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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Mar 22. 2021

"다 잘될 거야"는 주변의 격려가 불편한 당신에게"

토요 심리학시즌 1.

  

강의를 하면서 되게 불편할 때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생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면서 실제 말하는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 때이다. 

 괜히 사기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부분은 빼먹거나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얼버무리기도 했는데 오랜 기간 나를  불편하게 했던 Topic은 긍정적 사고를 가지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고, 모든 강사들이 강조하던 긍정적 사고를 가지라는 메시지는 나에게는 정말 불편한 Topic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일을 앞두고 있으면 잘 될 것이라는 긍정보다는 안되면 어떡하지 라는 부담감과 걱정이 더 앞섰다. 

제발 자신감 좀 가지라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지만 천성적으로 그게 잘 안되었다. 특히 긍정적으로 잘 될 것이라 생각하면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고 오히려 엄살떨면서 안되면 어떻게 하지 라고 걱정할 때 결과가 더 좋았다. 이런 징크스 때문인지 더욱더 본능적으로 사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은 더 익숙해졌다.       


이런 상황이 한참 거듭되던 2014년,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 권은 오래도록 느끼게 했던 불편함을 한 방에 해결해준 이론이 있었는데 바로 토리 히긴스라는 사회심리학자가 정리한 Regulatory Focus라는 개념이었고

이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 이번 토요 심리학회 일곱 번째 책으로 선정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였다.


1. 조절 초점 (Regulatory Focus)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는 아주 단순한 관점을 지지했고, 인간의 동기 개념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심리학은 이에 반발하고 싶었다.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한다고? 그렇지 않다. 인간은 경우에 따라 다른 목적을 위해 고통을 수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통을 즐기기도 한다면서 단순하지 않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Focu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Focus는 인간의 동기를 초점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어떤 차이(Gap)가 발생할 때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동기(motivation)가 발생하는데 그 차이는 실제 자아(Real Self)가 이상적 자아(Ideal Self)에 초점을 맞추면 미래에 되고 싶은 목표를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여 즐거움을 추구하는 동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성취지향적 성향에 따른 접근 동기(Promotion)라고 했고,  실제 자아가 당위적 자아(Ought Self)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어 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안전과 안심을 추구하는 동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안정지향적 성향에 따른 회피 동기(Prevention)이라고 했다. 

보통 인간은 둘 중의 하나의 성향을 가지게 되는데 그 원인을 양육방식과 기질에서 찾는다. 

어려서 성공에 대해서는 애정 어린 칭찬을 듬뿍 주고 실패에 대해서는 애정과 관심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양육된 아이들은 목표를 칭찬할 만한 성과를 내는데 인생의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실패에 대해서는 비판이나 처벌을 받지만 성공을 하면 일상이 유지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양육된 아이들은 목표를 부모의 못마땅한 반응을 피하고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게 된다.  

타고난 기질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문화적 환경이 좌우하기도 하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동아시아인 들에 비해 성취지향적 성향이 더 강하고, 반면 동아시아 문화는 상부상조에 중심을 두고 개인보다 집단을 중요시해서 안정지향적 성향이 많다.      


성취지향형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느낄 때 더욱 탄력을 받는다. 낙관론과 자신감이 열정을 높이고 동기와 수행 수준을 치솟게 한다. 반면 안정지향형의 사람들은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방어 태세를 갖춘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동기와 수행 수준을 높여준다.      


나를 오랜 기간 불편하게 만들었던 Topic을 일순한 해결해 준 것은 바로 히긴스의 아래의 문장이었다.     

“ 특히 안정지향적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려면 이들이 전통적인 의미의 비관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실패할 거라고, 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다만 신중을 기하지 않거나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뿐이다. 이를 방어적 비관론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들의 비관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격려의 말은 최소한으로 아껴두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 자부심이 높은 사람에게 비관론은 바로 전략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수십 번을 읽으면서 위로가 되었던 부분이다. 내가 방어적 비관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결코 부정적 사고가 아니라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내게 맞는 전략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후 나는 히긴스 이론의 전도사가 되었다.       


2. 조절 초점의 다른 인간 분류 방법과 차이     


인간을 다양한 측면에서 구별하는 시도는 심리학 분야별로 꾸준히 시도되고 연구되어왔고 그 개념들을 분류해보면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된다.

