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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Apr 23. 2021

'꾸준한 스몰 사이즈 연구'에 관하여 Fr

로절린드 프랭클린, 위대한 여성 과학자, DNA와 카본의 시대를 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1920 - 1958), 과학에 관심이 많아 과학 대중서와 일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봄직한 여성 과학자 중 하나이다. 혹자들은 독일의 메르켈 수상처럼 물리학자라 강제적으로 주장하지만,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물리화학자로서 X-선 회절법, 광학 현미경 같은 구조 분석의 초창기 대가로 알려져 있다. 대중들이 로사린드 프랭클린을 기억하는 이유는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덕에 노벨상을 수상한 왓슨과 크릭을 '배반의 과학자' 불리게  '다크 레이디'라고도 통칭되기 때문이다

Life over the microscope. Jenifer Glyn/Wikimedia Commons, CC BY-SA

복붙 되어 무한 반복 재생하는 발명 발견 과학사에 익숙한 사람들이나 일부 매체의 기자들에 따르면, 로절린드 프랭클린을DNA, RNA, 바이러스의 구조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X- 회절 결과를 기가 막히게 찍어냈지만 분석과 상상력 부족으로 해석을 하지 못해 결국 노벨상을 빼앗긴 '머리 나쁘고 기능 좋은 기능공수준으로 폄하하는 이들도 간혹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엄청난' 업적은 DNA, RNA, 바이러스 구조 분석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1945년에 나온 그의 박사논문과 논문들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1. ‘The physical chemistry of solid organic colloids with special relation to coal and related materials’, PhD thesis, 1945 (캠브리지 대학)

2. ‘A structural model for coal substance’, Fuel, 1949, 28, 231–238 (with D. H. Bangham, W. Hirst, and F. A. P. Maggs)

3. ‘The interpretation of diffuse X-ray diagrams of carbon’, Acta Crystallographica, 1950, 3, 107–121

4. ‘Crystallite growth in graphitizing and non-graphitizing carbon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A, 1951, 209, 196–218


로절린드 프랭클린, X선 결정학으로 현대적인 탄소재료의 역사를 연 어머니로서 이흑연화성 탄소재료(Graphitizing carbon materials)와 난흑연화성 탄소재료(Non-graphitizing carbon compounds)의 구조 해석과 정의를 이끌어낸 분이다. 이흑연화성 탄소재료의 흑연화 프로세스의 결과로 얻어지는 인조 흑연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흑연의 결정 구조를 명확하게 분석하였으며, 흑연화 프로세스의 비밀에 가장 근접했던 위대한 과학자였다(내가 박사과정에서 이흑연화성 탄소재료와 난흑연화성 탄소재료에 리튬 이온이 어떻게 여행하는 지를 연구했었는데, 이흑연화성 탄소재료와 난흑연화성 탄소재료의 구분은 초심자들은 명쾌히 구분된다 주장하지만, 지금도 전공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탄생을 가져온 '이온 상태의 리튬을 저장할 수 있는 음극재'이고, 난흑연화성 탄소재료의 일종인 카본 블랙 등은 연료전지의 촉매 담체로도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탄소(재료가 아닌 원소)는 모든 원소들 중 가장 중요하며 생명과 에너지의 기원과 닿아 있다고 하기까지 한다. DNA, RNA, 바이러스도 탄소 원소 기반이며,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음극 활물질, 양극 도전재, 그리고 비수계 유기 전해질도 모두 탄소 원소 기반일 정도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 DNA 이중나선 구조라는 위대한 발견의 다크 레이디로 그냥 '운 좋게 측정'한 것을 두 천재가 발견했다고 치부되기에 미스 프랭클린의 주 전공이 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다 할 수 있다. 왓슨과 크릭이 이중나선 구조 발견했다 주장하는 1953년,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탄소재료의 역사에 위대한 논문 중 하나( ‘Graphitizing and non-graphitizing carbon compounds. Formation, structure and characteristics’, Brennstoff-Chemie, 1953, 34, 359–361)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DNA 이중나선 구조 측정은 물리화학자로의 길을 가던 중에 했던 소일거리였던 탓에 잠시 잠깐의 외도가 아니었나 싶다.


신이 너무 사랑한 천재였던 탓인지 37세의 나이로 1958년에 요절한 로절린드 프랭클린, Coal 연구자로 건강을 챙기지 못한 탓인가 싶다. 만일 미스 프랭클린이 살아있었다면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도 싶다.


세간의 과학사가들이나 매체의 기자들은 왓슨과 크릭이 한 여성 물리화학자 연구를 뺏았다고 이야기하기를 즐기지만, 1958년에 요절한 미스 프랭클린은 1962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도리가 없으니 왓슨과 크릭도 다소 억울하지 않나 싶다.


DNA 이중나선 구조도 중요했지만, 물리화학자인 미스 프랭클린이 박사 학위 연구에서 시작하여 일생을 바친 탄소재료 X-선 구조 연구는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발견까지 이어지게 하는 위대한 연구였다 할 수 있으며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를 가능케 한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기원을 찾아간다면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1% HCP(Highly Cited Persons)들이 아니라 짧고 굵게 엄청난 연구하고 빛과 같은 삶을 산 로절린드 프랭클린에게 그 영광이 주어져야 하지 않나 싶다. 과학상과 사설 지표 같은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에 도움을 준 과학자는 실적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로절린드 프랭클린 같은 실력 있는 분들이었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차라리 검고 '다크'한 탄소재료 구조의 기원과 근본을 파헤친 '다크 레이디'라 하는 게 더욱 어울릴 법하다.

1.24, 2019 ([박철완의 에너지,환경 미스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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