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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Apr 06. 2021

당신이 매일 쓰는 파워포인트가 우주왕복선을 폭발시켰다.

토요 심리학 시즌1.

" 컬럼비아호 우주왕복선의 폭발사고는 파워포인트 때문일까?"

“ 왜 강수량은 비올 확률 50%라고 하고, 태풍은 태풍주의보라 할까?”   

  

 심리학의 여러 가지 매력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일상에 벌어지는 그저 지나치는 현상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지나갔던 현상들이 알고 보면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기가 막힌 설계에 의해서 당신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개입하려 한 의도의 결과물이라는 것에 깜짝 놀라곤 한다.


 ‘내가 스스로 판단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설계에 의한 결과물이었다고?   ’  한편 으로 재미있지만 한편 으로 등골이 오싹하다. 오늘 수많은 고민을 통해 결정한 것이 결국 누군가의 의도의 산물이라고?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작은 피조물에 불구하고 이러한 설계를 하는 존재는 거대한 신(神)이니 그저 순응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설마..

이를 잘 인식하고 이해하여 쉽게 설계자들에게 당하지 말고, 필요에 따라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설계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여태껏 토요 심리학을 진행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번 토요 심리학 시즌1의 여덟 번째 책은 바로 우리가 왜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가를 노리나 허츠라는 경제학자가 인지심리학 관점을 가져다가 다양한 사회현상의 사례를 가지고 풀어쓴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였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스터디 시간 내내 심리학자인 박진우 박사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박진우 박사는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이 쓴 심리학 이론을 엉뚱하게 사용하는 것을 못 참는다. 특히 매번 시스템 1이 아니라 시스템 2가 옳다는 식의 관점을 펼친 노리나 허츠 교수가 갑자기 어느 대목에서는 시스템 1의 관점을 취하면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면서 캠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를 비판하는 박진우 박사의 해석은 이번 토요 심리학의 백미였다.)     


1. 우리는 대부분의 선택과 결정을 착각 속에서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결정은 대부분 착각 속에서 한다.

그 이유를 노리나 허츠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1) 너무 많이 결정해야 하고, 결정의 근거가 될 데이터가 많다.     


 인간이 매일 1만 가지가 넘는 사소한 결정을 하고, 음식에 관해서만 227가지를 한다고 한다. (논문을 출처로 달았지만 난 그 논문을 읽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말 이 정도인지 아직 확신은 안 선다.), 또한 판단과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실시간 카톡과 페북과 메일과 문자, 뉴스, 유튜브 등으로 쉴 새 없이 정보를 수신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정보의 게이트키퍼(옛날 신문사 편집자)도 없다. 그냥 날 정보를 받아들여 이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수도 없다.       


(2) 정보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Bias의 우려에 대해서는 여러 책에서 강조했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드는 사례는 흥미롭다.

먼저 당신이 알고 있는 2003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참사 원인이 파워포인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컬럼비아호는 16일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오기 직전 공중분해로 7명의 우주비행사를 잃었다. 사후 컬럼비아호가 이륙할 때 외부 연료탱크에서 떨어진 서류가방 크기의 단열재 조각이 왼쪽 날개와 충돌했고, 이로 인하여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재 진입할 때 강한 열이 발생하여 기체가 손상되었다는 사고 원인은 애초부터 이미 예견된 정보였다.

 그런데 왜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는가? 바로 파워포인트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컬럼비아호 왼쪽 날개가 방열판에 충돌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알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파워포인트는 가급적 내용을 간략하고 단순하게 작성하라고 한다.  결국 긴 내용을 요약해야 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중요한 내용이 누락되거나 축약된 것이다.  따라서 제목, 정보 배열은 이미 경영진이 믿고 있는 바를 강조해 줄 뿐, 위험을 시사하는 불확실성과 추정은 탈락시켰다.


 탈리샤롯의 실험을 통해 증명된 인간의 정보 수용성은 매우 편향적이다.

자신이 암에 걸릴 확률은 40%로 인식하고 있던 사람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암의 확률은 30%라고 말하면 그 정보는 매우 유리한 정보이다. 이때 인간은 즉각 그 정보를 수용해서 자신의 암에 걸릴 확률은 30%로 줄인다.

그러나 자신이 암에 걸릴 확률을 10%로 인식하고 있던 사람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암의 확률은 30%라고 말하면 그 정보는 매우 불리한 정보이다. 이때 인간은 그 정보를 수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자신의 암에 걸릴 확률을 10%보다 조금 더 높에 생각할 뿐이다.      


(3) 주위에서 설계한 대로 당신은 선택한다.      


 육즙이 풍부한 이탈리안 시푸드가 그냥 시푸드보다 훨씬 맛있다.

 범죄는 괴물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글을 읽으면 그 이후의 내용과 관계없이 범죄예방을 투옥과 체포 전략을 쓴다. 반면 위 문장을 맨 앞에 범죄는 바이러스라는 문장으로 대체하고 그 이후의 내용을 같게 작성해도 범죄예방을 교화와 치유로 결정하게 된다.      


 웨이트리스가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 팁을 더 많이 받고, 와인 매장에서 샹송을 틀어주면 프랑스 와인이 , 슈베르트 클래식을 틀어주면 독일 와인의 판매가 높다.

