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철우 Mar 10. 2021

당신이 꿈꾸는 행복은 모두 착각이다

토요 심리학시즌1

 “왜 사세요?”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하면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약 90%의 맥락은

 “행복하려고요”라는 대답의 언저리에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요?”

  질문에는 너무도 다양한 수십 가지의 견해들이 나오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미래에 이렇게 되면 굉장히 좋은 감정을 느끼면서 즐거울 것이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으로 상상의 감정을 예측하고 그렇게 되기 지금 뭘 해야겠다는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꿈꾼다. 그리고 그렇게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생각하는 그 행복이,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전혀 그렇지 않고, 당신의 상상은 매우 체계적인 오류로 발생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라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처럼 살게 될까?    

 

토요 심리학회 여섯 번째 학습도서는

행복은 예측하지 못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온다는 의미와,

일상을 즐기면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두 가지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면서 현재 당신이 상상하는 행복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깨우치게 해 준

대니얼 길버트의 2006년 역작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였다.     


이슈 1. 인간만이 미래의 행복을 상상 하지만 그것은 모두 착각이다.     


 이 책은 인간만이 다른 짐승이나 동물과 달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상상한다는 아주 정확하면서도 의미 있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상상을 할까?

전두엽이 이렇게 하면 미래에 행복할 거야 라고 상상하는 이유는 그게 행복하고 기쁘기 때문이고, 불안한 미래에 예측하여 대비할 수 있으며, 경험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상상은 잘못되었다.

인간이 측정하고 예측한 행복은 맞지 않다. 이는 총체적인 착각이다.

당신이 예측하는 미래, 기억하는 과거, 적용하는 현실은 모두 실제와 다르다.

과거를 잘못 기억하고, 현재를 잘못 지각해서, 미래를 잘못 상상한다. 그리고 이는 체계적이고 아주 논리적인 착각이다.

                    


이슈 2. 우리는 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

    

 행복은 학문적으로 주관적인 감정, 도덕적인 가치,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행복감 등 다양하게 논의되지만 길버트는 그 행복의 개념을 오직 주관적인 감정 상태를 통해 쾌(快)를 느끼는 것에 한정한다.

그렇다면 주관적인 감정이 가진 문제점은 항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먼저 측정 도구의 문제이다.

주관적 감정의 측정 도구는 대부분 자기 보고이다.

그런데 이 자기 보고에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고 또한 각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주관적 감정은 언어 축소나 경험 확장의 가설로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측정할 수 없다면 과학적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심리학의 대명제에 따르기 위해 길버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대수의 법칙에 따라 그 모수를 늘려서 많이 측정하면 적절한 값을 찾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를 항상 경계하면서 모수를 늘리면 행복에 대해 측정할 수 있다.  

         


이슈 3. 현실주의에 따라 우리는 미래를 착각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대부분 틀린 이유 첫 번째는 미래를 예측하는 근거가 되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재에 대한 지각이 모두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는 과거의 기억에 대해서 없는 데 있다고 착각을 한다.  


다음의 단어를 보자

“침대, 휴식, 깨어있는, 피곤함, 꿈, 담요, 졸기, 낮잠, 코콜기, 하품”

이 열 가지 단어를 이제 가려보자, 그리고 다음의 단어 중 목록에 없던 것을 찾아보자     


“침대, 졸기, 잠자기, 가솔린”

아마 당연히 가솔린을 고를 것이다. 그런데 잠자기는 어떨까? 아마 대부분 있었다고 생각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분명히 없다. 잠자기라는 단어는 유사성으로 인해 채워 넣어진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현상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범주화를 통해 없는 것을 채워 넣으면서 기억을 구조화한다.

 이는 우리의 뇌가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때문이다.  

효율적인 뇌 사용은 이처럼 범주화의 오류를 범하게 한다.

 

두 번째 없는 것을 채워 넣은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있는데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고 이는 프레임 때문이다.

어떠한 프레임으로 상황을 정리하면 그 이외의 것, 프레임을 벗어난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A는 친구들과 B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는데 B가 나타났다. 그것을 보고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지난번에 B에 대해서 말할 때도 B가 왔었어” 한다.

그런데 이는 전형적인 A의 착각이다.

A는 B에 대해 이야기 안 하고 있을 때도 B가 온 적이 있었다.

또 B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B가 전혀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런데 오직 A는 B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B가 왔던 사건만 기억하면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한다. 이는 감각을 통해 경험한 것만 기억하고 그 이외의 것은 분명히 있었음에도 생략하는 기억의 착각이다.     


     

4. 현재 주의에 따라 우리는 미래를 착각한다.     


