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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Apr 22. 2021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들의 허점

토요 심리학시즌 1

당신은 창의력 혹은 문제 해결을 가르치는가? 

혹은 배워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창의력을 가르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용하는 다음의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나. 점 9개가 있다(정사각형 모형으로 3개씩 3줄로 된). 이 아홉 개의 점을 4개의 직선을 이용하여 모든 점을 연결하되 연필을 떼서는 안 된다. 연결해보자.     

둘. 상자 세 개가 있다. 첫 번째 상자에는 양초 세 개, 두 번째에는 압정 세 개, 마지막에는 성냥 세 개가 있다. 이를 가지고 벽에 세 개의 양초를 붙여라     

셋. 자신의 팔 길이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천장에 달린 두 개의 줄을 주었다. 의자와 망치(혹은 가위, 펜치)가 옆에 놓여있다. 두 개의 끈을 묶어라     


이 익숙한 창의력 또는 혁신과 관련된 문제를 제시하면서 교육을 받아온 당신에게 이 과제들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당신의 창의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토요 심리학 아홉 번째 책은 이러한 기존 창의력 관련 이야기들이 오히려 당신의 창의성을 망치고 있다면서 통렬하게 비판하는 게리 클라인의 “통찰-평범에서 비범으로”였다.     \


1. 월러스(Wallas)의 프로세스에 따르면 창의적 문제가 해결될까?     


 런던 정경대 교수 월러스는 “사고의 기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성과 관련하여 준비(Preparation), 배양(Incubation), 조명(illumination), 확인(Verification)이라는 4단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막연하게 인식되던 창의성이 학습으로 가능하다는 최초의 주장을 펼쳤고 이는 수렴적, 확장적 사고가 반복되는 4단계를 통해 설명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게리 클라인은 이 네 단계가 꼭 필요하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가 연구한 통찰 사례들이 자신의 배경과 전문성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이는 의도적인 준비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우연이 많았고, 무언가 배양의 시간 없이 즉시 뭔가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었으며 조명 단계를 무의식 속의 연상 속에 막다른 길에서 해결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너무 마술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차라리 더 나은 이야기로의 예상치 못한 이동이라는 정의를 제시한다.     


특히 그가 비판했던 점은 월러스는 성공한 사례에 관해서만 연구를 했고, 사람들이 매우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모든 사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게리 클라인은 이 약점을 제거하기 위해 기존 성공한 사례뿐 아니라 대조군이 내재된 소규모 사례들을 활용해서 같은 자료로 통찰을 얻은 사람은 물론, 얻지 못한 사람에 대한 묘사도 함께 했다.   

   

2. 스티브 잡스의 픽사 건물은 창의성에 도움이 될까?  

   

창의성과 관련하여 많이 제시되는 방법론으로 다양한 사람, 상황들과의 접촉이 있다.

뜻밖의 발견, 우연한 촉진, 무작위 충돌 등 자연스럽게 각 이질적인 전문가 집단이 그들만의 장소에서 뭉쳐있게 놔두고 자연스럽게 마주치도록 하는 것이 유행했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새 건물을 설계할 때 특히 이 부분에 집중했고, 그래서 건물 전체에 화장실을 딱 두 개만, 그것도 모두 아트리움에 연결되도록 설계 계획까지 세웠다. (물론 직원들의 강력 반발로 결국 추가 화장실이 생겼다)

 하지만 구글이나 기타 다른 조직에서도 우연한 연결, 새로운 조합, 무작위 충돌 등의 방법론을 위한 방법들을 구조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역시 게리 클라인은 비판한다. 

우연적으로 접촉하여 통찰이 생긴 이야기들이 이러한 무작위 만남에 대해 가치를 보여주지만, 이는 자칫 거꾸로 사고하기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한다. 

거꾸로 사고하기 오류란 이러저러한 조건들 몇 가지를 갖추어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을 확인하면 이후에 그러한 조건들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좋은 아이디어들을 더 얻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무작위가 실패하기도 한다. 특히 그러한 조합은 수많은 쓸모없는 자료, 즉 노이즈(소음)를 동반한다. 