고객과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한 웨이터일수록 팁을 많이 받고, 가벼운 클립보드에 끼운 이력서를 받았을 때 보다 무거운 클립보드에 끼운 이력서를 받을 때 지원자가 취업성공률이 높다.    

 

 내가 특히 흥미 있게 읽은 부분은 빈도와 확률이다.

 열 번중 두 번 다칩니다와 다칠 확률이 20%입니다 라는 말을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실험 결과 열 번중 두 번이 훨씬 위험 인식이 크다고 한다. 왜? 바로 가용성 휴리스틱(20% 보다는 열 번중 두 번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 또는 시스템 1에 의한 직관적 판단(위험과 관련해서는 본능적 판단으로 인해 논리보다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빈도가 더 효과가 있다)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적절한가 와 관련하여 평상시 일상의 정보를 줄 때는 확률로, 위험하고 긴급한 정보를 줄 때는 빈도로 주는 것이 요즘 사용하는 기법이다.

그래서 강수량(평상시)은 강수량 50%라고 하는 것이고, 태풍(비상시)은 태풍주의보(주의보, 경보 둘 중에 하나)라고 하는 것이다.     


(4) 당신이 믿는 전문가의 실체


 우리는 판단과 결정에 전문가의 의견을 따른다. 재미있게도 전문가가 말할 때 듣는 사람의 뇌를 촬영해 보면 거의 의사결정에 관한 부위가 정지되어 있다. 즉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의 수준이 어떨까?

의사는 6번 중 1번 오진을 한다. 펀드매니저의 70%는 시장 수익률보다 실적이 낮다. 특히 대부분의 전문가의 권유, 예를 들어 의사의 로봇수술 권유, 펀드매니저의 펀드상품 권유는 이해관계와 관련된 경우가 굉장히 높다. (권하는 상품이 판매되면 그들은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2. 그러니 이렇게 대응하라     


(1) 수학적 논리로 통계 오류를 찾아라     


50대 남성이 하루에 베이컨 50그램(두세 조각)을 섭취하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20퍼센트 증가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 헤드라인 기사 제목이다. 영국에서 연구한 논문이 그대로 실렸다.

아마 이 기사로 그 시기의 베이컨 소비량이 엄청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20퍼센트 증가의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대부분 지금 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을 20% 높이 볼 것이다. 즉 현재 내가 대장암에 걸릴 확률에서 20%를 더해서 큰일 나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의 의미는 이렇게 계산을 해야 한다.

50대 남성의 대장암 확률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기저율에 의해 5%라고 한다.  

이 남성이 베이컨을 매일 50그램씩 먹으면 이 5%의 암 확률에서 20% 증가한 (5 곱하기 20% = 1%이다) 6%가 되는 것이다.


즉 50대 남성이 100명 중 5명 걸리던 대장암이 베이컨을 계속 먹으면 100명 중 6명이 걸리게 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따라서 수치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치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데이터를 누가 제공했으며, 결론이 어떻게 도출이 되고, 올바른 가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정서적 감정을 분리하라


우리가 결정하는 대부분은 현재의 감정 때문이다.

김경일 교수님이 강의하실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판단과 의사결정은 바로 직전 정서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셨다.

이 클래스의 행복 감정이 높게 진단하려면 간단하다. 쉬는 시간에 복권 몇 장을 문 앞에 떨어뜨려서 줍게 만들면 그들의 행복 정서가 매우 올라간다고 한다.     


이스라엘 죄수들이 가석방 심사가 결정되는 것은 법률상 적혀있는 재범의 위험성이나 모범적으로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판사가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이냐? 아니면 점심식사 이후인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은 굳이 놀랄 일도 아니다.     


 섹시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줄 때와 나무의 사진을 보여줄 때에 따라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게 된다. 즉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직전에 어떤 감정을 가졌는가에 따라 결정이 된다.

그리고 이 결정은 매우 잘못된 결정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몸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의 인식이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귀 기울여 인식하지 못하면 사람은 그냥 감정대로 결정한다. 그러나 내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가를 인식하면 그 인식 자체가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그 감정을 분리할 수 있다. 이것 만으로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3. 의사결정의 여러 가지 단상     


인지심리학을 공부해보면 참 다양하고 복잡한 이야기들이 많다.

지금 노리나 허츠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비난하는 견해도 아마 다음 토요 심리학에서 학습하게 될 게리 클라인, 기거렌처 등의 학자에 의하면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학습하게 될 도서인 생각에 관한 생각이 저자 데니얼 커너먼과 에이모스 트버스키가 Think fast and slow의 개념으로 두가지 관점을 구별하여 한쪽의 입장을 취하면서 정리했을 때만해도 대다수의 의견이 그쪽으로 가는 것 같았지만 이를 반박하는 학자들의 견해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제는 어느 한쪽의 편만 들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두가지를 다 충분히 이해하고 인식한 이후에 어떤 상황에 어떤 의견을 활용할 것인가가 아마 지금 시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심리학이 더 재미있다.      


다음번 토요심리학에서는 오늘의 노리나 허츠와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의견을 펼칠지 흥미롭게 바라볼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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