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W Mar 05. 2019

Pr

Winter is Coming - 재생에너지 vs. 미세먼지 -

"Winter is Coming"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게이머에게 사랑받는 게 스타 크래프트 1 였던 듯하다. 확장판 부르드워(Brood War)가 나왔었고 이후 2도 나왔지만, 전작의 인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뜬금없이 스타 크래프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필자가 아는 온라인 게임이 스타크래프트 정도였기도 하고 스타 크래프트를 하다 보면 맵마다의 가스, 미네랄의 설계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도 닮아 있기 때문에 전공했던 학문적 흥미와 닿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미세먼지에 갇힌 서울 도심 / 조선일보 DB


우리 지구는 물질과 에너지 밸런스가 기본적으로 제법 부족한 상태(starved system)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전 지구적으로는 풍족하더라도 국지적으로 부족한 예도 흔치 않게 발견된다. 이는 마치 스타 크래프트의 8인용 맵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다 보니 남아 있는 가스와 미네랄이 여기저기 멀티를 뛰어도 몇 개 남지 않은 데다 상대가 이미 선점한 멀티나, 심지어 상대의 본진을 깨고 들어가서 자원과 미네랄을 확보해야 하는 게임의 막판에 가깝다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 것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위 환경을 생각한다는 활동가, 운동가 그리고 시민단체는 친환경 에너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우리가 그걸 누릴만한 상황인가조차도 고려하지 않는 편향성을 보이는 편이다. 다시 말하면, 오래 써왔던 다양한 일차에너지의 문제점과 안전성에 대해 비난하고 재생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규정하고 우리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설파해 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최근에 꽂혀 설파하는 주제가 '배터리 전기차'이다. 결국 이들에게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그리고 배터리 전기차의 환상적인 조합이 이들의 신념이자 믿음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왔다. 그 이유는 신·재생에너지라는 건(주: 신재생에너지란 것은 없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짧게 쓴 게 신·재생에너지인데 비전문가들은 잘못 쓰는 예가 빈번하다.) 마치 우리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명품'의 성향과 극히 닮아 있기 때문이다.

둘 간의 공통점을 언뜻 떠오르는 대로만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누구나 좋은 건 안다.
2. 하지만 누구나 갖거나 이용할 수 없다.
3. 갖거나 이용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다른 것들이 많다.

환경을 생각하고 좇는 이의 이야기는 늘 1번에 집중되어 있다.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유리하고 좋다는 거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그 부분을 부정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이나 화석 에너지 발전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2, 3번을 감안하지 않고 1번만 이야기하는 건 사실, 솔직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좋게 봐주더라도 무지의 소산이라 밖에 볼 수 없다.

친환경적이라는 재생 에너지에 관해 그게 좋다 좋다 반복하며 그러니 선택하자는 식의 홍보와 주장은 마치 명품 판매원과도 같은 입장인 게다. 좋은 거 알고 있고 재생에너지로 가고도 싶다. 하지만 제법 부족한 세상(Starved System)에선 이걸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별 처한 자연환경, 경제 상황에 따라 너무 다르다. 재생에너지를 택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다 이용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상황과 규모에서도 재생 에너지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 희생해야 하는 게 너무도 크다.

상식적이고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명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제한된 수입과 자산을 감안하여 꼭 갖고 싶으면 포기해야 할 다양한 활동에 대해 각오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생 에너지를 선택하고자 할 때는 그에 따라 우리가 포기해야 할 부분에 대해 좀 더 엄밀하고 냉정하게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다.

그리고 우리에게 되물어봐야 할 게 있다.

1.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문명의 혜택, 특히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 스케일'을 혁신적으로 감축할 생각이 있습니까?

2. 핵무기 감축에 버금가는 '에너지 소비 감축'에 대해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환경 지상주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에너지 소비 감축에 - 즉 인류가 감내해야 하는 최악의 노고 - 대해서는 애써 숨기는 편이다. 다만 누릴 수 있는 지상 낙원과도 같은 안전성과 무해성 같이 혜택 중심으로만 이야기할 뿐이다. 이는 단점(가령, 당신이 이걸 사면 몇 달 동안 라면만 먹고살아야 해요. 이런 것 말이다)은 숨기고 장점만 부각하는 게 명품 홍보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그걸 누리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이 적지 않고 현실적으로 우선순위가 앞선 것들이 많은 와중에 재생 에너지를 택하라는 것은 이상적이고도 현학적인 노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원자력 발전이 능사가 아닌 게 맞다. 특히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우리나라의 잦은 원전 정지 사고로 경각심이 커진 상태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의 속성이란 게 엄청나게 큰돈을 100년 거치 대출한 상황에 다름이 아니라 섣부른 투자도 어렵다 (우리나라도 조금 있으면 폐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 없이 발전하는 시나리오를 한 번 상상해보자. 원자력 발전을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는 시나리오로 10 ~ 20% 정도 발전 원가가 올라가게 된다.

초미세먼지 / 조선일보 DB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50 ~ 100% 아니, 2배 이상 발전 원가가 올라간다. 이런 미래가 용인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사실, 이런 사안은 전 지구적인 합의가 되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의 발전 원가 상승을 쉽사리 용인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로 발전 수급 비중을 높여도 우리나라는 PM의 기원이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환경 개선의 투자 대비 효용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그럼 남은 시나리오는 원자력 발전이 없는 만큼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차 에너지인 전기에너지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며 심지어 수송부문 주요 에너지원도 철도교통에 이어 배터리 전기차도 추가되며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운동가나 활동가들은 원자력 발전, 그리고 화력발전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치러야 할 것에 대해 솔직히 그리고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명품 판매원들과 많이 닮아 있다. 명품에 혹하지 말고 계획성 있는 지출 구조를 짜 보도록 하자.

겨울이 다가온다. 현실적이 되자.

출처: https://i.ytimg.com/vi/GsE8EzKmuPA/maxresdefault.jpg
5.21, 2016
매거진의 이전글 C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