무너졌다. 필자가 도맡아 했던 제3차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 그리고 차세대전지성장동력 사업단 이후 몇 년 반짝하며 약진했던 한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은 뒷바람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고 산업 내적 외적 환경도 이미 진행된 구조조정을 넘는 격변이 예정되어 있다.
산업의 문제: ‘일제’를 좋아하며 인력유출에 무심했고 미래전망에 실패한 산업. 급기야 선장은 배를 산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산업 외적인 문제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본래 알카라인 전지 때까지 중소기업이 주도하던 산업이었다. 1990년대 초반 Ni-MH 이차전지와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한해 걸러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대기업들이 고성능 이차전지인 Ni-MH 이차전지와 리튬이온 이차전지 개발에 동시에 뛰어들었다. (‘차세대’라 주장하던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를 하던 데로 LG금속이 하나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리튬이온 이차전지 소재와 셀 제조에 뛰어든 기업 수는 상당히 많았다. 어지간한 대기업들은 다 뛰어들었다. 시작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우리 랩에 다 찾아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양사 모두 원래 리튬이온 이차전지 초기 인력들이 일부 정리되고 외려 Ni-MH 이차전지 인력들과 합쳐서 시작하였다. 이들의 특징은 전지 산업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신사업팀 형태로 꾸려진 이들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전지 산업의 전환점이라 할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대응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이는 손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감 떨어지는 인력도 상당수가 사업부 핵심에 있었다. 국산 리튬이온 이차전지 사고는 언론에 나지 않았을 뿐이지 제법 빈번했다. 전지 기술이 완성되지 않아 문제해결의 난관에 봉착했던 때 마다 일본의 전·현직 업계 전문가에게 분석과 해결책을 자문하던 시절이었다. 인사 사고가 발생해도 회사 내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패닉에 빠진 때도 있을 정도였다.
역사가 짧은 산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기도 한데, 산업에 정통한 이가 의사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있는 기업에게 아직 기회의 시간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극복의 기회는 언제나 있었으나 스스로 걷어차 버린 밥그릇이었다. 두 회사 중 한 회사는 중대형 사업을 시작할 때 인력 확충에 결정적인 실기를 했고 그 악수가 결국 사업의 위기를 가져 왔다. 그리고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의 명운을 두 번씩이나 좌우한 전지 형번은 두 회사가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원통형이 되어 버렸다.
핵심 소재에도 양극 산화물, 음극 탄소재, 전해질, 분리막 중 한국이 일본과 어느 정도 평수를 맞추는 데 성공한 쪽은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에 불과한 정도였다. 업계에서 업체들을 비아냥댈 때 쓰는 상투어가 “XX는 일제를 너무 좋아해”였다. 음극 탄소재와 신소재는 오랜 투자에도 불구하고 역량 부족으로 실패했고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양극 산화물도 우여곡절 끝에 양산엔 성공했으나 알게 모르게 점점 주류에서 엇나가고 있다. 특히 중대형 전지용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편애는 잘못된 선택이란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해질은 국내 모사가 저지른 일본 우베와의 원죄 사건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배터리 전기차가 우리 곁에 오고 있음에도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자동차를 모두 잘 아는 전문가는 업계에 손 꼽을 정도이다 보니 우리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이 외려 갈라파고스화할 우려도 있다. 우리가 표준을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속칭 ‘왕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산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망각한 결과이다.
그리고 업계에서 주문을 외듯이 빌고 빌었던 테슬라모터스 기가팩토리 실패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원통형 18650을 만들었던 우리나라는 기가 커스토머인 테슬라모터스와 굵직한 인연을 잡지 못했고 LG화학이 초창기 로드스터 서비스팩용 원통형 18650을 일회성으로 공급했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은 배터리 전기차용 원통형 세계 1위 업체와 파우치형 세계 1위 업체를 다 보유하고 있다.
