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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05. 2020

어서와! 팀장은 처음이지?

김 차장님! 아니 이제 김 팀장님이네요!  축하합니다.

며칠 전 많이 흥분되었으면서도 애써 절제하려는 목소리로 말하는 팀장님의 모습에 저도 많이 떨렸습니다. 

선배들이 너무 많아서 퇴직할 때까지는 팀장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걱정하던 것이 불과 5년 전인데

이제 어엿한 팀장이 되었다니 참으로 반갑고 많이 축하합니다.


팀장이 된 본인에게 꼭 좋은 조언 하나만 해달라고 전화 마지막에 부탁한 것이 기억나서

이렇게 오랜만에 김 팀장님께 메일을 보냅니다.

이 말은 김 팀장뿐 아니라 리더가 처음 되는 사람들에게 항상 제가 하는 이야기랍니다.


김 팀장님!

팀장과 팀원은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뭐가 다를까요?

교육현장에서 제가 가끔씩 물어보면 책임감이요,, 권한이요.. 퇴근시간이요.. 업무방향이요  등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본질적 측면의 이야기들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본질적 측면에서 팀장과 팀원의 차이는 이것입니다.


“팀원은 자신의 일을 잘하는 것이고 팀장은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차이를 세상의 많은 팀장들이 너무 모르고 있고요, 이 차이를 모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첫째! 본질을 모르는 팀장은 자신의 일을 착각합니다.


팀원 때는 열심히 주어진 기한 내에 내가 할 아웃풋을 잘 만들어서 결재받고 실행하면 되는 것이지만

팀장의 일은 나의 팀원이 아웃풋을 잘 만들어 결재받고 실행하도록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팀장은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하죠..  


팀원이 혹시 사고 치면 수습해야 하고, 다른 팀원과 갈등 생기면 풀어줘야 하고,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는 같이 알아봐 주고, 결정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같이 폭탄도 맞고, 회사 그만두겠다는 팀원 있으면 저녁에 같이 술 먹으면서 말려야 하고, 본부장, 임원들에게 우리 팀원 승진시키려고 가서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

이게 팀장의 본연의 일이죠..

그런데 가끔 한심한 팀장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팀원이 사고 쳐서 그것을 수습한 다음에..

" 야! 네가 사고 쳐서 그거 수습하느라고 내 할 일을 못했잖아!"

사실 그게 그 팀장의 가장 중요한 일인데 말이죠..

둘째! 일 못하는 팀원을 이해 못 합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될까요? 일을 못하는 사람이 팀장이 될까요?

당연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요? 그렇죠! 바로 일을 못하는 팀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김대리! 몇 년 차인데 아직도 그 간단한 보고서를 못써?"

"강 과장! 아직도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  아직까지 이 프로그램을 못 다루면 어떻게 해!"

마치 류현진 선수가 우리나라 프로 2군 투수에게 말하는 거야.. " 넌  어떻게 아직도 한게임에 볼넷을 2개씩 주냐?"


그래도 어디선가 팀장 교육도 좀 받았고. 팀장이 잘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듣다 보니 잘 모르는 팀원에게 업무를 가르칩니다.

근데 팀원들이 쉽게 이해를 못 하죠.. 이해한다고 해도 쉽게 업무에 적용하기 힘들죠.. 이때 팀장은 가르쳤으면 기다리면서 지켜봐 주고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대부분 팀장들은 그걸 또 못 참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성질내면서 말하죠

" 비켜봐.. 내가 할게!"

셋째! 그럼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럼 이쯤에서 본질적인 질문 하나 다시 할게요..  

왜 우리 조직에는 팀장이 있고 팀원이 있을까요? 그리고 팀장은 왜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 된 걸까요? 간단합니다. 그게 가장 조직이 성과를 내는데 적합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죠

 팀장을 뽑고 팀원을 구성해서 조직화하고, 팀을 평가해서, 인센티브 주고.. 이것이 조직성과를 창출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거죠


그럼 이렇게 효과적으로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들기 위해, 즉 팀장이 팀원이 일을 잘하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팀원들이 팀장을 좋아하면 됩니다. 팀장을 좋아해야 일을 잘하고 성과를 냅니다.

생각해보세요.. 김 팀장이 팀원 시절에 좋아하는 팀장하고 일할 때 어땠어요? 그 팀장이 뭐라 안 해도 열심히 했을 거 아닙니까?


그럼 팀원이 팀장을 좋아하게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게 뭘까요?

호감도가 높이려면 가장 좋은 조건 중의 하나가 공통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사람을 처음 만나면 물어보지요.

집이 어디예요? 고향은요? 학교는? 혹시 누구 아세요?  그러다가 공통점이 발견되면 되게 반갑잖아요..

그런데 이러한 공통점 중 가장 호감을 높이는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싫어하는 사람이 같으면 됩니다. 우리는 같이 누군가를 함께 욕할 때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높아지죠.. 그래서 팀원이 팀장을 좋아하게 하려면 팀장이 팀원과 함께 팀원이 싫어하는 사람을 같이 씹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주변을 보면 판사 같은 팀장님들이 많습니다.  자기 팀원이 옆 팀 팀원과 싸우면 부릅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A 네가 35% 잘못했고 B 너는 65% 잘못했어.. 그러니 B가 두 번 사과하고 A는 한번 사고하면 되겠다"

정말 한심한 팀장이죠..


우리 팀원이 어디 가서 싸우면 무조건 편을 들어줘야 합니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일단

"최 대리! 괜찮아? 아이. 그 자식이 감히 최 대리에게 까부는 거야? 거 이상한 녀석일세.. 내가 그 친구 한번 혼내 줄까?"

그래야 팀원이 팀장을 좋아하죠.. 아. 우리 편이구나..

전 아직까지 아내의 회사 상사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우리 집에서는 가장 나쁜 사람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아내가 집에서 회사 이야기할 때마다 난 그냥 같이 씹거든요.. 누군지 모르지만 와이프가 날 좋아하게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닐까요? 그래야 우리 집이 평안하죠..

 김 팀장! 저는 김 팀장님이 모든 팀원들이 좋아하는 팀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팀장 승진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하는 이 이야기를 팀장 생활할 때 작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월급쟁이 친구.. 당신의 승진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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