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철우 May 24. 2021

우리는 왜 변화하려 하지 않을까?

당신이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잘 변하지 않는 이유

고3인 딸이 어느날 차 안에서 물었다.

“ 아빠! 아빠 친구들 중에서는 00이 삼촌이 지금 제일 잘살지?”

“ 글쎄 잘산다는 기준이 돈이 많고 물질적으로 이룬게 많다는 관점이라면 그렇지”

“ 그런데 00이 삼촌이 아빠 친구들 중에서 가장 공부도 못했고, 대학도 다니다 말았다고 하지 않았어?”

“ 그랬지.. 학교 다니다가 중퇴하고 장사하기 시작 했으니..”

“ 근데 왜 나보고는 왜 계속 대학가라고 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거야?”

“ 음.. 그건 말이지...”  

별로 할말이 없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살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경험했다. 

대학을 나와야 태반이 백수라는 현상을 이미 수년째 눈앞에서 보고 있다.

미래에는 이러한 변화의 폭이 훨씬 클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여전히 우리 딸, 아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대학을 가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을까?     

몇 명의 특별한 사례를 생각하면 공부말고 다른 것으로 성공했지만 그건 아주 소수이고, 그래도 다수의 보편적인 통계를 생각해보면 좋은 학교를 나오고,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장을 잡고 사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그런것 이라는 논리가 가장 많이 제시하는 논거이고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지난 과거를 생각해보면 정말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사례와 방법으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막상 우리 아이들이 어떤 분야와 직업을 선택해서 집중할 것인가를 살펴보면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잘 모르겠으니 그냥 공부나 해라 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특히 두 번째 논거를 주목하고 싶은데 

이러한 현상을 

“사람이 과거를 돌이켜 볼 때 굉장히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변할 것이라는 것의 관점에서는 크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현상.”

이것을 역사적 환상의 종말 (End of history illusion) 이라고 한다.      


(1) 잘못된 예측     

댄 길버트는 2013년 “The End of History Illusion” 이라는 리포트에서

18세부터 68세까지 19,00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격, 가치, 선호도에 대해서 

참여자 절반에게는 “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고해달라”  

나머지 절반에게는 “ 향후 10년 동안 얼마나 변화할지 예측 해달라” 이 두가지를 요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세대가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서는 매우 크다고 기억한 반면, 향후 10년 동안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세대별로 측정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나같은 40대에게 “지난 10년동안 당신의 성격이나 중요시 여기는 가치,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변한 것 같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 엄청 변했죠.. 사실 30대에는 제 성격이 엄청 급하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과격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차분해지고, 부드럽고, 유한 성격으로 변한 것 같아요..” 라고 답한다. 

“그럼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변할까요?”

“ 하하.. 이젠 더 이상 변하지 않겠죠.. 그동안 변한 것으로 충분하고요.. 이제 40년 이상 살았는데 또 더 변할게 있을까요?”     


 비슷한 질문을 50대에게 한다.

“ 지난 10년동안 얼마나 변하셨어요?”‘

“ 어유.. 사실 40대에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진정 변하는 것은 제가 보기엔 50대인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변화 하더라구요..”     


 (2) 잘못된 결정     


 그렇다면 이러한 잘못된 예측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영향력이 있다.     

 당신이 지금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스타 가수를 떠올려보자! 

 10년후 그 사람이 콘서트를 연다고 하면 얼마의 돈을 지불할 마음이 있는가?     


 10년전 좋아했던 아이돌이나 스타가수를 떠올려보자!

 지금 그 가수가 콘서트를 연다고 하자! 얼마의 돈을 지불할 마음이 있는가?   


 길버트는 이 실험에서 지금 좋아하는 가수가 10년 후 콘서트를 열 때는 129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대답한 반면에, 10년 전 좋아했던 가수의 지금 콘서트에는 약 80달러를 지불 할 것이라 대답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때 시간의 힘에 대한 지속성을 과대평가, 즉 

이 상태가 영원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마치 지금 막 결혼하려는 부부에게 앞으로 이혼 확률이 얼마나 될거 같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우리가 왜 이혼을 하냐고 말하지만, 막상 이혼률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길버트는 이를 두가지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상태나 상황을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미래가 변한다는 것은 그 믿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과거의 회상은 기억력의 과정이고, 미래의 예측은 상상력의 과정인데 ,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미래의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인 변화를 상상하는 것이 어려움을 상상이 안되는 것을 마치 변화의 가능성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혼동하여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코로나가 꽤 장기화가 되고 있다.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속에서 많은 좌절의 소리들이 들린다.

 어쩌면 그 좌절의 이유는 앞으로 이 상태가 별로 변할 것 같지 않은 미래에 대한 암울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당신이 지금 힘든 상태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이라고 생각하자

 미래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나도 세상도 훨씬 더 많이 변할 것이니..

 그러니 지금의 좋지 않은 상태가 영원히 계속 갈 것이라는 좌절도

 지금의 좋은 상태가 영원할 것이라는 자만도 하지 말자.     


 다만 오늘 한번쯤 10년전의 당신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지금의 당신을 생각해보자

분명 많이 변화하고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10년후의 당신을 상상해보자.. 

상상은 잘 안되겠지만 분명 지난 10년만큼 또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그것을 믿고 뚜벅뚜벅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런지...

그것이 오늘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걱정하는 것 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