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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Mar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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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란 무엇인가

논문 관련한 치팅(cheating)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1. 표절, 다른 하나는 2. 저작권법 위반이 그것인데, 표절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짓지 않은 글을 자신이 지은 것처럼 한 것"이다.

  

원래 이 기준 하에 6 단어가 연속이라든가 하는 기계적인 기준이 만들어진 것이긴 하다.  하지만 기계적인 6 단어 연속, 이런 기준이 저질 기준이므로 표절이나 저작권법 위반 판정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관용적 표현" 때문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속담이나 익히 잘 알려져 누가 쓰더라도 누구든 명언임을 아는 내용은 굳이 참고문헌 (혹은 분야에 따라 인용각주라고 붙이기도 한다.)을 달지 않아도 용인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이렇게 쓰고 출처 병기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표절이라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살아 있는 학자나 연구자가 한 말과 글은 대중적이지 않아서 특유의 학습과정을 거친 소수만이 안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반드시 출처를 명기하여야 한다.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 


이런 식의 표현을 썼다면 아는 사람은 이게 노암 촘스키의 1957년 저작인 'Syntatic Structure'에 기인한 것을 알겠지만, 일반인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럼 누가 이 말을 멋지게 썼는데, 이 말을 들은 제법 많은 다수가 "화자가 멋지게 말했구나"하는 오해를 주어 "저 화자가 글과 말을 지은 것'이구나 하는 오해를 하게 하면 이게 바로 "표절"에 해당한다.

  

표절이 Cheating인 이유는 남이 고생하여 창작하고 지은 말과 글을 자신이 지은 듯, 고의든 실수든 오해하게 하여 그 말과 글에 관한 평가를 자신의 것인 양 훔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때 이 도둑질을 통해 물질적, 사회적 등 이익을 얻게 된다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어떤 이는 이를 통해 얻은 유명세로 정치적으로 입신하기까지 했다).

내가 지금 쓰는 이 표절에 대한 글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 글이니 오롯이 ‘나의 창작품"이다. 하지만 저 위의 노암 촘스키 문구에 대해서는 내가 창작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의 글이며 출처가 어디임을 밝혀서 저 표현을 만든 공로가 나에게 있지 않음을 밝히는 게 도리이자 규범이다. 이게 논문 혹은 형식과 규정을 엄정하게 따지는 문서로 가게 되면 출처와 표현이 어디에서 왔는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 또한 규정지어진 대로 하여야 한다.  

그런데 내가 위에서 "관용적 표현"이란 이야기를 썼는데, 대개 실험 연구가 있는 분야에서는 실험 연구는 혼자만이 잘 낫다고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그 결과는 그 분야의 다른 연구 결과와 비교되어 마땅하며 그것을 통해 논박되고 주장이 발전되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면 실험 방법이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표준"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실험 방법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관용적인 문구"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실험 방법 부분에 있어서는 표절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기가 어렵다.

그리고 또 추가적으로 표절에서 자유로운 부분이 참고문헌 표기 방식이다  이는 각 저널에서 정한 "표준적인 방법"으로 달게 되어 있다. 참고문헌 작성법은 요즘 다양한 어플을 통해 자동으로 생성되기까지 한다. 오히려 이렇게 자동 생성까지 되는 것에 대해서는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표절 건에 대해 논박하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표절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단순히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문구에 의존하여 표절 판정을 하는데, 저건 논문이라기보다 학생들의 리포트, 보고서 치팅을 찾는데 유용하다.

표절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다시 말하지만, 

"자신이 짓지 않은 글이나 말을 자신이 지은 것처럼 하여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평가, 결과를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 기준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기계적인 수준의 적용이 의미를 갖게 된다  


여기에 쓴 내용은 표절을 판정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을 제시한 것이고 그 기준 하에서 세세하게 적용하는 방법은 몇 가지 예만 들었을 뿐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글을 쓰는 데 있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이해하여 지은 글을 썼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쓴 글 조차도 가끔은 서너 단어 연결이 다른 글과 같은 게 있을 때도 있다(그래서 사실 표절 관련하여 가장 억울한 사람은 "헬렌 켈레" 였을지도 모른다).

제발 좀 어쭙잖은 6 단어니, 인용, 출처 명기니 하는 수준 낮은 기준으로 표절이나 아니니 결론을 내리지는 말아야 한다.


종종 표절 문제가 제기된 예를 살펴보았을 때 외려 ‘학계에서 용인되는 수준’이라 평가받는 이들 케이스가 명백하게 표절인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 모든 사람은 자신이 짓지 않은 글 어귀들이 들어간 상태로 그 글을 자신이 지은 양 하여 논문 심사 위원들에게 이 정도면 석, 박사 학위를 받을만하다 하는 평가 결과를 받는데 충분히 활용되었고 그에 따라 학위를 수여받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4.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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