 “당신이 5년 후 아내가 죽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슬플까요?”

라고 물어보면 사람들의 예측 방식은 이렇다. 일단 지금 아내가 죽는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 우리의 느낌을 5년 후로 조정한다. 그리고 그때의 슬픔이 어느 정도 일지 상상한다. (과거를 기억할 때도 유사한 패턴이다.)     


이러한 전략은 필연적으로 큰 오류를 저지른다. 바로 앵커링 앤드 조정이다.(Anchoring and adjusting heuristic)

우리는 초기값의 앵커링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지금 아내가 죽는다고 상상할 때 그 감정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5년 후 미래로 조정하지만 인지적 구두쇠다 보니 조정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와 기억하는 과거는 모두 대부분 현재를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은... 시간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마치 공간처럼 상상한다.

현재를 통해서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성 때문에

현재 생각하고, 말하고 행하는 것을 가지고 과거에도 그랬다고 오류를 범하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한다. 모두 오류이다.      

우리가 범하는 현재 주의에서 또 하나의 오류는 과거와의 비교이다.

현재의 다른 대안과 비교해야 하는데 자신의 과거와만 비교한다.

자신의 과거와만 비교해서 이만큼 더 좋다고 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또한 미래에 우리가 하게 될 비교와 현재 하는 비교가 항상 같지는 않기 때문에 미래의 우리 감정이 현재의 감정과 다를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과거와 비교가 더 쉬운 이유는 과거는 내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다. 이미 해봤기 때문이다. 가용성 휴리스틱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대안과 비교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다른 대안은 다른 체계를 작동시킨다. 이는 논리적 비교를 해야 하는 다른 체계이다. 그래서 다른 대안보다는 과거와 비교하는 것이다.   

    

이슈 5. 인간은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 의해 합리화하면서 착각한다.    

  

 우리는 모호한 자극과 경험이 주어 졌을 때 보통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하고 이후 그것을 합리화시킨다. 모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선택의 기준은 맥락, 빈도, 최신성 그리고 이 세 가지 보다 더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욕망과 욕구가 있다.

 이에 따라 긍정적 면을 찾아내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직하고, 유리한 사실만 수집하며(선택적 수집),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딴죽을 건다.

 객관적인 자극조차도 내가 가진 의도 욕구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왜 그럴까?

 이는 우리의 삶이 명백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낙관적인 환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즉 현실과 착각 가운데 어느 하나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

 세상 속에 직접 뛰어들어 살아야 하기에 세상을 정확하게 보면서도, 하기 싫은 일도 동기부여해서 해야 하기에 사물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힘도 필요하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심리적 면역체계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심리적 면역체계의 기본기 제로 최악의 상황에서 사실을 조작하고 비난의 대상을 바꾸는 방법으로 우리로 하여금 긍정적 관점을 유지하게 한다.     


 이를 작동시키는 요인이 있는데

먼저 부정적 강도(intensity)가 강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아주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긍정적 관점을 지닐 수 있지만, 조금 나쁜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해병대의 가입교가 그렇게 심한 것도 극심한 고통이 방어체계를 작동시켜, 즉시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     


두 번째는 불가피성 요인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상황보다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심리적 면역체계가 작동한다.  그래서 면접 보는 구직자의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은 이미 직원이 된 사원들에게 쉽게 통용되고, 절대 연예시절 하지 않았던 배우자의 행동이 지금 집에서 마구 실행되어도 그저 그런가 보다 이해하는 것이다.

 선택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마음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그것을 더 좋아하게 된다.    


                      

이슈 6. 그럼 대안을 제시하면..     


 대부분 심리학자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도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아쉽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먼저 우리는 항상 착각하고 있으니 그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수많은 실수는 내가 지금 착각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감정에 의한 판단보다는 이미 경험을 한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내가 예상하는 시뮬레이션은 실제로 잘못될 확률이 높으니 이미 경험한 사람에게, 대수의 법칙에 따라 많은 사람에게 물어봐서 반복된 실수를 수정하고 고쳐야 한다고 한다.       

   

처음 이 책을 단순히 행복에 대한 내용으로 생각해 마음에 위로를 좀 받아야겠다고 펼쳤다가 제목에 속았다는 생각에 많은 후회를 했었고, 이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여러 차례 들여다보다가, 볼수록 안에 있는 실험 내용과 작가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아 요즘은 읽을 때마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당신도 행복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꼭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어쩌면 매우 큰 착각에 빠진 잘못된 생각일 수 있음을.. 그리고 수정하고 고쳐라.. 그래도 착각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이미 비틀거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