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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W Apr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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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배터리 안전인증이 만들어지기 전에 생긴 일

2000년대 초반, 그때도 휴대전화 배터리 발화 사고로 여론이 비등하던 때였었다. 그 당시 사고로 관련 부처는 어수선했고 언론도 낯선 사고로 인해 웅성거리던 때로 기억한다. 그 휴대전화 배터리 발화 사고는 '단발성' 사고로 결론이 난 터라 한숨 돌리던 차였다. 그때, 낯선 사고 후 사고 재발 방지와 후속 대책 수립을 위해 정모 국장께서 담당과와 필자, 그리고 해당 배터리 제조사 쪽 당연직 격의 김 모 센터장이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회의를 했다.



국장 주재 회의를 마치고 나서 과로 내려와 마무리하던 중에 잠시 화장실 다니러 간 차에 복도에서 '안전 인증'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김모: "박 박사님, 우리로서는 정부에서 배터리 안전 인증 제도를 만들고 싶다 한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 겁니다. 어떻게 만들어도 통과야 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말을 이어 갔다.



김모: "정부 배터리 안전 인증 제도를 통과한 셀이 혹시라도 큰 사고를 일으킨다면 우리로선 정부가 인증을 해준 제품인데 우리 문제가 아니라 할 겁니다. 저기 아래쪽 모 연구원에서 자체 사업으로 인증 제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이미 우린 가장 기본적인 UL 인증과 가장 중요한 제조사 인증을 통과해야 해요. 그냥 정부 배터리 안전 인증은 요식 행위고 절차가 하나 더 늘어 귀찮을 따름일 텐데, 하라면 해야죠. 단, 사고 책임은 정부가 지는 겁니다."



김모: "정부 배터리 안전 인증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무의미할 겁니다."



필자: "네, 정부 배터리 안전 인증이 기업 활동의 면죄부가 되게 할 생각 없고요. 산하기관의 인증과 그 수수료 사업으로 규제가 추가되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인증 사업 자체가 기업 활동을 못 따라갈 거라 무의미할 거라 판단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은 정부 배터리 안전 인증 제도 도입 반대할 겁니다."



대략 13~14년 전에 이런 맥락의 사건이 있었고, 당시에도 국가기술표준원은 배터리 안전인증을 도입하려 하였고 필자는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가 2003년 12월경 모 전문 일간지에 나왔었다.



그리고, 10년을 훌쩍 넘겨 리튬이온 이차전지 역사상 최악이라 평할 수 있는 갤럭시 노트 7 이상 발화 사태가 일어났다. 최악의 사건이다 보니 결국 과거에 우려했던 일이 예언이 실현되듯 하나씩 일어나고 있다.



2월 22일 자 삼성전자 뉴스룸의 '삼성전자가 배터리 불량을 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바로잡습니다'란 해명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갤럭시 노트7 배터리의 규격과 안전성은 지난해 5월 30일 한국산업기술 시험원(KTL)에서 인증받은 데 이어 국가별 순차적 승인도 완료했습니다."



자신들은 그런 의도로 이 문구를 넣었지 않았고 독자나 언론들의 곡해라고 주장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함을 두고서라도,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정부 배터리 안전인증 도입은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기업의 면죄부로 전락할 우려를 그대로 입증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유섭 의원실이 낸 기술 자료는 갤럭시 노트 7 이상 발화의 원인이 '우연찮은 배터리 제조사 각각의 다른 배터리 불량 문제'라는 억지스러운 삼성전자 해명이 불러온 '맞춤형 제보'라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삼성전자 뉴스룸의 기술적 해명은 틀렸다고 보면 된다. 정 의원실 기술 자료의 '코너 눈썹' 부분은 정확히 삼성전자가 주장한 발화 원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정확히 지적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코너 눈썹 부분이 눌리는 이유에 관해 전혀 이해 못하고 있다 평할 수 있다. 만일, 삼성전자 등이 이상 발화 재연 시도에 실패하여 사고 재현하지 못했음을 깔끔하게 인정하였다면, 정유섭 의원실이 낸 기술 자료의 자체 인증 완화 내지는 미반영은 본 사건과 무관하다 할 수 있다.



필자가 2004년에 모 전문 일간지에 투고했던 칼럼의 일부를 재인용해보자면,



"먼저 휴대폰·노트북·디지털 스틸 카메라 등에 쓰이는 전지의 대부분은 이차 전지중에서 리튬이온 이차전지라고 분류되는 것이다. 이 전지가 사용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인명 사고의 대표적인 형태는 '발화(Fire)'와 '폭발(Explosion)'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지만 '발화'도 사용자 입장에선 '폭발'로 인지될 수도 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까닭은 단순하게 구분한다면 다음과 같이 3가지가 대표적이다.



우선 정품이 아닌 비품의 경우다. 세트 업체에서 승인하지 않은 제품으로 모델 자체가 하자가 있고 생산도 조악하게 이뤄진다. 동남아 등지에서 일어난 사건 대부분이 이 유형에 주로 속한다. 둘째 불량품이다. 정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설계상 혹은 품질 관리상의 하자로 동일 모델이라 하더라도 생산지에 따라 달라지며 일본 업체의 중국 생산기지 등에서 생산된 롯트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모두 소위 리콜 대상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사용자 과실이나 고의적 파손이다. 휴대폰의 전지팩은 충전 상태에서 고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으므로 사용자 과실이나 고의적 파손 등의 행위로 어쩔 수 없이 '발화' 혹은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사용자 과실은 정해진 사용법을 숙지하고 지킨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형태의 사고이며 고의적 파손은 최근 들어 종종 일어나고 있는 사고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오래전에 쓴 글이지만 오늘날에도 그대로 맞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문제로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 3가지 사례 중 두 번째의 단순 '불량품'으로 간주하고 접근하는 바람에 불씨는 꺼지지 않고 계속 불을 내고 있다.



애초에 과거부터 있어 온 단발성 사건 원인을 엉뚱하게 전대미문의 사태 원인으로 몰아간 게 잘못 꿴 첫 단추인 셈이다. 그 여파가 계속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다 삼성전자가 자신들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다. 그냥 모든 혼란은 삼성전자 탓이니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덧붙여, 정부 배터리 안전인증을 면죄부로 활용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기업이 정부 배터리 안전인증이 이렇게 악용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2.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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