 ‘외향성(Extraversion)-신경증(Neuroticism)’ , ‘긍정적 사고(Positive)-부정적 사고(Negative)’ 

‘행동 활성화 시스템(BAS-Behavior Activation System)-행동 억제 시스템(BIS-Behavior Inhibition System)’ ‘성취지향(Approach)-안정지향(Avoidance)’ 등 인간을 구별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범용적으로 우리는 외향성, 긍정적 사고, BAS, 성취지향을 유사한 측면으로 묶고, 신경증, 부정적 사고, BIS, 안정지향을 유사하게 묶으면서 양쪽을 대립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이들을 좀 더 세심하고 구별해 보면 ‘성취지향-안정지향’과 ‘외향성과 신경증’은 잘 변하지 않는 기질, 성격적인 측면에서의 개념이고, 긍정적 사고, 부정적 사고 또는 행동 활성화, 행동 억제 등은 인간의 상호관계적 작용에 초점을 맞춘 분류이다.     

 반면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는 환경에 가까운 상황적 개념이다. 즉 사람에 따라 우세하거나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히 있지만 이는 다양한 동기 조작과 환경,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적절하게 변화하여 다른 성향으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그 활용도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고 다양하게 사용될 개념이라 하겠다.       


 더구나 현재의 상황들은 단계별로 다른 성향을 필요로 한다. 

 보통 처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에는 성취지향 중심의 동기와 코칭이 필요하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성공을 계속 유지하는 데에는 안정 중심적 사고와 동기부여가 적절하다.  

 따라서 적절하게 상황에 맞게 조절 초점을 변화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 하겠다.           


3. 상황별 적절한 조절 초점 찾기     


상황에 맞는 조절 초점은 무엇일까? 

또 상황에 맞지 않는 조절 초점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인간이 상황에 따른 해석을 심리적 거리에 따라 다르게 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심리적 거리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해석을 하는가를 명확히 알고, 그 상황에 적절한 조절 초점을 적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 거리에 따른 해석은 시간적, 사회적, 공간적, 경험적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적으로 멀고,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고, 사회적으로 덜 친하고,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추상적 사고를 하게 된다. 큰 그림을 보고, 대안의 타당성, 필요한 이유에 초점을 맞추고, 추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원칙 중심, 성취 지향적 접근 동기가 향상된다.      


 반면 시간적으로 얼마 남지 않고, 공간적으로 가깝고, 사회적으로 친하면서, 경험이 많았던 상황에서 인간은 구체적 사고를 하게 된다. 대안의 실현 가능성, 이행하는 방법을 찾고, 사안의 구체성을 탐색해서 예외의 경우도 따져보며 안정 지향적 회피 동기가 향상된다.     

몇 가지 사례를 말하면 기업의 리더가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화법을 구사할수록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지만 직속상관은 구체적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는 사장님은 비전을 이야기하고 팀장님은 KPI를 챙겨야 하는데 반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댄 에리얼리의 학기말 과제 실험에서 마감기한을 학생들 스스로 정하라고 했을 때 마감기한을 가깝게 정한 학생들의 과제가 다른 학생들보다 우수했다.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계속 지루한 공방전이 지속될 경우 두 시간 내에 무조건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면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해서 상황을 타개한 적도 있고, 팀원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서 회의할 때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팀장에게 앞으로 회의 시에는 의장석이 멀리 떨어져 있는 회의실을 빌려서 공간적 거리가 멀어진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해 보라고 했더니 많이 해결이 되기도 한다.      


최적의 심리적 거리는 정답이 없다. 다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해서 적절한 동기 Fit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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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 초점 이론은 학계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에 침투하여 그 콜라보를 이루고 있다.

3년 전 잡 크래프팅에 대해서 논문을 쓸 때도 이미 접근 잡 크래프팅과 회피 잡 크래프팅의 개념이 들어와서 변혁적 리더십 상황과 거래적 리더십 상황에서의 차이점을 연구했었는데 다양한 학문적 이론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다만 아직 까지는 우리 산업 교육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의 개인적 고민을 해결해준 이론이기도 하고, 자신도 있어서 GAM 컨설팅에서 프로그램화했고 여러 차례 고객사에게 알렸지만 아직 까지 많은 기업에 전파되지 않아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좋은 프로그램은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잘 알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파이팅해본다. 

 그리고 토리 히긴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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