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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Oct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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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구동계 전자화 터닝 포인트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실수를 하고 배우는 건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창 시절의 몫이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월급을 받고 다니는 직장생활에선 배워야 할 게 아니고 실수를 최소화하고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신차만 출시되면 여기저기서 그것도 차라고 만들었냐 하며 여기저기서 까이기는 게 일상다반사였던 현대기아차에도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차량 전자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구동계의 전자화', 즉, '전동화' 모델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와 연계된 클린 디젤 게이트도 거기에 한몫 거들어 시대의 대세로 가고 있다.


기실, 현대기아차의 그간 신차 개발 로드맵은 TMC를 그대로 추종하는 수준일 때도 있었다. 지금은 계열사로 옮긴 미래형 자동차 쪽 핵심 임원 하나가 십수 년 전에 여기저기 발표하고 다니던 현대기아차 신차 개발 로드맵이 사실 TMC 것을 그대로 옮긴 수준일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간의 추종은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다. 어느 규모 이상의 자동차 제작사 중 xEV 계열로 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그리고 수소연료전지 전기차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는 TMC 말고는 현대기아차 정도가 눈에 띌 정도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아주 잘해온 편이긴 하지만, 이젠 점점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 볼 수 있다. 그동안 잘해왔다 해서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그 길인 건 아니다.


한두 해 전 현대기아차의 구동계 전자화 전략에 관해 모 컨설팅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문을 준 적이 있었다. 상품기획 측면의 자료 중심을 보여주길래, '그건 됐고 다른 이야기합시다' 하며 건네준 이야기의 골자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배터리 내재화와 배터리 관련 팀 상황에 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차량 전동화된 차량은 기술 발전이 빨라 한두 해 만에 한물 간 차 취급받을 수 있어 차를 자주 바꾸지 않는 계층 타깃은 부적합하다. 또, 매니악하거나 차를 자주 바꾸는 이들은 차량 전 동화된 차량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쉽게 차를 방출하기도 한다. 외려, 이런 이들에게 차량 전동화된 차량이 적합하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제네시스' 같은 급의 차량 전동화(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모두)가 시급하다가 현대기아차 현황에 맞는 전략이다라고 정리해 준 바 있다. 이 자문의 결과일지, 이미 계획된 로드맵일지 몰라도, 얼마 후 '제네시스'급 배터리 전기차 출시가 계획되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게 되었다. 거시적인 로드맵은 이제야 본 궤도에 올랐다 평할 수 있겠지만, 최근 코나, 니로 일렉트릭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며 그 원인 중 하나가 '배터리 수급 문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처럼 실수를 통해 배우고 본 궤도에 오르는 학습의 과정을 잘 거치며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잘 헤쳐왔다. 1회 충전 300 km 주행 가능 배터리 전기차로 코나, 니로 일렉트릭이 GM Bolt보다 호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배터리 수급 등의 문제로 적시에 차량이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만의 독자적 로드맵으로 가는데 있어 점검과 수정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할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배터리 로드맵'을 전체적으로 '혁신해야 할 상황'에 왔지 않나 싶다.


지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짧게 정리해보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함을 명심하고 가야 한다.

먼저, '전고상 이차전지', '메탈(징크, 리튬 등) 에어 이차전지', '플렉시블 전지', '리튬 금속 이차전지', '리튬 커패시터', '1분 만에 충전되는 슈퍼 전지' 등으로 대별되는 것이 미래형 이차전지라는 착각은 먼저 버려야 한다. 국가 R&D에서 큰 규모로 지원받았다 해서 그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 기술들은 현대기아차가 존속하는 동안은 양산되지 못할 거라 보인다. 여전히 미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계열이며, 이와 경쟁할 수 있는 신형 이차전지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나올 가능성도 낮다. 아직은 '리튬이온 이차전지'로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때이다.


'현대기아차 배터리 로드맵'에서 배터리 수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해 훨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테슬라만 하더라도 배터리 수급을 파나소닉과의 조인트 벤처 형태로 시작해 내재화의 상징인 기가 팩토리를 열기 전에 소량 판매로도 존재감을 내보일 수 있는 로드스터, S와 X로 가다가 배터리 수급 로드맵에 자신이 붙어 가속화되는 시기에 3와 세미, 그리고 신형 로드스터에 이어 Y와 픽업트럭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전기차 제작사들도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내재화의 키를 쥐고 있는 회사들이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내재화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내 역량의 한계도 문제지만, 배터리 공급사들의 몽니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가 사내 역량 등의 문제로 어렵다면, 고육지책으로 '멀티 벤터 수급' 전략을 중대형 파우치형, 각형과 소형 원통형 전지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공용 배터리 플랫폼' 쪽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구동계 전자화의 터닝포인트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이미 좀 늦었다 볼 수도 있다. 늦었다 생각한다면, 좀 더 과감한 전략 구사도 필요한 때이다. 배터리 쪽은 우수 인재가 많지 않은 편임을 감안하고서라도, 끈기 있게 조직의 재구조화와 '현대기아차 배터리 로드맵'의 혁신으로 난관을 잘 헤쳐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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