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생각하는 경제가 경제민주화, 소비자부가 필요
아침에 일어나 밤새 사건 사고를 웹에서 둘러보다가, 갤럭시 노트7에 관한 눈에 띄는 소식 2건을 보게 되었다.
하나는 피해를 주장한 소비자 권익 소송에 관한 기사였는데, 갤럭시 노트7 이상 발화 사건으로 피해를 봤다 주장하는 소비자 몇 분이 모여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비자 권익 소송을 걸었고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가 ‘충전율 0% 제한’ 조처로 시장에 깔려 있는 갤럭시 노트 7 잔여분 회수를 시도한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시장에 깔린 문제의 갤럭시 노트7 2가지 버전은 조만간에 다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비자 소송은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과 ‘블랙 컨슈머’로 대우한 것에 관해 개선 요청도 들어갔으나 대부분 내용이 삼성전자 법률대리인에 의해 부정된 상황이다. 그리고 그간의 소비자 권익 소송의 구조를 보았을 때, 갤럭시 노트 7 소비자 권익 소송은 승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클리앙이나 뽐뿌 등 같은 IT 관련 웹 커뮤니티 시선도 차갑기만 하다. 그럼에도 예민한 극소수 의견일 거라 삼성전자는 간주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측에서는 참고만 하고 별다른 조처가 나오진 않을 거라 관측된다.
소비자 권익 소송 등에서도 드러났듯, 삼성전자와 기표원은 이상 발화 원인 규명에 사실상 실패했다. 그 보고서들은 소송에 참여한 피해 소비자들 제품 발화 원인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지루한 법적 공방은 계속될 것이지만, 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지만 소비자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왜냐하면 법정의란 게 진실규명과 엇나간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제품이 곧 출시되는 마당에 소비자 소송이 막 시작되어 본 궤도에 오른다는 게 생산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일어난 일은 전대미문의 사고였지만, 삼성전자 측이 내린 결론은 통상적인 배터리 불량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참으로 이상한 결론이다. 왜냐하면, 그런 통상적인 배터리 불량이 시한폭탄형 집중 발화를 야기한 전례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들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시작되었다. 이 소비자 소송은 향후 갤럭시 노트7 관련 또 다른 법적 분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측도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게 이해는 간다.
물러서면 벼랑이라 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이겠지만, 사실은 바닥이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닐까도 싶다.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하여 피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보인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첨예한 대립을 보고 있자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서로가 '자기가 왕'이라 생각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듯 싶다.
이게 다 ‘소비자는 왕’이란 이상한 패러다임이 오래 유통된 탓이 아닌가도 싶다. 실상은 소비자가 왕일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이다. 갤럭시 노트7 이상 발화뿐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분쟁의 많은 경우에도 ‘소비자는 왕’이란 망상에 빠져 나대다가 ‘폐위’되는 ‘무늬만 왕’들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물론 진짜 억울한 소비자도 있었지만, 제법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분쟁에 '블랙 컨슈머'들이 간혹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생산자 입장도 이해되는 바이다. 그리고 ‘무늬만 왕인 힘없는 권세’ 임을 이제 받아들이고 허세에 빠지게 하는 홍보에 놀아나는 일도 줄어들었으면 한다.
정부 조직도를 보더라도 '생산자부'에 해당하는 산업부는 있지만 소비자부는 없다. 그냥 소비자원이 있을 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일어나면, 우리나라 법에서는 소비자는 영원한 약자일 뿐이다. 심지어, 모든 입증 책임도 소비자들에게 있다. 설령, 소비자들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생산자와 소송을 하려 해도, 전문가 상당수는 생산자들과 국가 R&D 등으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앞잡이 역할을 하는 교수들과 관료, 그리고 연구원들이 있었다.
소비자가 생산자보다 보호받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의 상황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보다 극명하게 대립된다.
필자의 치기 어린 발상임을 전제하고서라도, 소비자 권익이 이렇게 바닥을 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17년 보궐 대선에 즈음하여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산업부가 아니라 외려 소비자부가 아닐까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정치인들이 없다는 것도 안타까울 뿐이다.
03.18,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