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던 조용한 친구. 그런데 10년 뒤, 학원 강사로 성공해 입시 시장을 장악하고,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며 스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원래 외향적이었던 걸까? 아니면, 성격이 변한 것일까?
흔히 우리는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말한다.
성격은 바뀔 수 있다. 단, 모든 성격이 바뀌는 건 아니며, 그 변화의 방식은 꽤 복잡하다.
만약 지금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바꾸고 싶다면? 단언컨대, 바꿀 수 있다.
이건 단순한 희망 메시지가 아니다. 조직 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전략을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심리학적 답을 찾아본다.
성격은 어떤 조건에서 바뀔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은 바뀌고, 어떤 부분은 바뀌지 않을까?
이러한 성격 변화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 브라이언 리틀은 성격을 세 가지로 나눈다.
생물학적 성격
사회적 성격
특수근원적 성격
김대리는 선천적으로 내향적이다. 조용하고, 혼자 사색하는 걸 좋아하며, 발표하라고 하면 긴장감에 인사도 제대로 못 한다. 이건 신경생리학적 수준에서 타고난 내향성, 즉 생물학적 성격이다. 거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회사에 입사한 이후 김대리는 사회적 기대를 마주한다. 회사는 대체로 활발하고, 타인과 네트워크를 맺는 사람을 원한다. 이런 규범은 김대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건 사회적 성격이다. 김대리는 이에 맞춰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지만, 원래 내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김대리는 자신이 맡은 제품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이 제품을 통해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목표는 김대리를 일시적으로 외향적인 모습으로 바꾸게 만든다. 그는 스스로 영업에 나서고, 사람들을 찾아가 제품을 소개하며 말을 많이 한다.
이때 발휘된 성격이 바로 특수근원적 성격이다. 그리고 이 행동을 가능하게 한 힘은 바로 **자유특성(free trait)**이다.
자유특성이란, 자신이 원래 가진 성격과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의지적 성향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시적 노력이다. 시간이 지나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 그래서 김대리는 업무에 몰입해서 외향성을 보인 이후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회복틈새 활동을 한다.
이렇게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업무에 임한다.
요약하면, 성격은 전체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중요한 목표가 생기면 일부 특성을 조절해 행동할 수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자유특성과 회복틈새 활동의 균형이다.
조직심리학자 로버트 호건은 성격을 **정체성(identity)**과 **평판(reputation)**으로 나눈다.
정체성: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평판: 남들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놀랍게도 사회와 조직은 정체성보다 평판으로 나를 평가한다.
이 과장은 스스로를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료들은 말한다.
"쟤는 말이 너무 직설적이야. 공격적으로 느껴져."
여기서 정체성과 평판 사이의 간극이 생긴다. 이 과장이 계속 자신의 방식만 고수한다면, 갈등과 소외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피드백을 수용하고 표현 방식을 조금 부드럽게 바꾼다면? 관계도 좋아지고, 오해도 줄어들 것이다. 이건 성격의 행동 수준에서 조정 가능한 변화다.
이 변화는 단순히 좋은 관계를 위한 게 아니다. 평판은 기회와 성취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내가 가진 성격을 더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커리어에도 유리하다.
요약하면, 우리는 내 정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를 점검하고, 이를 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인 자기표현 전략이다. 이것은 나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나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성격 변화는 가능하지만 복잡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자신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의 성격을 종종 잘못 알고 있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윤 과장은 스스로를 활발하고 주도적인 리더형으로 여겨왔다. 신입 시절부터 회식에서 중심에 있었고, 발표도 자주 맡았다. 상사에게 리더십 잠재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래서 팀장이 되기 위해 리더십 교육에도 적극 참여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문제가 생겼다. 팀원들과의 소통이 잘 안 되고, 동료들은 그가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상사는 말했다.
"윤 과장, 팀원들과 함께 일할 때 당신 스타일이 독단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당황한 윤 과장은 자신이 오해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피드백에 성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내 HR 부서의 권유로 CARAT 성격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윤 과장은 외향형이 아닌, 과업 중심의 독립적 성향이었다. 대인 관계보다는 개인 집중 과업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타입이었다.
윤 과장은 방향을 전환했다. 팀장이 아닌 전략기획 파트로 옮겨 캠페인 기획과 데이터 분석 업무에 집중했다. 혼자 기획서를 설득력 있게 작성하는 능력을 인정받았고, 사내 공모전에서도 수상했다.
이 사례는 말한다. 자기 성격에 대한 직관은 종종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자기 방어가 강하거나 자기표현이 활발한 사람일수록 편향에 취약하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적이고 검증된 도구로 성격을 측정해야 한다.
대표적인 도구:
Big Five 검사 (성실성, 외향성, 신경성 등)
CARAT 진단 검사 (티머시 져지의 Core self evaluation의 한국형 버전)
Hogan HPI/HDS
MBTI (선호 경향 파악용)
MBTI는 비판도 있지만, 개인 선호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요약하면, 자아성찰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확한 도구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자기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성격은 변한다. 하지만 복잡하게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목표가 있다면 자유특성을 통해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평판을 점검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측정과 해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성격 변화는 "내가 바뀐다"보다 "내가 더 잘 작동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직과 사회에서 더 나은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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