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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우 Jun 04. 2021

그렇게 가까웠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당신이 관계를 좀 더 잘하려면

 “영민이 아빠 요즘 뭐해? 혹시 이사 갔어?”

 “아니..  아직 살걸? 얼굴 본 지 오래되긴 했다”

 “그래? 민호 엄마는? 당신 요즘 민호 엄마는 안 만나?”

 “아니.. 내가 바쁘기도 하고.. 민호 엄마가 선영이 엄마랑 예전에 한번 틀어지고.. 전체적으로 관계가 서먹하네..”

 “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몇 번 봤을 텐데.. 그렇지?”

 “ 아니.. 코로나가 없었어도 잘 안 봤을걸? 민호 엄마는 요즘 밖에서 나 보면 피하는 것 같아”  아내의 표정에 약간 서운함이 스쳐갔고 더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눈빛이다.    

 

10년 전 분양받은 지금의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지금 중2인 아들이 유치원을 다녔다.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동네 엄마들을 알게 된 아내는 다섯 명쯤의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모임을 형성했고 이는 아빠들 모임까지 확대되었다.


모두 새롭게 이사 온 아파트, 낯선 환경 속에서 알게 된 또래의 이웃은 정서적으로 꽤 든든한 울타리였다.

단톡 방이 만들어지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어느 집 애가 다쳤다더라, 어느 집이 이번에 어느 음식점을 다녀왔는데 맛이 좋더라 등등의 내용을 주고받았다.


아빠들끼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등산도 가고, 술도 마시고, 가족 모두 같이 캠핑도 다니면서 예전 아파트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는데 새로운 공동체 커뮤니티의 정을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모임이나 관계라는 것이 그러하듯..  너무 가까웠는지, 너무 자주 봐서 그랬는지.. 개인 간 사소한 갈등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이것이 조금씩 쌓이면서 간격이 벌어졌다.


자연스럽게 한 사람씩 만남을 회피했고, 누군가가 빠지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그 모임은 사라졌다. 이제는 단톡 방도, 주말 모임도, 아빠들의 만남도 없다. 그냥 가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마주하면 어색하게

“ 잘 지냈어? 조만간 한잔 해야지!”라는 기약 없는 멘트를 주고받을 뿐이다.     


이런 만남은 생각보다 주변에 많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형제, 친척 등..

왜 그 좋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어색하게 될까?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눈에 보여야 친해질 수 있고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의미이다.


친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신체적 거리의 접근성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자주 접촉하면 친해진다. 그러나 이 속담은 한 가지 놓친 것이 있다.

가까우면 친해질 확률도 매우 높지만, 한편 적이 될 확률도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1)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더 강하다.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Baumeister)는 “Bad is stronger than Good”(2014)이라는 논문에서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더 크고, 더 일관적이고, 더 다면적이고, 더 오래 지속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누군가와 관계에 있어 다양하게 긍정적 정보, 정서와 부정적 정보, 정서를 교환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것에 비하여 부정적인 것에 훨씬 집중하고, 시간을 사용하며 에너지를 쓴다는 이야기다.   

  

이와 유사한 내용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드러난다.

임상심리학자 로버트 슈워츠는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보고한 횟수를 비교했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이 같은 사람은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부정적 감정 1번에 긍정적 감정 2.5번 정도의 비율인 사람은 정상적으로 정서가 기능한다고 결론지었다.

가장 정서적으로 적절한 내담자는 부정적 감정 1번에 긍정적 감정 4번이 조금 넘는 비율을 보였다.     


부부관계 전문 연구가인 존 고트먼은 문제가 있는 커플은 나쁜 상호작용과 좋은 상호작용의 비율이 거의 같은 반면, 미래의 행복을 함께 계획하고 있는 베스트 커플은 나쁜 상호작용보다 좋은 상호작용의 비율이 다섯 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커너먼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의 핵심중 하나는 손실회피 이론이다. (Loss aversion)

 사람들은 동전 던지기 내기의 확률을 1:1로 보지 않는다. 손실이 이익보다 더 커 보이기 때문에 40달러의 이익을 볼 가능성이 없으면 20달러를 잃을 수 있는 동전 던지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 “부정성 편향”(2020))     


결국 우리는 어떤 사안에 있어서 부정적 정보나 내용에 훨씬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항상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양의 긍정적 관계와 부정적 관계가 있어도 그 관계는 깨지게 된다. 관계가 긍정적으로 유지되려면 긍정적 내용이 최소한 부정적 내용에 비하여 4배 또는 5배 여야 한다.     