학계의 문제: 짧은 역사, 얕은 저변, 현실과 동떨어진 외화내빈의 골방환상곡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연관된 학맥의 역사 자체가 일본과 우리나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전지의 나라 일본’의 전기화학은 에너지 전기화학 혹은 전지화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우리나라는 분석화학 쪽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은 정말 다양한 전기화학 책이 있으며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초인 ‘비수계 전기화학'이란 텍스트북이 따로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0년 사이에 전지 재료 측면의 양적인 성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와 북미, 유럽 학계는 일본이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하며 앞서가자 ‘앞지르기' 전략의 하나로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에 집중한 바 있지만 결국 제품화에 실패하며 점점 더 뒤쳐지고 현실과 괴리가 일어났다. 우리나라 학계는 포스트 LiCoO2 양극 활물질로 과도한 ‘망간 산화물 편애'를 보이며 결국 삼원계 양극재 중 NCM 중심으로 치우침이 일어났다.
이에 반해, 중국은 MIT에서 실용화한 리튬인산철화합물에 집중했고 일본학계는 1990년대 모 교수 연구에 기반을 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에 집중하며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학계의 활물질 연구 동향을 보면 산화물 기반의 전극 활물질이나 고분자 전해질로 집중되었는데, 산화물 활물질과 고분자 전해질의 중요성 때문이라기보다 탄소재 기반의 음극재 연구가 어려웠으므로 상대적으로 논문을 쓰기 쉬웠던 쪽으로 집중한 게 학계의 참혹한 실상이었다. 그래서, 꼭 해야만 하는 연구를 했다기보다 빨리 결과가 나오는 하기 쉬운 연구 중심으로 흘러갔다. 부끄럽지만 ‘점수만을 위한 편식 연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난제 해결 능력’은 점점 떨어져 갔다.
이 경향이 점점 더 심화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골방환상곡류의 연구와 화려한 분석 장비의 데이터에 치중한 연구 결과가 국내외 저널에 다수 게재되며 양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꼭 해야 했던 핵심 역량 연구는 도외시 되었다. 여기에 더해 ‘앞지르기' 전략 방향이 또다시 엇나가며 소꼽놀이 수준의 (Zn, Mg, Li)-Air ‘연료전지(잘못된 용어)' 혹은 이차전지 연구와 저속전기차, OLEV 사업 등으로 리튬금속폴리머 이차전지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 산업 원천 기술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고 수십 억대의 기술료를 내고 이전했다 대서특필한 결과는 흐지부지된 지 오래다. 결국 남은 건 관련 분야 졸업생 수의 양적 성장과 SCI급 논문뿐, 외화내빈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실험실에서 제일 무식한 사람이 교수'라는 대학원 우스갯소리가 어쩌면 가장 잘 들어 맞는 게 리튬이온 이차전지 분야가 아닌가도 싶다. 진정 석학이라면 논문 편수만 늘리는 무모한 도전보다 ‘난제 해결 능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구태여 난제 해결 과제를 공모해놓고 자사 출신 인사의 과제만 선정하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재단 같은 사례는 제외하고 말이다). 한 건 많은데 할 줄 아는 건 많지 않는 게 우리나라 학계이다.