 무작위적 조합을 만들어 낼수록 더욱 많아지는 쓸모없는 것들을 걸러낼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고 없이 무조건 이를 장려하는 모습을 게리 클라인은 비판한다.   

  

3. 우리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실험실 퍼즐 풀기가 아니다.     


점 9개를 네 개의 직선으로 한 번도 떼지 않고 모두 연결하는 문제를 처음 대하면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다. 몇 번 시도하다가 짜증을 낸다. 이 문제의 해법은 9개의 점이 사각형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사각형을 벗어나는 것이다. 사각형이라고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스스로가 사각형을 맘속에 넣고 한계를 지었다고 반성하게 한다.     

너무너무 유명한 상자-양초 퍼즐도 패턴은 유사하다.  

상자에 담긴 양초, 압정, 성냥을 가지고 벽에 양초를 붙이라고 문제가 나오면 대부분 벽에 양초를 압정으로 고정하려 하거나 양초의 옆부분을 녹여서 녹인 부위로 벽에 접착시키려는 시도를 하지만 잘 안된다. 

해법은 벽에 상자들을 압정으로 고정하고 그 위에 양초를 세우는 것이다. 

양초, 압정, 성냥을 담았던 상자의 기능이 기존 경험에서 벽에 붙이는 도구로 바뀌는 것이다.     

 

피험자의 팔 길이보다 멀리 있는 두 개의 줄 연결하기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손이 닿지 않는 두 줄을 연결하려 시도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해법은 줄 하나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아서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옆에 놓은 펜치(어떤 실험에서는 망치)가 무거운 것의 역할을 하여 이를 줄에 매달면 진자 역할을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문제를 교착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애초 경험으로 지니고 있었던 것을 버려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구조를 가진다. 

 성공의 경험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감과 태도를 만드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더 많은 경험을 가질수록 통찰을 얻기 어려워진다는 증거로 제시되기도 한다.      

 이는 실험실에서 통제된 상황에서 퍼즐을 가지고 연구해온 사람들에게 말이 되지만 게리 클라인은 강하게 이 부분을 비판한다. 


 퍼즐 문제들은 기능적 고착을 이용하지만 우리에겐 사물을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방식들이 있다. 따라서 쉽게 비정통적인 사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상자는 양초, 압정, 성냥을 담는 것이지, 양초의 스탠드가 아니다.  망치, 펜치도 통상 진자가 아니다.     

 

 이는 틀을 깨라 정도의 흥밋거리를 제공할 뿐이다. 

 인위적으로 교착상태를 만들어 뭔가 “아하” 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경험을 버리라고 하지만 이는 실험실 내에서 길들여진 방법이며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실험들이다.      

 오히려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창의적 방법론은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꾸준히 쌓아온 전문성이 적용되었을 때 빛나는 해결책으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게리 클라인은 전형적인 시스템 1을 주장한 학자이다. 이는 전통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의 주류로서 시스템 2를 주장하는 데니얼 커너먼, 에이모스 트버스키 등에 의해서 휴리스틱, bias 등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고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거렌처, 게리 클라인 등은 데니얼 커너먼 등의 의견은 실험실의 완벽한 통제된 상태에서 연출하는 작위적인 내용일 뿐 실제 현실 생활에서는 조금도 사용할 일이 없는 실험실용 내용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대립된 견해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쪽의 의견을 주로 받아들이고 반대편을 비판했지만 이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세상은 둘 모두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이론은 병렬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쪽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각자 필요한 이론을 취하면 된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time)이다. 

마치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이 조직 초기와 안정화 이후에 각자 다르게 역할을 하듯 (초기 조직에는 변혁적 리더십이, 조직 안정화 이후에는 거래적 리더십이 적절하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인한 서로의 의견도 각자 시간에 따라 처음 혼란기에는 과감한 경험 많은 전문가의 통찰인 시스템 1에 의존하고, 이후 안정화부터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뭔가를 차근히 따져서 결정하는 시스템 2에 의존하는 적절한 조화가 좋은 조직을 만드는데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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