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공기청정기
미세먼지는 점점 심해지고,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미세먼지 협약이나 공동연구는 요원하다. 거기에 더해 국가 배경 농도 측정에 오랫동안 장비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보도됐다. 요즘 들어 대기 정체가 더 심한 탓에 ‘희석 효과’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다른 칼럼에 ‘미세먼지를 잡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고 했지만, 이번 ‘장미 대선’에선 포기해야 할 듯싶다. 공약인지 사약인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모 후보는 국정 책임에 있어 전문 분야의 깊은 이해를 상징하는 ‘용어’ 중요성을 완전히 망각한 채 사람들이 비속어 마냥 쓰는 단어로 설화를 맞고 있다. ICT, 과학기술, 에너지 쪽 용어 사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를 공식적으로 미세먼지; 부유먼지 등으로 용어 개정을 한 바, 용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세먼지 완화를 위해 중국과 협상은 진즉에 물 건너갔고, 제대로 된 실시간 관측은 이미 각지에 설치되어 있지만 확충과 함께 주기적인 검교정을 통해 측정 데이터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애꿎은 디젤과 고등어 탓을 하지 말고 미세먼지 기원에 관해 체계적으로 전국적인 기초 연구가 쌓여 국가 통계로 쌓여야 한다. 하지만, 이게 아주 잘 굴러간다 하더라도 3, 4년 안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역설적으로 이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을 방치한 게 이전 정부들의 무능이었다 할 수 있다. 특히, 고위공무원의 무능을 방치한 것은 분명히 정권의 책임이다.
그렇다 해서 우리가 주저앉아 무작정 국가가 해주길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공기청정기’다. 국가가 뭘 해주길 기다리기에 우리 폐와 기도는 이미 지쳤다. 좀 더 편하게 호흡하고 싶을 뿐이다. 공기청정기 제품이야 참으로 다양하고 갖은 IT 매체와 블로그에 협찬 리뷰가 넘쳐나는 지라 필자가 굳이 리뷰를 할 일은 없다. 다만, ‘공기청정기’라는 거로 뭘 할지와 오용 사례를 좀 이야기해보자.
공기청정기 미션을 단순화하여(쉽게 가 아니다) 설명하면, 설치된 실내 공기 청정도를 센싱 하고, 청정기에 달린 팬을 기동시 켜 방의 내기 강제 순환을 일으킨다. 그렇게 만든 공기 흐름이 팬 주변에 장착된 필터와 만나 공기 흐름 중의 먼지들이 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다음과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은 것이 ‘공기청정기 가동’ 일 리 없다. 제일 좋은 것은 대기 흐름이 괜찮을 때 창을 열어 ‘환기’시키는 것이다. ‘공기청정기 가동’은 언제나 차선책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공기청정기의 성능 중 잡을 수 있는 먼지 크기와 양은 필터 스펙에 따르고, 포집 속도는 팬과 필터 스펙 모두에 의존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환기시키며 공기청정기를 가동한다는 것은 필터 수명을 줄일 우려도 있다.
공기청정기는 그 공간 안에 있는 모든 먼지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만일 이게 가능하다면 바닥 먼지도 공기청정기가 빨아올려 잡을 수 있다는 궤변이 된다.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부유먼지 쪽을 잡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공기청정기 틀어놨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하는 게, 필터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필터는 대부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교체하여야 한다. 관리되지 않은 필터의 공기청정기는 안 쓰느니만 못하다. 필터의 포집 능력이 이미 망실되었을 뿐 아니라, 필터를 통과한 내기가 아니라 ‘먼지를 통과한 내기’는 절대 청정한 공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잘못 관리된 ‘초음파 가습기’가 가져온 참상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공기청정기는 설사 그럴 일이 없다 하더라도, 안 쓰느니만 못한 일은 없도록 하자.
무능한 이번 대통령으로 인해 다음 대통령의 유능함이 절실하게 됐다. ‘공공에 있어 무능이 가져오는 폐해는 부패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무능이 곧 부패다’
미세먼지를 잡는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 각자 공기청정기를 잘 관리하여 각자도생을 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