연구계 문제: 아직도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연구계
우리나라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에 있어 정부출연 및 정부산하연구소(이하, 정부 연구소)의 역할은 요즘 논의되는 정출연 통폐합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비효율적인 R&D 투자와 궤를 같이한다. 산업화 시절 초기에 민간과 대학교의 연구역량이 부족했을 때 정부 연구소가 주도한 R&D 사업은 분명히 제 역할을 해왔었다. 하지만 민간과 대학교의 연구역량이 앞서면서 정부 연구소의 역할 재정립은 답 없는 해묵은 과제였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을뿐더러, ETRI, KIST 같은 곳의 ‘이차전지’ 쪽 기관 고유 사업은 매년 수십억씩 투입되었지만, 외부 산학연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지 않아 뭐 하는지도 오리무중인데다 연구 당위성조차 없는 갈라파고스식 ‘묻지 마’ 연구비 투자의 대표적 사례였다. 그 결과 비전공자인 감사관의 ‘문자 그대로’의 지적도 대응하지 못하는 저열한 연구능력만 남았다. 그래서 정부 연구소는 연구 기능을 폐지하고 중소기업 지원, 신뢰성 평가, 전문 분석 및 장비 센터 구축, 대형 연구 과제 관리 분임, 정부 정책 수명 업무 등 연구 생태계 후방 지원 업무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적어도 리튬이온 이차전지 쪽은 연구 개발 기능만 뺀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게 솔직한 입장이다. 연구개발은 이제 민간 혹은 대학교에서 하는 게 최선인 시대가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행정관료 출신이 원장인 정부산하 연구소에 기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 결과는 없으며 세상과 동떨어진 소꼽놀이 수준의 ‘나 홀로’ 연구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일은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관계의 문제: 어두운 과거, 한때의 영화, 현재의 쇠락, 그리고 다시 어두운 미래
중앙행정부처에게 기술적 전문성을 주문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을 전제하고, 공무원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얽혀 예산과 규제를 휘두르는 것은 무능과 부패에 버금가는 문제다. 제법 많은 참사가 있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에 있어 행정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본 칼럼 앞단에 예시한 바와 같이 감사원 감사나 정책 기획에 임하여 최고의 산·학·연 전문가들을 ‘모셔와' 국민의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행정공무원이 이권에 엮인 사이비 전문가와 국가 R&D 정책을 결정하는 것도 부패의 또다른 이면이다.
제3차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의 결과였던 차세대전지 성장동력 사업단 이후 천지가 개벽하듯 세상이 바뀌게 된 것은 예산과 규제를 담당하는 관의 문제라 하겠다. 산업부(과거의 지경부)의 제4차, 제5차, 그리고 제6차 산업기술혁신 5개년 계획 내용과 미래부(과거의 교과부)의 이차전지 기술 개발 관련 정책을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많은 전지 기술 개발 과제,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사업들이 있었다.
수없이 많은 무의미한 소재 개발 사업은 차치하고서라도, 저속 전기차 보급 사업, OLEV 기술 개발 사업, 준중형급 공용 배터리 전기차 플랫폼 개발 사업(현대차의 아이오닉이 이 사업 결과물이란 건 억지에 가깝다), 남산 및 각 지역 배터리 전기 버스 보급 사업, 제주도 배터리 전기차 및 스마트 그리드 관련 사업(이 사업 내의 배터리 리스 사업은 끔찍한 상황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에서 무기력한 정부 역할, 볼리비아 리튬 광산 개발 사업, 서태평양 공해상 망간각 탐사 광구 확보 건, 에너지 저장 장치를 발전설비로 법제화, 중장거리(300~400 km) 주행용 배터리 전기차 개발 사업, 1톤급 배터리 전기 트럭 개발 사업 등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그동안 물 쓰듯 썼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거란 우려만 더해진다.
2000년대 초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산자부 사상 최악급 연구 비리 사건도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개발 사업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모 대학교 교수와 그 실험실 출신들, ITEP 전직 직원 하나, 그리고 업체 2개가 공모한 희대의 연구 비리였다. 그때 이 연구 비리를 사전에 인지하고 막으려 했던 이들은 산자부 사무관 1인, ITEP 평가관리 담당 직원 2인, 그리고 리튬이온 이차전지 전문가 1인이었다. 이 4인은 포상은커녕 모두 피해를 크게 입었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 사기는 2010년대 중반의 스타트업 사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은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방비해야 할 때다. 큰 일을 성사시키는 데는 재사 100명이 있어도 부족하지만, 망치는 데는 바보 같은 공무원 하나면 충분하다.
07.29.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