리더십 360도 평가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팀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팀장들이 모여서 부진자 교육을 받았다.  그때 강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스럽다. 괜히 말 한번 잘못했다가 집단 반발을 받는다.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제일 좋다.     


“ 아니. 이 녀석들이 잘해준 건 하나도 기억을 못 하고, 딱 몇 번 잔소리한 거.. 그것만 기억한다니까요.. 그러니까.. 어차피 이럴 거.. 잘해 줄 필요도 없다고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팀장님께 조심스레

“팀장님! 나쁜 것이 더 세서 그래요...” 라면서 말을 꺼냈던 기억이 난다.               


(2) 왜 나쁜 것은 강력할까?     


 첫째 진화의 관점에서 우리가 생존하는 데에는 좋은 것에 반응하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 것을 피하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긍정적인 결과의 가능성을 무시한 사람은 나중에 즐거움, 성장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후회하겠지만, 단 한 번의 위험을 무시한 사람은 결국 끔찍한 일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 과거 우리 조상의 삶이었다.


 따라서 좋지 않은 것을 회피하는데 좋은 것을 수용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생존과 적응을 위한 당연한 프로세스였다고 본다.     

둘째, 지속적인 자기 조절의 역량을 기르게 해 주었다.

변화하는 환경에 직면할 때 이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아주 중요한 전략이다.

과거에 유용했던 패턴을 고수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효과적이지 않다.


따라서 생존에 유리한 것은 현재의 환경적 우발 상황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좋은 것은 일시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나쁜 것은 지속적인 영향을 끼침으로써 쉬지 않고 자기를 조절하게 만들어 생존에 유리하게 하였다.     


셋째, 에너지 관리에 효율적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을 보자.

가장 기초적인 욕구 (배고픔, 추위, 위험에서의 탈출)를 먼저 채워야 그 이상의 욕구 (존경, 사랑, 소속감)를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한 것(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몰입하여 반응한다.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고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이후 좋은 것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  그러면 적절하게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었다.          

(3)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자 당신은 지금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부부, 상사와 부하, 동료, 친구, 이웃 등

그 관계가 잘 유지되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기본적인 생각의 핵심은 당신이 그 관계에 뭔가를 잘하는 것보다는 잘못하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을 수차례 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으로 그 관계를 유지시키지 못하지만 단 한 번의 거짓말로 관계가 무너지는 경우는 많다.

 완벽한 관계를 만드려고 하지 말고, 초보적인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바우마이스터가 제안한 몇 가지 방법을 이야기한다.     


첫째, 들어주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라

 관계를 맺는 사람과 약간 힘에 부치는 약속을 한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때 혹시 당신의 진정성을 상대가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는 좋은 의도보다는 나쁜 결과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둘째,  추가적으로 뭘 더했다고 고마움을 기대하지 말아라     

 당신이 약속한 것 이상의 일을 했을 때 그러한 노력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에일릿 그 니지의 실험을 보면 사람들은 암표상이 약속한 자리보다 나쁜 자리를 준 것에 대해서는 비난했지만 좋은 자리를 준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감사하지 않았다.      


셋째, 상대가 잘못했다고 그것으로 당신의 태도가 용서되지 않는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 남자는 여자의 잘못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여기까지는 옳다. 그런데 화가 나서 충고를 할 때 그것이 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자는 이렇게 나올 것이다.

“ 네 말이 맞아.. 근데 왜 지적하는 태도가 그따위지?”     


넷째, 기본적 귀인 오류를 벗어나라      

 관계에서 가장 흔히 자주 하는 것이 바로 귀인 오류이다.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약속에 늦은 상대방은 자신의 입장에서 사무실의 뒤처리 일, 교통상황을 생각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그래.. 네가 항상 그렇지.”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오해는 관계에 치명적이다.      


다섯째, 긍정적 신호의 양을 늘려라

긍정 부정을 1대 1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한 번의 부정적 피드백을 하려면 그 앞뒤로 최소 4,5회의 긍정적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은 당신을 긍정과 부정을 적절하게 섞어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긍정에 대한 민감성은 높여야 한다.

작은 성공을 축하하고, 감사하며, 긍정의 인식이 필요하다.

좋은 기억들을 지속적으로 기르고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내 것으로 인식하고 에너지를 써서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 긍정은 수동적으로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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